돌하르방의 경고

밤에는 절대 만지지 마라

by 피터팬


“제주에서는 밤에 돌하르방을 절대 만지지 마라.”

그 말을 처음 들은 건,
제주 여행 첫날 밤, 동네 슈퍼 앞에서 만난 할머니 덕분이었다.
친구들과 맥주를 사러 갔다가
우리가 마을 입구 돌하르방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장난치는 걸 본 할머니가
느릿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밤엔 절대 저 돌하르방 코에 손 대지 마.
옛날부터 그랬어.
낮에는 마을을 지켜주는 신이지만,
밤엔 함부로 건드리면 따라온다니까.”


우린 농담인 줄 알고 그냥 웃어넘겼다.
이튿날 밤, 산책 후 또다시 돌하르방 앞에 모였다.
술기운에 한 친구가 장난삼아 코를 비틀고
또 한 명은 휴대폰 플래시를 켜고 돌하르방 얼굴에 그림자를 만들어 놀렸다.
나도 분위기에 휩쓸려
가볍게 돌하르방 코에 손을 올렸다.


그때부터였다.
찬바람이 부는데,
마치 누군가 뒤에서 지켜보는 느낌이 들었다.


숙소로 돌아와 씻고 나니
왠지 방 안이 습하고 차가웠다.
거실로 나가니 친구들도
“야, 여기 왜 이렇게 싸늘하냐?”
농담처럼 툭툭 던졌다.


술자리가 끝나고
각자 방에 들어간 후,
나는 오랜만에 문을 꼭 잠그고 이불을 뒤집어썼다.


한밤중,

복도에서
낯선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내 방문 앞에서 멈추는 소리,
문틈 아래로

누군가 그림자를 드리운 듯
희미한 어둠이 스며들었다.


그 순간
문손잡이가
‘딸깍’
한 번,
천천히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몸이 얼어붙었고
숨소리도 죽였다.


“가지 마…”
분명히
누군가 귓가에 속삭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땀에 젖은 채
간신히 아침을 맞았다.


거실에 나오니
친구들은 모두
잠을 거의 못 잔 표정이었다.


한 친구는
“돌하르방이 밤새 내 꿈에서 따라다녔어.”
다른 친구는
“나는 한밤중에 이상하게 방이 식어서

문을 열었더니
아무도 없었는데,
문틈에 흙먼지가 쌓여 있었어.
누군가 문 앞에 서 있었던 것 같아.”

모두 몸이 으슬으슬 떨렸고,
한 친구는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갑자기 코피까지 쏟았다.


서울로 돌아와서도
며칠간 악몽에 시달렸고,
몸살과 두통,
왼손끝이 계속 저렸다.


며칠 후,
사진첩을 정리하다
돌하르방 앞에서 찍은 사진을 보는데
플래시 때문에 하르방 얼굴 그림자가
우리 발치까지 늘어져 있는 걸 발견했다.


자세히 보니
그 그림자의 끝이
누군가의 다리 모양처럼
우리 쪽을 향해 서 있었다.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나는 이제
누가 제주 돌하르방을 보면
진심으로 경고한다.


밤에는,
절대 만지지 마세요.
정말,
무언가가 따라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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