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감추려 한 것

SC-0 내부, 흔적을 지우는 명령

by 피터팬


2017년 6월 20일, 16시 55분 / SC-0 내부 작전실


"데이터가 유출됐다고?"


C1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

그러나 그 목소리 안엔, 명확한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벽면의 스크린에는 분 단위로 기록된 채널 로그와 신호 흐름이 빠르게 갱신되고 있었다.


검은 옷을 입은 보조요원이 마우스를 쥔 손으로 떨리는 커서를 억누르며 말했다.


"양양 L-17, 전선창고 지점에서 화이트박스 1차 분기 프레임이 송출됐습니다.

송출 지점은 익명화된 네트워크를 우회했고, 수신 위치는... 서울 외곽, 4번 창고입니다."


"식별자 등록된 경로야?"


"아닙니다. 백업 식별자도 없고, 인증 기록도 없습니다.

무등록 송신. 내부 라우트 변경 흔적도 없습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C1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창밖 어두워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선이 움직였군."


보조요원이 물었다.


"정말로 내부입니까? 그 '선'이란 존재가?"


C1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붉게 점등된 긴급 회선 하나를 바라보다가

한 마디를 남겼다.


"확산 전에, 흔적을 지워."


2017년 6월 20일, 16시 56분 / 서울 외곽, 4번 창고 내부


송출 서버는 이미 자동 종료되었다.

그러나 방 안엔 여전히 푸른 잔광이 남아 있었다.


서버 상단의 히트 팬은 천천히 멈추고 있었고,

그 앞에 선 인물은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

움직이지 않고 서버의 열기를 손등으로 느끼고 있었다.


후드를 깊이 눌러쓴 인물.

그는 손목 시계를 한 번 확인한 후,

바닥에 떨어진 작은 기계 부품 하나를 집어 들었다.

기판엔 라벨이 없었고, 단선된 회로가 빛을 잃은 채 드러나 있었다.


그는 무전기를 들었다.


"초기 프레임은 배포됐다.

이제, 두 번째 움직임으로 넘어간다."


곧이어, 오른손을 천천히 품속으로 넣어 접힌 종이 하나를 꺼냈다.


거기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17:22 / J-S4 구간 / 민간 레이더부지 / 비인가 진입구


그리고, 검은 잉크로 덧붙여진 문장 하나.


“그 아이를 데려간다.”


같은 시각 / SC-0 긴급 대응 브리핑실


프로젝터 위에 RJ-88A 프레임 캡처 이미지가 떠 있었다.


EYE-01: "아이가 인형을 들고 있음.

정리조 A-01 요원이 조준을 멈춘 장면, 팔의 각도와 미세 떨림 확인됨."


EYE-02: "이 프레임 하나로, 사살 명령이 현장 요원에게 도달했지만 실행되지 않았음을 입증 가능.

직접 조작 없이 프레임 조각만으로 의도된 은폐 작전이 노출될 수 있음."


C1은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천천히 말했다.


"우린 이미 실패한 거다.

정보는 나갔고, 접속 흔적은 무등록.

도청도 불가능하고, 위치 추적도 무력화됐다."


보조요원이 중얼거렸다.


"화이트박스를 써서 우리 시스템을 우회한 건, 내부만 가능하지 않습니까?"


C1은 그를 향해 돌아보며 물었다.


"너도 의심하나?"


"아닙니다. 다만 정보가 너무 빠릅니다.

지금 움직이는 그 선이, 우리가 모르던 또 다른 내부라면"


C1은 그 말을 끊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 내부도 정리해.

이제부터는 정보가 아니라 사람을 지워야 할 때야."


2017년 6월 20일, 17시 02분 / 양양 폐 창고 지하


핀은 E의 손을 놓고 천천히 일어섰다.

송신기의 LED는 꺼져 있었다. 열은 식었지만, 진실은 전송됐다.

작은 USB 하나가 송신기 하단 슬롯에 꽂힌 채, 검게 그을린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핀은 그걸 조심스레 회수했다.

E의 마지막 말이 귓가에서 반복됐다.


“그 아이를 꼭 지켜줘.”


지상에서 뭔가 울렸다.

낙엽을 밟는 소리와는 달랐다. 금속이 무너지는 충격, 그리고 연기.

정리조가 아직도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었다.


무전기 잡음 사이로 루카의 호출이 잠깐 스쳤다.


“핀... 응답해라. 4번 창고 수신 확인. 송출 성공.

다음 목표는 아이 보호. 민간부지 J-S4 이동 준비 중.”


핀은 무전기에 입을 댔다.


“여기, 아직 지하에 있다.

E는 사망. 데이터 확보. 아이 반드시 지킨다.”


그리고 그는 주머니에서 작은 소형 무기를 꺼냈다.


좁은 공간. 막다른 벽. 그가 사라졌던 그날의 기억은

지금, 또다시 누군가를 사라지게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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