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열의 진입

그날을 기억한 아이, 사라진 사람들

by 피터팬


2017년 6월 20일, 17시 05분 / SC-0 내부 통제 복도


C1은 작전실을 빠져나와 별관의 격리 통제 구역으로 향했다.

왼쪽엔 흰 벽, 오른쪽엔 폐쇄된 창문,

그리고 정면에는 'A구역 접근 제한'이라고 적힌 도어락 패널.

보안 인식기가 C1의 홍채를 인식하고 조용히 문이 열렸다.


안쪽엔 단 두 명이 있었다.


L과 P.


화이트팀 작전의 중핵. 강릉 구간에 배치된 2인의 전투 기술자는,

방금 전까지도 SC-0의 명령만을 기다리며 격리 모드에 있었다.


C1은 말했다.


“L-17 구간. 프레임 송출이 있었다.”


P가 고개를 들었다.


“4번 창고?”


“그래.”


L은 주먹을 쥔 채, 짧게 물었다.


“E는?”


C1이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사망 확인. 대신, 증언이 나갔다.”


P는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그럼 선이 움직였다는 거군요.

내부 송신이 아니면 도달할 수 없는 경로였잖습니까.”


“그래서 너희를 다시 부른 거다.”


C1은 주저 없이 말했다.


“지금부터 너희는 공식적으로... 실종된다.”


L과 P는 말없이 서로를 바라봤다.

그들도 알고 있었다.


‘선’을 쫓으려면, 먼저 시스템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걸.

화이트팀 내부에서조차, 누가 진짜인지 알 수 없는 이 시점에서 의심받는 순간,

제거 대상이 된다는 것을.


17시 08분 / 서울 외곽, 4번 창고 지하


‘선’의 통신 장비는 이동을 마쳤다.

더 이상 오래 머무를 이유도, 시간도 없었다.


남겨진 건 고의로 타버린 SSD 파편과 서버 일부.

그러나 그는 딱 하나, 중요한 조각만 챙겼다.


RJ88A의 첫 번째 외부 전송 프레임.

이제 그 장면은 ‘사건’이 아니라 ‘기억’이 됐다.


그는 복도 끝 벽에 부딪힌 채 숨을 고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다음은, 그 아이를 데려간다.”


17시 10분 / 양양 폐 창고 외곽


핀은 지상으로 올라왔다.


폐 창고의 정문은 부서져 있었고, 멀리엔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드론이 자폭한 방향.

그리고 그건 누군가의 개입이 있었음을 의미했다.


아이의 손을 잡은 채, 핀은 노인의 시신 옆을 지나쳤다.


“할아버지... 나, 이제 괜찮아.”


아이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고, 핀은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17시 13분 / SC-0 작전 감시실


B3는 이상 징후를 다시 정리하고 있었다.

그는 로그를 되감다가, 데이터 흐름에 어긋난 4밀리초짜리 공백을 발견했다.


“이건...”


그 틈을 따라가자, 존재하지 않던 세 번째 채널이 드러났다.

RJ88A와 화이트박스의 송수신 로그 사이에 끼어든, ‘선’의 임시 라우팅.


즉, 화이트팀 내부 시스템이 이미 복제당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B3는 곧장 C1에게 보고하려다, 손을 멈췄다.


“혹시 C1조차…”


그는 무전기를 들었다가 내려놓고,

자신이 갖고 있던 2차 백업 데이터를 외부 드라이브에 복사하기 시작했다.


17시 18분 / 민간 레이더 부지 인근, J-S4 진입로


루카는 핀에게 전화를 걸었다.


“위치 공유했다. 남은 정리조는 2명. 민간 지역이라 함부로 쓸 수 없을 거야.

지금 우회해서 J-S4로 가.”


“알았어. 아이는 내가 데리고 간다.”


“핀, 조심해라. 이제부터는 감시가 아니라 사냥이다.”


17시 22분 / 같은 시각, J-S4 부지 남쪽 경계


그림자처럼 움직이는 검은 양복의 요원 하나.


화이트팀이 보낸 것이 아니었다.


그는 도청 장비도, 통신기도 없이 움직였다.

그의 눈엔 한 장의 사진이 쥐여 있었고, 그 사진에는


핀, 루카, 그리고 ‘아이’의 열화된 인물 이미지.


그는 조용히 말했다.


“타겟 확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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