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을 지우는 사람들

지우려는 자와, 남기려는 자

by 피터팬


2017년 6월 20일, 17시 06분 / SC-0 내부, 긴급 정리구역


“L-17은 버려.”


C1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지령을 받은 요원들은 즉시 각 구역의 회선과 내부 디스크를 파기하기 시작했다.

고속 서버 한 줄이 통째로 검게 타들어 갔고, 그 불꽃은 경고음도 없이 사라졌다.


“정리조 B-06, 바로 투입해.

민간부지 J-S4. 4번 창고 송출 라인과 연결된 마지막 경로다.”


B3가 옆에서 덧붙였다.


“핀과 아이, 그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C1은 창문 너머 어둑해지는 외곽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번엔, 어떤 기억을 없애야 하는가.”


2017년 6월 20일, 17시 11분 / 강원도 J-S4 구간 진입 도로


핀은 손에 든 GPS 기기를 확인했다.

기기는 이미 꺼져 있었지만,

화면 위에는 이전에 전송됐던 라인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그는 아이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조금만 더 가면, 안쪽에 벙커가 하나 있어.

거기까지 가야 안전해.”


아이는 지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팔엔 노인의 외투가 둘러져 있었고,

왼손엔 여전히 그가 준 열쇠를 쥐고 있었다.


숲을 통과하며 핀은 뒤를 돌아봤다.

잡목들 사이로 누군가의 그림자가 스쳤다.


정리조가 따라붙고 있었다.


2017년 6월 20일, 17시 14분 / SC-0 위성 추적실


“대상 두 명, 민간 레이더부지 외곽 300m 지점 접근 중.”


화면에 붉은 점 두 개가 점멸했다.

그러나 그다음 순간, 모든 좌표가 사라졌다.


“GPS 전파 교란 발생!

내부 주파수도 죽었습니다!”


B3가 일어섰다.


“화이트박스 외부 채널에서 또 개입한 겁니다.

선, 지금도 살아 있습니다.”


C1은 단말기를 꺼냈다.


“정리조 B-06 전원, 광역 신호 구역차단 후 사살 우선.

대상은 둘 다 지우고 기억도, 정보도 남기지 마.”


2017년 6월 20일, 17시 18분 / J-S4 부지 입구


핀은 입구 벽에 숨겨진 구형 도어락을 눌렀다.

딸깍.

녹슨 문이 조금씩 열렸다.


아이를 먼저 들여보낸 후, 핀은 한 번 더 뒤를 돌아봤다.


잡목 사이, 정리조가 모습을 드러냈다.


핀은 주머니에서 연막탄을 꺼냈다.

불꽃이 튀고, 흰 연기가 퍼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 뒤편 언덕 위에서 검은 그림자가 고개를 들었다.


누군가,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

그림자는 무전기를 들고 중얼거렸다.


“4번 창고 송출 라인, 이쪽까지 닿았어.

핀과 아이, 확보 직전.”


그는 후드를 벗었다.


바람 속, 드러난 얼굴엔 낡은 흉터 하나가 있었다.

그는 오래전 화이트팀 소속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이름 없는 선의 일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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