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일상, 발견한 서로의 흔적

파편은 흩어졌고, 진실은 사람에게 남았다

by 피터팬


2017년 6월 20일, 17시 21분 / 서울 마포구, 프리랜서 기자 유이의 작업실


작은 원룸 한구석, 창문은 열려 있었고, 노트북 화면에는 익명 도메인 주소가 떠 있었다.

‘rj88a_frag001.mp4’라는 이름으로 클립이 자동 재생됐다.

장면은 익숙했다. 3년 전, 정리조 내부 고발자에게 들었던 이야기와 흡사했다.

하지만 그때는 증거가 없었다.

지금은 있었다.


“...정말로, 그랬던 거야?”


유이는 숨을 죽인 채,

화면 속 ‘그 아이’가 인형을 끌어안고 있는 프레임을 바라봤다.

그리고, 정리조 요원이 방아쇠를 멈춘 장면.

순간 멈춘 팔과, 떨리는 손가락.


그 장면은 말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끝까지 명령을 따르지 않았고,

누군가는 그걸 보라고 남겼다는 것을.

그녀는 숨을 고르며 USB를 뽑았다.


“이건 아직 올릴 때가 아냐...

하지만, 그때는 온다.”


그녀는 비밀번호가 걸린 비공개 글 초안을 열고, 천천히 쓰기 시작했다.

제목: “3년 전, 내가 들었던 이름 – RJ88A”


2017년 6월 20일, 17시 23분 / SC-0 내부, 외부협력국 보안실


보안 해제 요청이 끝없이 쌓였다.

그 중에는 공중파 방송국 IT팀 계정도 있었고, SNS 서버 회사 본사 주소도 있었다.


"모두 튕겨냈습니까?"

"아닙니다. 일부는 선점 권한을 우회해 직접 접근한 기록이 있습니다."

"몇 군데?"

"...5개 도메인, 3개 서버, 1개 방송국 내부 시스템."

B3는 이마를 문질렀다.


“누구냐... 대체 어디까지 퍼뜨릴 작정이야.”


C1이 낮게 말했다.


“지금 이건 정보가 아니야.

전염이야.

이런 식이면, 사람들 스스로가 '이건 진짜다'라고 말하게 되겠지.”


2017년 6월 20일, 17시 26분 / 제주, 민간 레이더 부지 인근


SUV 안, 루카는 손에 들고 있던 수신기를 껐다.

그리고 뒤좌석 아이에게 천천히 말했다.


“이제 우리가 도착할 곳은, 마지막이다.”

아이는 창밖을 바라보다 말했다.

“그 사람... 총 쐈던 할아버지... 왜 그런 거예요?”


루카는 대답 대신 백미러를 바라봤다.


거기에는,

자신이 한때 속했던 조직에서 써왔던 마스크가 걸려 있었다.

화이트팀의 마크. 지운 흔적. 아직도 벗지 못한 자국.


“...어떤 진실은, 말하는 게 아니라 지켜주는 거라 그랬어.

아마 널 안아줬던 순간, 그 사람이 제일 두려웠던 건,

널 잃는 거였을 거야.”


아이의 눈이 천천히 감겼다.


루카는 무전기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핀, 민간부지 2번 게이트로 들어간다.

조심해라.

지금부터, 우리가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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