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을 넘은 자들

붕괴된 통제, 분기된 진실

by 피터팬



2017년 6월 20일, 17시 11분 / SC-0 관제실


B3는 모니터 앞에 굳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네트워크 로그는 아예 멈췄고, 메인 서버에는 전원 자체가 내려가 있었다.

어떤 명령도 들어가지 않았고, 그 누구도 지금 이곳이 ‘작동 중’이라 할 수 없었다.


“전체 시스템 리셋 준비됐습니다.”


기술 담당 요원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그 얼굴엔 확신이 없었다.


“정말... 이대로 덮을 수 있을까요?”


B3는 말없이 그를 바라보다가, 벽면 스크린을 껐다.

그 순간, 전 구역에 정전이 발생한 듯, 관제실 내부가 암흑으로 변했다.


“덮는 게 아니라

이제부터는... 하나씩 제거하는 거야.”


같은 시각 / 서울 외곽, 4번 창고 북서쪽 통신탑 아래


후드를 쓴 인물은 안테나 중계기 옆에 몸을 기댄 채, 손목 단말기를 응시하고 있었다.

잠시 뒤, 짧은 진동이 울렸고, 새로운 좌표 하나가 떠올랐다.


RJ-88A 관련자 추적 > 민간 송전소 통신망 연결 감지

내부 리스트 갱신 중...

신규 이름 추가됨: 박연수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웃음을 지었다.


“연결고리 하나, 더 남았군.”

곧이어 단말기에 나타난 다른 정보 하나.


이동 중 > 양양 송전지선 J-92 / 비인가 접속

접속 IP: 192.172.34.128 / 19분 12초 전 최초 요청 감지됨.

그는 스스로에게 중얼거렸다.


“...그 아이가 사라진 건, 우연이 아니었지.”


그리고 주머니 속에서 작고 낡은 수첩을 꺼냈다.


거기엔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다.


“모든 진실은, 전선 밖에 있다.”


2017년 6월 20일, 17시 14분 / 양양, 민간 송전소 외곽 J-92 구역


핀과 아이는 숲을 따라 조용히 이동하고 있었다.

작은 산비탈을 돌고, 오래된 펜스를 넘어섰다.

멀리 하늘이 열리고, 검은 구조물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송전소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없는 듯 적막했다.


운영은 멈췄고, 주 출입구엔 자물쇠 대신 철제 바가 채워져 있었다.

핀은 철문을 밀어보며 중얼거렸다.


“안쪽에... 접속 장치가 있을 거야.”


아이의 손을 다시 붙잡았다.

조금 전까지는 무겁게 느껴졌던 손이, 지금은 꼭 쥔 손가락 사이로 온기를 나눴다.

“...그럼, 다시 시작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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