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증인들이 향하는 곳
2017년 6월 20일, 17시 55분 / 강원도 양양, 민간 레이더 부지 J-S4 비인가 진입구 앞
바람이 불었다.
숲 끝자락에 놓인 폐 수신탑은 이미 전력 공급이 끊긴 채 방치돼 있었지만,
그 안엔 아직 살아 있는 무언가가 남아 있었다.
핀은 아이를 업은 채 숨을 고르며 울타리 틈을 지났다.
그곳엔 루카가 먼저 도착해 있었다.
그는 핀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입을 열었다.
“지금, SC-0가 역추적 중이야.
네 위치도 곧 확인된다. 여긴 오래 못 있어.”
핀은 아이를 내려주며 물었다.
“다음 경로는?”
루카는 손에 쥔 작은 송신 장비를 보여주었다.
화이트박스 초기형이 커스텀된 물건이었다.
“이걸 써서 이동 경로 흔적을 왜곡시킨다.
내가 미끼가 될 테니, 넌 아이와 함께 지하 라인으로 들어가.”
“지하?”
루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90년대에 폐쇄된 군 위성망 중계소.
J-S4 밑에, 아직 연결된 구간이 있어.”
그는 지하 벙커의 철제 출입구를 열며 말했다.
“이건 단순한 도피가 아니야.
그 안에, 너희가 알아야 할 게 있어.”
핀은 아이를 업은 채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뒤로 철문이 닫히고, 잠금 장치가 잠겼다.
2017년 6월 20일, 17시 57분 / SC-0, 상층 보고실
통신 요원이 긴급 보고를 올렸다.
“민간 레이더 부지 내 비인가 접속 흔적 감지!
화이트박스 내부 우회 경로와 겹칩니다!”
C1은 주변 참모들을 향해 명령했다.
“J-S4 인근 전체 통신망 끊어.
그리고 모든 잔존 팀, 그쪽으로 전환 투입.”
“현장 전력은 어떻습니까?”
“사용 불가. 잔류 방사선으로 인해 드론 투입은 어렵다.
직접 진입할 수밖에 없지.”
B3가 덧붙였다.
“이미 루카가 미끼를 던졌습니다.
그가 일부러 위치를 드러낸 거라면”
“그렇다면 거기엔 반드시 이유가 있을 것이다.”
2017년 6월 20일, 18시 01분 / J-S4 지하 중계소 내부
지하의 공기는 정체되어 있었고, 콘크리트 벽은 습기를 머금고 있었다.
핀은 손전등을 들고 벽면을 따라 걸었다. 아이는 그의 어깨에 조용히 기대 있었다.
계단 끝에는 녹슨 금속문 하나가 놓여 있었다.
핀은 망설임 없이 열었다.
안쪽엔 작고 둥근 감시실 같은 공간이 있었다.
벽면엔 오래된 모니터와 기계 단자들이 어둠 속에서 형체만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나, 책상 위에 단 하나의 노트북이 켜져 있었다.
핀은 본능적으로 그것에 다가갔다.
그 순간, 화면이 깨어났다.
그리고 그 안에서, 하나의 영상이 자동 재생되기 시작했다.
RJ-88A 탑승 전의 기록.
공항 대기실.
아이의 부모가 서명하고 있는 장면.
그리고, 누군가가 그 장면을 몰래 촬영하고 있는 듯한 각도.
“실험 대상 A-4. 보호자 동의 완료.
민간기 위장 완료. 탑승 승인.”
음성이 이어졌다.
그 음성은, 다름 아닌 C1의 것이었다.
핀은 숨을 삼켰다.
아이도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이 전혀 기억하지 못했던 장면.
그 비행기 안의 공기, 좌석에 앉은 낯선 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옆에 앉은...
아이의 목소리가 조용히 흘러나왔다.
“...이모...”
핀은 화면을 멈추고 아이를 바라보았다.
“기억났어?”
아이의 눈동자가 떨렸다.
“...같이 있었어. 근데... 사라졌어.”
그 목소리는 작았지만 분명했다.
“비행기가... 진짜로 떨어졌어.”
2017년 6월 20일, 18시 04분 / J-S4 상부 외곽
SC-0 정리조가 현장에 도착했다.
루카는 여전히 서버 건물 외벽에 기대 있었다.
정리조 대장이 말했다.
“혼자냐?”
루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혼자야. 그리고... 늦었어.”
“무슨 뜻이지?”
루카는 잠시 침묵하다가, 웃으며 말했다.
“진짜로 기억하는 사람은
지금, 너희가 절대 도달할 수 없는 곳에 있어.”
정리조 대장은 무전기로 응답했다.
“타겟 확보. 진입 개시하겠습니다.”
그 순간.
서버실 내부에서 짧은 고전압 충격음이 들렸다.
루카의 자폭 트리거 작동.
전원선이 끊기고, 화이트박스 백업 채널은 꺼졌다.
정리조 대장이 외쳤다.
“백업 라인 차단됨! 통제권 상실!”
불과 몇 초 후,
J-S4 지하, 그 어두운 곳에서, 또 다른 메시지가 깨어났다.
화면이 다시 켜졌다.
그리고 메시지가 떴다.
“그날을 기억하는 단 한 명이 남았다.”
핀은 조용히 아이의 손을 다시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