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을 없애는 방법

불타는 기록, 움직이는 증인들

by 피터팬


2017년 6월 20일, 17시 42분 / 서울 외곽, 4번 창고


차량 엔진 소리가 멀어지고 있었다.

후드를 쓴 인물이 떠난 지 몇 분도 채 되지 않아, 검은 SUV 두 대가 더 도착했다.


SC-0 긴급 대응조였다.

차문이 열리고, 통일된 무장을 갖춘 네 명의 요원이 빠르게 내려 창고를 에워쌌다.


“열흘 전 폐쇄된 동선입니다. 내부는 비어 있는 걸로 위장됐었죠.”


“명령은?”


“기록물 파기, 그리고 현장 흔적 일체 제거.”


요원 둘은 작은 캐리어 박스를 꺼내 들었다.

그 안엔 공냉식 마이크로 연소 장비와 파쇄용 이온 충격기, 그리고 소형 탄소 블록 복원기까지 있었다.

그들은 이미 익숙한 손놀림으로 서버실의 메인 보드를 분해하고, 바닥 케이블 라인을 파고들었다.


“여기서 프레임이 송출됐다고? 이 장비로?”


“화이트박스 서브 노드 흔적은 감지됨. 근데... 내부에서 누가 손을 댄 거 같진 않아.”


“선이군.”


한 요원이 낮게 중얼댔다.


“우리가 모르는 내부, 또 하나의 내부. C1이 왜 조용히 있는지 이제 알겠네.”


잠시 후, 서버 한 대가 폭음과 함께 연기 속으로 사라졌다.

긴급 명령에 따라 ‘백도어 가능성이 있는 장비는 복구가 아닌 완전 소각’이었다.


“서버 로그도 흔적 없게 날려.”



“포맷만으론 안 돼. 아예 트랜지스터 단위로 갈아버려야 해.”


모든 걸 불태우기 직전, 한 요원이 서버 라벨 옆에서 USB 포트를 확인했다.

그리고 말없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빠져나갔군.”


2017년 6월 20일, 17시 48분 / 양양, 폐 전선창고 지하 외곽


핀은 아이를 안고 무너진 콘크리트 틈 사이를 빠져나왔다.

연기 냄새와 탄흔이 뒤섞인 공기 속에서, 그들은 말없이 숨을 죽였다.


아이의 얼굴엔 피가 묻어 있었지만, 그건 본인의 것이 아니었다.

아이는 조용히 물었다.


“할아버지는... 어디 가요?”


핀은 대답 대신 손을 꽉 쥐었다.

그리고 말했다.


“지켜줄게. 끝까지.”


그 순간, 그의 무전기가 다시 울렸다.


“핀. J-S4 입구 확인. 루카 도착했다. 아이를 이송하라.”


“응답 완료. 5분 내 도착 예정.”


핀은 철제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왔다.

햇빛은 이미 기울었고, 나무 사이로 퍼지는 황금빛에 아이의 눈이 가늘게 떴다.


“저거... 하늘이야?”


“그래. 우리가 아직 도착하지 않은 곳.”


그들은 풀숲 사이를 걸어, 마지막 비인가 진입로를 향했다.


같은 시각 / SC-0 작전 회의실


“4번 창고 정리 완료. 파기된 데이터 백업 흔적 없음. 누출된 건 RJ88A 관련 프레임 단 한 조각.”


“그 한 조각이면 충분하다는 게 문제지.”


C1은 의자를 돌려 뒷벽의 화이트보드를 바라봤다.

거기엔 하나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RJ-88A 탑승객 전원 리스트.

가운데, 한 아이의 증명사진.

그리고 빨간 펜으로 표시된 문장.


“우선 제거대상 아님, 감시 지속.”


B3가 물었다.


“계속 살려둬도 되는 겁니까?”


C1은 짧게 대답했다.


“아니. 이젠, 그 아이가 모든 계획의 중심이야.”


그 순간, SC-0 전체에 경보가 울렸다.


화이트박스 제어 채널 재접속 감지
출처 불명, 내부 우회 신호 발생


C1이 고개를 들었다.


“...시작됐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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