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양도 표류통의 편지

떠올라선 안 될 기록

by 피터팬


8월 15일.

제주 한림항에서 배를 타고 비양도로 들어갔다.

관광객이 빠진 늦여름 평일이었고, 섬은 조용했다.

유튜브에 올릴 브이로그를 찍기 위해,

나는 작은 카약을 대여해 비양도 북쪽 무인 해안선을 돌기 시작했다.


파도는 잔잔했고,

바람도 거의 없었다.

비양도 북서쪽을 돌 무렵,

해무가 낮게 깔리기 시작했다.


그때, 수면 위로 무언가 떠 있었다.

처음엔 부표인 줄 알았지만 가까이 다가가자

녹슨 철제 통 하나가 출렁이고 있었다.

뚜껑은 반쯤 열린 채, 기름기 어린 막이 번들거렸다.

나는 장갑을 끼고 그것을 조심스럽게 들어올렸다.


통 안에는 젖은 천조각에 싸인 쪽지 한 장과 흑백사진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쪽지에는 번진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살려주세요.

8월 14일, 파도가 바뀐 뒤 길을 잃었습니다."


날짜를 보고 나는 순간 얼어붙었다.

어제 날짜였다.


흑백사진은 낡아 있었지만,

4~5명의 남녀가 작은 배 위에서 웃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입고 있는 옷이 요즘 스타일은 아니었고,

배경도 흐릿했다.

사진 뒷면에는 아무런 정보도 없었다.


나는 영상 촬영을 멈추고 서둘러 항구로 돌아왔다.

다음 날 오전, 한림 해양경찰서에 신고했다.

통의 발견 위치, 시각, 내용까지 모두 설명했고,

그날 촬영한 영상도 증거로 제출했다.


며칠 후, 해경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2023년 8월 14일, 비양도 북측 해역에는 어떠한 선박 기록도 없었다는 통보였다.

기상청 해상 출입 및 조난 로그, CCTV, 레이더 모두 “해당 시간, 해당 지점엔 아무도 없었다”고 했다.

그저 떠밀려온 오래된 물건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만 덧붙였다.


나는 해경 사무실에서 나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날 찍은 영상을 조용히 비공개로 전환했다.


그리고 이틀 후,

유튜브 관리자 페이지에서 이상한 걸 발견했다.

비공개 처리한 그 영상에,

댓글이 하나씩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공개 상태도 아닌데.

링크도 외부에 공유하지 않았는데.


처음엔 ‘버그인가’ 싶었다.

그런데 내용이 이상했다.


“0814 북측 해안. 다시 확인해.”

“0814 북측 해안. 다시 확인해.”

“0814 북측 해안. 다시 확인해.”


전부 같은 문장.

계정은 전부 달랐고,

시간을 두고 하나씩 하나씩 올라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달린 댓글 하나.


‘33.39652, 126.13670’


그 좌표를 검색한 순간,

나는 다시 온몸이 굳었다.


그건

내가 그 철통을 건져 올린 정확한 위치였다.







책에 수록될 괴담은 독자 여러분의 실제 경험,

전해들은 이야기, 혹은 오래된 전설 등

다양한 형태로 받고 있습니다.

여러분만의 괴담이 있다면 아래 주소로 보내주세요.

이메일: love1cm@hanmail.net



keyword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