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정한 거리

길었던 우리의 거리

by 피터팬


우리는 결국, 거리를 없앨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 거리를 받아들여야 했다


한 달에 한 번 얼굴을 보고,

한 달은 내가 올라가고,

다음 달은 아내가 내려오는 식으로 번갈아 살았다.


멀리 떨어져 있으니

보고 싶은 마음은 늘 채워지지 않았지만,

정해진 약속 하나가

우리를 붙잡아 주는 버팀목이 되었다.


처음엔 특별한 데이트로 시간을 채웠다.

전시회를 예약하고, 맛집을 찾아다니며

만나는 하루를 빽빽하게 채우려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는 알게 됐다.


굳이 대단한 일을 하지 않아도,

같은 자리에 앉아 밥을 먹고

서로의 하루를 묻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특별하다는 걸.


그렇게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나는 혼자가 되는 법을 배웠고,

아내는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웠다.


멀리 떨어져 산다는 건

누구에게는 실패처럼 보일지 몰라도

우리에게는 또 다른 방식의 동행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아내의 서울 생활이 끝났다.


3년 동안 이어온 긴 거리두기는

드디어 막을 내렸다.


다시 제주로 내려온 그녀와 나는

한 집의 불을 함께 켜고,

한 식탁에 나란히 앉아

같은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


멀리 떨어져 있던 시간은

우리 사이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흔들렸지만 무너지지 않았고,

외로웠지만 끝내 포기하지 않았다.


이제 우리는

다시 같은 길 위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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