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김치가 잔뜩 있어도

- 섞박지

by Cha향기

무가 몸에 좋다는 말을 어디서 들었는지? 남편이 무 한 개를 사 왔다. 그런 무는 처음이었다. 푸른 부분은 물론 끄트머리까지 매운맛이라곤 없었다. 마치 과일을 먹는 듯했다. 그래서 무를 스틱처럼 썰어 놓고 심심찮게 먹고 있다.


그러던 중 휴대폰에 섞박지 담그는 영상이 올라왔다. 레시피를 보니, 섞박지는 김장 축에 들지도 않을 정도로 담그기가 쉽다. 그래서 그 가게로 달려가서 달고 맛있는 무를 샀다.


IE003557218_STD.jpg ▲ 달고 맛있는 무


사실, 우리 집엔 김장 김치가 충분하다. 굳이 섞박지를 담그지 않아도 된다. 올해도, 무려 다섯 군데서 김장 김치가 들어왔다. 내겐 남달리 김장 김치에 얽힌 미담이 참 많다. 섞박지를 담그며 그 기억을 떠올려 본다.


IE003557219_STD.jpg ▲ 해마다 김장 김치를 전해주는 손길이 많다. 힘든 우리를 위로하는 따뜻한 맘이다.


김장 김치 퍼레이드


결혼 후 20여 년 동안은 시어머니가 담갔던 김장 김치를 먹었다. 그러다가 아들이 사고를 당하여 우리의 삶이 마구 흔들렸다. 그때 우리는 모든 일상을 내팽개쳐 두고 아들이 입원한 포항으로 내려가 투룸 월세방을 얻었다.


아들이 사고를 당한 게 11월 초였으니, 곧장 김장철이 되었다. 월세방에서는 잠만 잤고 식사는 밖에서 사 먹는 생활이었다. 그즈음 셋째 동서가 김치 한 통을 가져왔다. 동서는 김장 김치를 냉장고에 채우고 묵은지는 우리에게 들고 왔다. 동서가 전해준 묵은지로 집밥을 해 먹으니 밍밍했던 입맛이 제대로 돌아왔다. 그 이듬해에, 동서가 자기 친정에 부탁해서 담근 김장 김치가 도착했다. 그 김치는 전라도 완도에서, 젓갈 듬뿍 넣고 담근 김치라 감칠맛이 끝내줬다.


그다음 겨울에는, 영양교사인 둘째 동서가 김장 김치를 주문하여 보내왔다. 그 김치는 담백하고 신선했다. 동서가 어련히 잘 알아서 맛있는 김치를 골라서 보냈을 것이다.


또한 노회 소속 S교회가 김치를 챙겨주었다. 그렇게 시작한 S교회 김장 김치 셔틀은 10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다.


게다가 시댁 당고모님이 해마다 김치 한 통을 싣고 오신다. 고모님이 김장 김치를 가지고 오시면, 그 이전 해에 받았던 김치통과 서둘러 준비한 극상품 과일 상자를 전해 드리곤 한다.


섞박지 담그기


맛있는 무를 보관하는 법으로 섞박지만 한 것이 없을 것 같다. 그렇게 해서라도 맛있는 무를 갈무리해두고 싶었다. 그냥 두면 무에 바람이 들거나 얼어버린다. 섞박지로 담가 두면 생김치로도 먹어도 되고 익어도 좋다. 또한 봄, 여름에 섞박지를 깔고 생선찌개를 해도 된다. 후루룩 쉽게 담글 수 있는 게 섞박지다. 섞박지를 담그고 나니 마침내 김장이 끝난 것 같다.

IE003557220_STD.jpg ▲ 달고 맛있는 무로 섞박지를 담갔다. 싱싱한 무청은 시래기로 삶았다.



[섞박지 담그는 법]

- 감자칼로 무 껍질을 벗긴다.

- 깍두기 보다 굵고 크게 썰어준다.

- 굵은소금으로 절인다. (소금물 X)

- 소금 간 할 때 설탕을 약간 넣는 것이 팁이다.

- 30분 이상 절인다.

- 채에 걸러 물기를 충분히 뺀다.

- 고춧가루를 먼저 넣고 버무리면 색감이 좋다.

- 다진 마늘, 생강가루, 액젓, 대파등을 넣고 버무린 후 마지막에 통깨를 송송 뿌린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김장이 끝나야 월동 준비한 것으로 여긴다. 인터넷으로 구할 수 있는 김치가 많다. 또한 반찬 가게에서 사 먹을 수도 있다. 그런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따뜻한 손맛이 들어간 김장 김치가 가득하니 겨울나기 걱정이 없다. 올해는, 섞박지도 있으니 더욱 맘이 푸근하다.


중증 환자 아들을 건사하느라
힘들고 어려운 길을 가고 있지만
이렇게 챙겨주는 인정으로
견딜 힘을 얻는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188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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