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걸 찾으려고 인터넷 서핑을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도대체 이것의 이름이 뭘까? 이것의 이름을 나는 모른다. 남편도 모른다. 활동보조사들도 모른다.
이것을 비상용으로 하나 더 구하고 싶었다. 그런데 도대체 정확한 이름을 몰라서 구할 수가 없었다. 어디서 본 것 같으나 무엇에 쓰인 것인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이름을 알아야 검색할 수 있잖은가?
이것은 중중환자인 아들의 뱃줄에 끼워 두는 것이다. 식사가 주입될 때는 사진과 같이 해 둔다. 식사가 끝나면 뱃줄을 그 옆 좁은 구멍 쪽으로 밀어 둔다. 그러면 투여했던 식사가 역류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하찮아 보이지만 아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클립~
집게~
플라스틱 클램트~
플라스틱 클립~
미니 클립~
굵은 곳으로 치웠다가 좁은 곳으로 하는 클립~
구멍 크기가 서로 다른 클립~
과자 봉지 집게~
저런 검색어를 입력하고 엔터를 누르면 수백, 수천 개의 물건이 즐비한다. 그러나 그것들은 내가 찾던 것은 아니었다. 모두가 내게는 무용지물이었다. 유독 그것만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에 숨겨져 있단 말인가?
그 무엇으로 검색해도 이것을 찾아낼 수 없었다.
▶ ▶ ▶
아들이 사고를 당한 후 몇 차례 대수술을 받았다. 그런 후에 목관 삽입을 했다.
영양공급을 위하여 콧줄 시술도 했다. 생전 처음 당하는 일이라 뭐가 뭔지도 몰랐다. 의료진이 하자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한 동안 콧줄을 하고 지내다가 주치의의 권유로 위루관 시술을 했다. 일명 뱃줄이라 한다. 본인이 의식이 없고 입으로 먹을 수 없는 환자이니 배를 통하여 위나 소장에 직접 관을 삽입하는 것이다.
그런데 입원생활을 했을 때(약 6년간) 간병인이 저 클립을 채워두었다. 어디서 구했는지 그것의 이름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 채로 5년의 세월이 더 흘렀다. 아들은 10년 넘도록 그 뱃줄을 통하여 식사를 하여 생명을 이어오고 있다. 그 클립은 10년간 아들의 뱃줄 지킴이 역할을 해왔다. 매년 시술을 할 때마다 우리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그 클립을 따로 챙겨두었다.
아무래도 여유분의 클립 하나 정도는 더 있어야 할 것 같았다. 몇 차례 검색해 본 적이 있다. ('검색의 여왕'이란 별칭을 가진 나지만) 그러나 그것을 찾지 못했다.
뱃줄은 매년 한 번 교체한다. 누군가에게는 불필요한 것이라 한낱 쓰레기에 불과하겠지만 아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다. 만약 뱃줄의 유동식 식사 투입구 뚜껑이 열리게 되더라도 저 클립이 막고 있는 한 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근데 나는 저것을 어딘가에서 본 적은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디서 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력 좋은 남편에게 물어봐도 마찬가지였다. 본 적은 있는데 뭔지는 모르겠단다.
찾고 찾다가 포기했다. 혹시나 하고 옆 자리의 동료 선생님께 사진을 보여주며,
"이거 혹시 본 적 있으세요?"라고 내가 물어봤다.
"제 동생이 병원에 근무하니 한 번 물어볼게요."라며 말했다.
"그것을 챙겨 꽂았던 간병인한테 물어보세요." 그 선생님이 툭 던지듯 말했다.
본인도 인터넷에 혹시 그런 게 있나 찾아보더니 쉽게 찾아지지 않을 것 같은 모양이었다.
"별 것도 아닌데 그런 걸로 전화하기가 좀 그래서..."
그 간병인에게 전화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분은 6년간 나의 아들을 돌봤다. 사정이 생겨 아들이 자택으로 돌아오는 바람에 그분과 생이별을 했다. 그때 그분은 아들과 헤어지는 것이 안타까워 살이 빠질 정도였다. 매일 잠을 이루지 못하고 심리적으로 매우 힘들어했었다. 그렇게 아들이 그분에게 정만 남기고 떠나왔던 것을 알기 때문에 이런 하찮은 일로 전화하기가 뭣했다.
일주일 후에 아들은 위루관 교체 시술을 하게 된다. 이번에는 기필코 클립을 하나 더 구해보겠다고 결심했다.
결국 용기를 내어 간병인에게 연락했다.
"아, 그것? 생각이 잘 안 나네요."
간병인도 그것을 어디서 구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 데 잠시 후에,
간병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 시간에 동료 선생님에게서도 연락이 왔다.
동시에 연락이 왔다.
일이 되려니 그냥 쉽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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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거? '환자 소변줄'을 사면 끼워져 있는 것이에요." 간병인이 생각이 떠올랐던 모양이다.
"감사합니다. 잘 알겠습니다."
'아, 맞다.'
그거였다. 아들이 수술 직후에 중환자실에서는 소변줄을 삽입하고 지냈다. 그래서 그것이 생소한 물건이 아니었던 것이다. 본 적은 있는데 언제 어디서 봤는지 기억을 못 했던 것이다.
어쨌거나 그것은 뱃줄에 끼워 유용하게 사용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 불가한 것이다.
동료 선생님도,
"소변줄을 구입하여 그 클립만 따로 해체해 낸 거라네요."라고 카톡으로 답장을 보내왔다.
"맞아요, 저도 방금 알아냈어요. 간병인에게 연락을 했거든요."
수년간 찾고 찾았는데 드디어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냈다.
'의료용 소변줄'이라고 검색하니 주르륵 그 클립이 보였다.
검색어 하나를 정확하게 넣으니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마치 자물쇠에 맞지 않은 열쇠를 넣고 문을 열어 보겠다고 용을 썼던 격이었다. 그동안...
아침에 출근하니 동료 선생님이 내 책상 위에 앙증맞은 그 찾고 찾았던 클립을 올려 두었다. 그게 뭐라고? 눈물이 핑그르르 돌았다.
손가락 만한 그것을 보는 순간 보물을 얻은 것처럼 기뻤다.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구할 수 있게 됐다.
옛사람들은 쌀을 창고에 가득 쌓아두거나 땔감이 그득하면 걱정이 없다고 했다. 김장을 끝내고 나면 마음이 든든하다고 했다.
나도 지금 그렇다. 조그마한 물건 하나를 챙겨두니 걱정이 다 사라지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