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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시poem작 1 17화

신호등 앞에서

- 일상 멈춤

by Cha향기

신호등 앞에서



신호등 앞 널목 서둘러 건너고 싶다,

그러나 빨간 눈 부릅뜨고


절대 안

죽고 싶냐

껌뻑껌뻑 신호등이 눈총을 준다


신호등 빨간불 앞에서 나노미터 만한 휴가 갖는다

그 찰나에 별 생각을 다 한다

일상을 멈춘


맞은편에서 발목 묶인 몇 사람이 나를 보고 있다


- 노트북 가방을 든 신사 집을 사러 가는 ?

입꼬리가 올라갔다


- 비니 모자 쓴 중년의 여인 아들이 휴가 나?

손에 잔뜩 먹거리를 들고 있다


- 천지 분간 못하는 초딩 PC방으로 고 있나?

출발선 앞 육상 선수 모양새다


- 유모차에 실린 새싹 둥이

건널목 위를 달리는 자동차를 식별하고 있다

페라리, 람보르기니, 테슬라, 혼다 어코드, 봉고...


- 내 삶의 신호등은 고장 난 것 같다*

12년 전에 켜진 삶의 빨간 불이

초록으로 바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만유의 주께 신호등 AS를 신청해야 할 듯


신호등 앞에서, 나는

초록불을 기다리

말없이 서 있다




* 2012년 대학 3학년이었던 아들이 사고로 중증환자가 됨

#신호등 #빨간불 #파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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