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a향기와 찬양Lim Feb 09. 2024

동태전 말고 황태전~

- 황태전에 곁들인 '배, 나박 깍두기'

명절만 되면 '명절 독박'으로 살아왔다. 결혼 후 종갓집 맏며느리라 그랬다. 그러다가 12년 전부터는 중증환자 아들을  간병해야 하므로 명절 평상시보다 힘들었다. 왜냐하절이 되면 간병을 내려놓고 귀성길에 오르는 간병인이나 활보쌤이 있어서 그 빈자리를 내가 땜빵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는 아들을 돌보는 활보쌤들이 자신파트에 정상 근무한단다. 처음 있는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명절 연휴 내내 아들 간병을 완전히 내려놓을 정도는 아니었다.


이번 달부터 새로 근무하게 된 활보쌤이 한 분 있. 분이 간병하는 일에 익숙해질 때까지 지켜보며 함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명절 휴가 사흘(금, 토, 일) 나는 아들이 있는 본가에 들러야 한다. 오후 1시부터 7시까지(6시간)는 그 활보쌤을 도와야 한다. 그래도 예년에 비하면 그 쯤이야 식은 죽 먹기다.


https://brunch.co.kr/@mrschas/335




그래도 이번 명절은 맘부터 했다. 예년에 비해 명절 기분이 많이 날 것 같았다. 명절이라고 하면 이쯤은 되어야 명절 맛이 나지 않겠는가?


어제는 남편을 대동하여 재래시장에 갔다.  캐리어를 끌 남편은 백팩을 둘러맸다. 든든한 짐꾼 한 분을 아부시고(앞세우다의 경상도 방언) 시장 안으로 들어갔다.


먼저, 남편이 먹고 싶어 하는 홍어를  갔다. 전라도에 있는 시장이라면 모든 점포에 홍어가 진열되어 있었을 텐데... 여긴 달랐다. 전라도는 홍어가 없으면 상차림이 아니라 할 정도다. 명절이 되니 남편이 향수를 느낀 모양이다. 명절이면 먹곤 했던 어가 그웠던 것이다.


어물전을 몇 군데나 거쳐도 홍어가 보이지 않았다. 겨우 홍어를 한 팩 샀다.

반찬 가게에서 파김치, 잡채, 삼색 나물을 샀다. 떡국떡과 약밥, 식혜, 그리고 수정과도 샀다.


웬만한 반찬 가게는 모두 임시 전집으로 바뀌어 있었다. 시장은 온통 지글지글 전을 부치고 있었다. 전집에서 동태전, 육전, 깻잎전을 샀다. 명절에는 전이 있어야 제격이다.


다행히 과일과 야채는 사지 않아도 됐다. 지인이 순무김치와 무말랭이 무침을 보내왔고 과일도 종류대로 준비되어 있던 터였다.


붐비는 시장을 빠져나와 점에 들러 떡국을 끓일 때 넣을 한우 국거리를 샀다. 그러나 구이용 한우는 사지 않았다. 올해는 한우 대신 장어구이를 해 먹을 참이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생긴 민물 장어집에서 장어구이와 장어탕을 샀던 적이 있다. 맛이 괜찮았다. 딸 내외와 함께 한 번 먹으려고 맘먹고 있었다. 구운 장어와 장어탕을 샀다. 장어를 애벌구이를 하여 진공팩 한 것이라 집에서 잘 자른 후에 한 번 굽기만 하면 됐다.


마지막으로 매운 갈비찜 가에 들렀다.


"갈비찜 포장 되죠."

"당연하죠."

"한 번 먹으며 되는데 번거롭게 집에서 갈비찜을 하느니 포장해 가려고요."

"그러시군요."

"내일 가지러 올 테니 미리 주문 좀 받아주세요."


매운 갈비찜은 맛이 일품인 가게다. 그래서 종종 이용하고 있다. 갈비를 사서 핏물 뺀 후에 재웠다가 냄새 풍기며 찜을 하기보다 그냥 포장해 오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참 편한 세상이다 싶었다.


그런데 사위한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직접 손으로 만들어 대접해야 하는데 온통 '메이드 in 전통시장'이라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러나 사위는 바쁜 내 삶을 알고 있다. 그래서 이런 장모를 이해할 것으로 믿고 있다.




장을 충분히 봤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요리가 있었다. '동태전 말고 황태전'을 부칠 계획이었다.

리를 하지 않고 이번 명절을 보내려 했었다. 그런 나의 결심을 무너뜨린 것이 바로 '황태'였다. 선물로 들어온 황태를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한 번도 해본 적 없황태전을 부치기로 했다.


황태 봉지 속에 동봉된 카탈로그에 '황태전' 레시피가 있었다.

레시피대로 황태전을 부쳤다.


남은 계란물과 밀가루를 버리자니 아까웠다. 냉동실에 있던 다진 파를 챙겨냈다. 다진파와 버물려 파전을 한 판 부쳤다. 담백한 맛이었다.


느끼한 명절 음식을 캄푸라치 할 게 필요했다. 냉장고에 무 반 개가 있었다. 배와 무를 깍둑썰기를 했다. 양파도 함께 넣어 '배, 나박 깍두기'를 담갔다. 황태전과 그 깍두기는 찰떡 궁합이었다.


황태전과 '배, 나박 깍두기'로 명절 요리를 끝냈다.
그 외 다른 것은 모두 시장에서 샀다.

시장에는 음식을 직접 만들기보다는
차라리 만들어 놓은 것을
사려는 사람들이 미어터지도록
많았다.


(P.S. 황태전을 부칠 계획이 있었으면서 동태전을 사온 나는 정신이 없는 듯하다. 아침 요기용으로 남편은 바나나 한 꾸러미를 백팩에 집어 넣었고 나는 마약 모찌 2개와 한과도 한 봉지 챙겨넣었다.)


#명절  #명절독박  #황태전  #동태전 #배, 나박 깍두기 #전통시장  

이전 01화 '최애 반찬'을 알게 되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