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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향기와 찬양Lim Mar 18. 2024

<1일 1 마사지!> 해 봤습니다

- 마사지와 친해지다

푸꾸옥에서 첫 일정은 스파에 가는 것이었다. 6시간 비행 후에 잠깐 잠을 잤다. 그럴 때 받는 마사지는 어떤 효과가 있을까?




한 건물에 스파샵이 하나씩 있을 정도였다. 간판은 '스파'라고 적혀 있지만 '마사지샵'이었다.


"우리, 1일 1 마사지해요."


여행이 시작되기 전에 사위가 말했다.


'무슨 마사지를?'


나는 내키지 않았다. 원래 나는 마사지 좋아하지 않았다. 평생에 딱 한 번 마사지를 받아봤을 뿐이었다. 그런데 남편과 딸은 마사지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사위 그 제안에 부녀는 싱글벙글했다. 사위는, 매일 마사지를 받으면 쌓인 피로를 날릴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스킨십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스킨십에 익하지 않아서 그런 듯하다. 그런데 남편은 내가 피곤하다고만 하면 나의 발이나 종아리를 주물러 댔다. 나는 그게 딱 싫었다.


대만에 갔을 때였나? 아니면 북경이었는지? 홍콩이었는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는다.

우리 일행은 홀 안으로 들어가 단체로 마사지를 받았다. 남녀 모두 스무 명 정도 됐다. 모두들 마사지를 받는다는데 나만 빠질 수가 없어서 난생처음으로 마사지를 받았다. 전신 마사지는 아니었다. 그런데 내 담당 마사지사가 큰 소리,


"언니, 피부 너무 좋다. 너무 하얗다."

"언니, 허벅지 너무 예뻐."


그러잖아도 마사지받는 것이 싫은데 마사지사가 그 말을 몇 번이나 외쳐댔다. 창피했다. 다른 마사지사들은 입 다물고 조용한데... 혹시 팁을 바라고 한 말일까? 그런데 기분 나쁘지 않았다. 맘에 없는 소리는 아닐 것 같아서 그분에게 듬뿍 팁을 집어 주었다. 팁은 그럴 때 탄력을 받나 보다.




푸꾸옥에서 첫날에 들렀던 마사지샵은 <모닝 투어> 패키지에 연결되어 있는 곳이었다.


[사진: '트리플'에 링크된 사진 캡처, 첫날 마사지를 받았던 곳, 웰컴티를 마신 후 마사지를 받으려고 대기하고 있다.]


마사지샵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얼음을 띄운 달콤한 웰컴티가 나왔다. 차 대접부터 받았다. 마사지 전에 수분을 보충하는 의미도 있겠지만 차 한잔은 서먹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데 한 몫했다.


우리 일행은 한 방에 들어갔다. 침대 4개가 나란히 있었다. 각 침대마다 커튼이 드리워져 있었다. 90분간 온몸의 부분 부분을 어루만짐 받았다. 나는 늘 목이 뻐근하고 어깨 부분이 뭉쳐있었다. 마사지사는 내 몸에 대해 체크한 눈치였다.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처럼 내 몸을 수종 들고 있었다.

그렇지만 마음 한 구석에 미안한 맘도 들었다. 직업적으로 온종일 이 일을 하려면 손가락 관절이 남아나는지?  '극한 직업'이 따로 없다. 마사지사는 참 힘든 직업 같았다.


그런데 마사지를 무턱대고 받으면 안 되는 것이었다. 웰컴티를 다 마시고 나니 마사지받기 전에 각자에게 설문지를 내주면서 원하는 오일을 체크하라고 했다. 라벤더, 페퍼, 코코넛 오일 등등...

그리고 원하는 마사지 강도도 체크하게 했다. 나는 '약하게'를 체크했다. 딸과 남편은 '중'으로 했고, 사위는 '강'으로 했단다. 그랬던 사위는, 저녁에 "악, 악!" 하는 소리를 내며 고통스러워했다. 결국 사위의 팔뚝에 멍이 들었다. 마사지사들의 악력이 괴력이었다. 피로를 풀려다가 오히려 멍이 들었다. 사위는 뒷목도 뻐근하고 아파서 결국 저녁에 진통제를 먹었다.


둘째 날의 일정 마무리 시간에, 검색하여 컨택된 마사지샵으로 갔다. 주로 사위가 예약했다. 검색한 후에 '카카오 플러스 친구'를 맺어 예약하면 된다고 했다. 그냥 한국어로 채팅을 해도 그들이 번역기를 돌려 상호 소통이 됐단다.


그날은 먼저 웰컴티를 대접받고 족욕 마사지를 받았다. 여행 중 하루의 마무리 시간에 마사지받기에 앞서 족욕 마사지부터 하는 것은 굿 아이디어였다. 그곳은 남자끼리, 여자끼리 한 방에 들어갔다. 첫날보다 내게는 만족도가 더 좋았다. 침대 매트로 사용된 새하얀 순면 대형 타월이 맘에 들었다. 첫날은 극세사로 된 매트였다. 그래서 기분이 좀 별로였다. 역시 몸에 직접 닿는 것은 순면이 최고다. 그런데 마사지를 끝낸 후 서로 얘기를 해보니 남성팀은 만족도가 좀 떨어졌다. 남자의 손바닥이 다소 거칠거칠했단다. 그리고 사위를 마사지했던 분은 초보였고... 그러다 보니 그날의 마사지 체험 만족도가 엇갈렸다. 마사지는 좋았지만 전 날 받았던 마사지와 비교하니 네 사람 모두 리뷰가 제각각이었다.



셋째 날의 마사지는 부부끼리 들어가라고 했다. 그곳은 1회용 부직포 팬티를 입고 마사지를 받게 했다. 그런 면에서 마사지샵마다 조금씩 방법이 달랐다. 마사지를 꺼렸는데 점점 마사지와 친해졌다. 평생 쌓인 몸의 피로가 다 풀리는 것 같았다. 그동안 몸속에 쌓였던 피로를 다 날리는 기분이었다. 그곳에서는 나도 모르게 코를 골았다. 피로가 풀리니 살짝 졸았던 모양이다. 그곳은 머리 마사지도 꼼꼼하게 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마치 이 잡듯이 문질러 댔다. 피로는 얼씬거리지 못할 것 같았다.


마지막 날은 '발 마사지'만 받았다. 일정이 바쁠 때는 발 마사지만 받는 것도 권하고 싶다. 이것도 꽤 시원했다. 마사지샵마다 웰컴티를 내오고 마사지가 끝난 후에 또 한 잔을 대접하는 것은 공통적이었다. 우리 일행에 앞서 마사지를 받고 있던 사람들은 5~6명이었는데 가족인 듯했다. 한국인이었다. 어디나 한국인들이 많았다. 그래서 어떤 화실에는 아예 한국어로 주의 사항을 적어둔 곳도 있을 정도였다.

발마사지의 장점은 옆 침대에 있는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덜 지겹다. 그 가족들은 낄낄대며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한편, 마사지사들은 베트남 말로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이색 풍경이었다. 마치 쌍나팔을 부는 듯했다. 두 나라 언어가 섞여 가관이었다.

전신 마사지를 받을 때는 90분간 숨 죽이고 잔잔한 음악만 흘렀는데...


마사지사들은 교육을 받았는지 눈만 마주치면 아주 오래전부터 친했던 사람처럼 환하게 웃었다. 말 한마디 통하지 않지만 마사지사들이 손님들을 얼마나 존중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손님을 아주 극진하게 대하고 있었다. 마음결이 참 고운 사람들처럼 보였다. 그 힘든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저렇게 밝은 미소로 손님들에게 눈인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했다.


하여간 마사지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사라졌다. 이제 앞으로 기회만 닿으면 마사지를 받고 싶어졌다.




남편과 딸은 푸꾸옥에서 받은 마사지가 매우 좋았던 모양이었다. 한국에 돌아온 이튿날부터 근처에 마사지샵이 있는지 검색하고 있었다. 그리고 전신 마사지와 발 마사지 가격도 일일이 비교하며 알아보고 있었다. 조만간 아무래도 가족끼리 한국에서 마사지받으러 한 번 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가까운 곳에 적정 가격의 마사지 샵이 있다면 정기적으로 다니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렇게 한다면,
나는 못 이기는 듯이
따라가서
마사지를 받아야겠다.


#푸꾸옥 #마사지 #웰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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