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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향기와 찬양Lim Jul 11. 2024

'별미 국수'를 먹었어요

- N으로 시작하는 Noodle (국수)

삼시 세끼를 준비하는 일이 주부에겐 고역이다.

일전에 발행했던 브런치 글에서도 주부의 노고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어나더 레벨 레시피가 뚝딱뚝딱!


그래서 몇 번 남편에게 투덜댔다.


"사실, 전업 주부에게 나라에서 소정의 급여를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 말에 남편이 벙쪘다. 뭐라고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전업 주부 생활을 몇 개월 해 보니 주부의 노동이 깡그리 무보수라는 것이 섭섭했다.

직장에서 근무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는 없지만 집안일도 보통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번 아웃 되지 않으려고 일주일에 몇 번 정도는 간단하게 별미를 먹는다.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별미는 콩물국수였다.

국수를 삶은 후에 콩물만 부으면 끝이다.

콩물은 반찬 가게에서 사거나 인터넷 주문을 하면 된다.

찐 계란이나 오이채 등을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라면이나 밀키트로 한 끼를 해결해도 되겠지만,

나이를 먹으니 건강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먹거리를 챙기게 된다.


별미 중에서 손쉬운 것이 국수였다.

나는 국수를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데 남편은 국수를 꺼리는 편이었다.

그런 남편이 메밀국수는 마다하지 않았다.

알고 봤더니 남편이 국수 자체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밀가루를 기피하려고 그랬던 것이다.





메밀국수는 메밀 함량이 대부분 30% 정도다.

그런데 메밀 함량 100%인 제주산 메밀국수는 가격이 상상 외였다.


"그래도 건강을 생각한다면 값을 따지지 말아야지."

 

메밀 100%인 국수의 가격이 비싸다고 했더니 남편이 한 말이다.

먹을 것이 없어서 어릴 때 배고파 본 적이 있던 사람이다. 

그런 것을 보면 세월이 참 좋아졌다.


겨우 500g에 15,000원이나 하는 제주산 메밀국수를 남편이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나는 그 메밀국수의 국수 가락을 세면서 먹을 판인데...


여하튼 이번에 별미랍시고 메밀국수를 해 먹었다.

생각보다 간단한 요리다.

국수를 삶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 메밀국수 레시피를 공유하고 싶다.

이름하여 '고기 고추 장아찌 메밀국수'다.


일단 메밀국수를 준비한다.
바비큐 오리고기 슬라이스가 있어야 한다.
결정적인 옵션은 바로 청양고추 장아찌다.
(밑반찬으로 해둔 감자채 볶음이나 호박 볶음도 있으면 좋다.)
오이채, 양상추, 상추 등도 필요하다.


메밀국수를 잘 삶은 후에 소바 트레이 메밀판에 올려 두듯이 소쿠리에 건져 둔다.

재래시장에 바비큐 기계에 닭이랑 오리를 통째로 빙글빙글 돌려 굽는 곳이 있다.

그것을 슬라이스 포장으로 판매한다.

여차하면 마트에서 훈제 오리 슬라이스를 구입해도 된다. 

고추 장아찌는 적당한 크기로 썰어서 장아찌 국물과 함께 준비해 둔다.


이 국수는 잔치국수와 비빔국수의 중간이다.

육수에 말은 국수도 아니요, 열무김치말이 국수도 아니다.

그렇다고 비빔국수라고 할 수도 없다. 제주도 특유의 국수인 돼지고기 수육을 고명으로 올린 '고기 국수'에서 착안한 별미 국수다.


각자 앞 접시를 준비한다.

먼저 상추나 양상추, 오이 채 등을 접시에 올린다.

그 위에 국수 한 젓가락을 가져다 놓고 오리 고기와 고추 장아찌를 올린다.

준비된 밑반찬, 감자채 볶음이나 호박 볶음이 있다면 그것도 추가한다.

마지막으로 각자 취향에 맞게 고추 장아찌 국물로 드레싱 하듯 끼얹어서 간을 한다.

   (준비된 고추 장아찌가 없다면 반찬 가게에서 구입해도 된다.)


한 끼 근사하게, 그러나 간단하게 별미를 먹고 싶은 날은 이 국수만 한 게 없을 것 같다.

영양 만점이며 맛도 좋고 요리하기도 쉽다.


"이거 먹방 전문 유튜버, 쯔양은 몇 판을 먹겠네. 배가 불러서 더 이상 못 먹겠다."


남편이 맛있다며, 더 이상 먹을 수 없을 지경에야 젓가락을 놓았다.


"고추장아찌가 들어가니 메밀국수가 깔끔하고 칼칼하네요."


그랬다. 고추 장아찌가 단단히 한몫했다.

지난해, 워낙 매운 청양고추로 장아찌를 담았기 때문에 매운기가 아직도 있었다. 그 매운맛이 메밀국수의 맛을 감칠맛 나게 했다.

최애 반찬을 알게 되다(고추 장아찌 담근 썰)



먹는 일은 사소한 것 같으나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먹거리에 대한 생각을 떨쳐 버리지 못한다.


[커버 이미지: AI 생성 -> AI 이미지 생성에 대해 잘 안내해 주신 사라요 작가님 감사합니다.]

#고기메밀국수  #별미  #바비큐오리  # 훈제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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