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a향기와찬양Lim Jul 04. 2024

어나더 레벨 레시피가 뚝딱뚝딱!

- R로 시작하는 Recipe(조리법)

매주 금요일마다 요리를 한다.

목요일에 장을 본 후에 재료를 미리 다듬어 둔다. 그 이튿날은 아침부터 지지고, 볶는다.

퇴임한 지 바야흐로 4개월이 지나고 있다. 이제 이런 생활이 루틴으로 정착되어 가는 듯하다.


우리 부부만 생각하면 몇 가지만 간단하게 해 먹으면 그만이겠지만, 토요일마다 우리 집에 와서 1박 하딸내외에게 밑반찬을 챙겨 보낸다. 그래서 매주 하루 정도는 요리하게 됐다.


이번 주는 기존 레시피를 업그레이드하여 어나더 레시피로 요리했다. 창조는 강제 결합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여기저기에 있는 요리법을 융합하여 요리하면 새로운 레시피가 될 수 있다.


오늘 후닥닥, 4가지나 요리했다. 오이김치, 감자채 볶음, 꽈리고추 조림, 그리고 계란말이 등이다.



오이소박이는 잠깐 물렀거라!

오이소박이보다 간단한 '오이김치'를 담갔다. 그동안은 오이를 소금으로 절였다가 물기를 짠 후에 버무리는 '오이 겉절이'를 주로 했었다. 그런데 오이를 끓는 물에 담가 두었다가 오이김치를 담그는 것이 오늘의 어나더 레시피다.


먼저 오이를 잘 씻은 후에 길게 4등분 한다. 오이 씨가 있는 부분을 로 저며 낸다. 이 부분은 쉽게 물러질 수 있단다. 소금을 약간 넣고 팔팔 끓인 물에 적당한 크기로 자른 오이를 20분 정도 담가 두었다. 그런 후에 찬물에 헹궜다. 물기를 뺀 다음에 갖은양념으로 버무렸다. 쪽파도 한 줌 송송 썰어 넣었다. 이렇게 오이김치를 담그면 그 자리에서 곧바로 먹을 수 있다. 물론 익으면 익은 대로 맛있단다. 식감이 아삭아삭하여 자꾸 손이 갔다.


색다른 감자채 볶음이 납신다.

우여곡절 끝에 감자채 볶음 만드는 법을 터득했다. 이제는 어나더 레시피로 감자채 볶음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 감자채를 볶을 때 다진 마늘과 고춧가루를 약간 넣었다. 좀 더 개운하고 칼칼한 감자채 볶음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살살 녹는 맛이었다. 일전에 감자채 볶음을 제대로 하게 된 에피소드를 브런치 글로 발행한 적 있다.

https://brunch.co.kr/@mrschas/605


꽈리고추 조림에 멸치만 마냥 넣을쏘냐?

꽈리고추와 한우가 만나면, 이게 바로 별미다. 멸치 대신에 한우 다짐육을 넣고 조리는 꽈리고추 조림의 어나더 레시피를 생각해 냈다. 거기에 오뎅 채도 곁들였다. 오뎅을 한 번 데친 후에 송송 채 썰었다. 그것을 한우 다짐육과 함께 넣고 꽈리고추 조림을 했다. 일명 '꽈리고추 한우 오뎅 조림'이 된다. 이 요리는 비주얼도 근사하고 맛도 끝내줬다. 그래서 '만개의 레시피'에 추가해도 될 것 같았다.


애호박을 넣고 계란말이를 하면?

애호박을 채칼로 썰어 전분 가루로 옷을 입힌 후에 계란 물에 넣고 잘 섞는다. 원래 계란말이는 사각 팬으로 하는데 계란말이를 하자고 살림살이를 더 늘릴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각이 지면 각이 진대로 둥근 것은 둥근 대로 사용하면 그만이다. 고수는 연장 탓을 하지 않는다나?


계란말이의 요령은?

적당하게 익었을 때 계란을 2/3 정도 말아 한쪽으로 당겨 둔다. 추가로 계란물을 팬에 보태어 붓는다. 팬에 있는 것과 새로 붓는 계란물이 잘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돌돌 말아가며 이 작업을 계속한다. 그러면 갈수록 계란말이가 점점 두꺼워진다. (이 요리는 아무래도 주부 3단쯤 되어야 가능할 것 같다.) 두툼하게 말린 계란말이를 3~4분 정도 뚜껑을 덮어둔다. 이 과정은 약불로 조절하는 것이 팁이다. 계란말이를 뭉근하게 익힌다. 그러면 제 아무리 두꺼운 계란말이일지라도 충분히 익는다.


애호박 하나에 특란 9개 정도 넣었더니 비율이 괜찮았다. 한 김 식힌 후에 큰 칼로 적당하게 자른다. 두꺼울수록 잘라 놓은 계란말이의 크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럴 때는 세로로 몇 등분 더 잘라 준다. 먹기 적당한 크기로 깍둑썰기를 해도 된다. 계란으로만 계란말이를 했을 때보다 애호박 채를 넣고 하면 맛도 좋을 뿐 아니라 비주얼도 앙증맞고 먹음직스럽다. 그냥 하나 집어 먹지 않고는 배길 수 없다.




"날씨도 더운데 당신 고생이 많네. 그냥 시켜 먹든지, 사 먹으면 되지."

"MSG를 일절 쓰지 않고 맛 내기를 하려면 손맛을 당할 수 없답니다."

"그래도."

"내가 조금만 수고하면 웰빙 반찬을 먹을 수 있고 가성비도 좋잖아요."

"그래도."

"백수가 요리하는 것은 기본이죠. 걱정 말아요.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더우면 'No Fire, No Heat' 할게요.


남편은 요리를 맛있게 먹으면서도 내가 온종일 요리하느라 고생하는 것이 안쓰러운 모양이다.




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색다른 것을 할 수 있다. AI도 수많은 데이터를 합하여 새로운 것을 내밀지 않던가? 부단히 병합하고 새롭게 시도하다 보면 발명가처럼 될 수도 있다. 요리도 마찬가지다. 살림이나 요리에도 과학적 사고가 많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늘 생활 전반에 색다른 생각을 가미하는 중이다.


열린 사고로 기존의 레시피에 플러스알파를 하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레시피,
즉 어나더 레벨 레시피가 만들어진다.

#레시피  #오이김치  #감자체 볶음 #한우 오뎅 꽈리고추 조림  # 계란말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