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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촉촉한 가습기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by Cha향기
가습기 구입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사람들이 사망하거나 폐섬유화 등의 폐질환에 걸린 사건이 거의 20년 간 화두가 됐다. 그래서 가습기는 여러 가지 기능을 갖춘 것보다는 그냥 심플한 것이 좋을 것 같았다.


한순간의 사고로 중증 환자가 되어 버린 아들이 6년간 병원 생활을 뒤로하고 재택 케어를 하게 되어 가습기를 구입해야만 했다. 아들이 지내는 방벽은 황토 타일로 리모델링했다. 온도와 습도를 최적으로 유지하여 시스템 방처럼 유지할 요량이었다. 인터넷을 샅샅이 뒤져 맘에 드는 가습기를 찾아냈다. 바로 '위들린'이란 제품이었다.


그때부터 그 가습기가 아들의 방 습도를 책임졌다. 때때로 가습기 수조에 물을 리필하고 본체 청소도 해야만 했다. 아들을 돌보는 활보쌤이 여러 명이라 이손 저손 번갈아 가며 가습기를 관리했다. 그래서 가습기 상단에 주의 사항을 적어두었다. 그 덕택으로 가습기는 5년간 별 일없이 잘 작동됐다.


가습기 고장


어느 날 가습기에서 물이 밖으로 줄줄 흘러넘쳤다. 이것저것 따질 것도 없이 당장 새것을 구입하기로 했다. 인터넷 앱의 주문 목록에서 기존에 구했던 제품을 찾았다. 5년간 아무 말썽 없이 사용했으므로 동일한 것을 구입하면 될 일이었다. 로켓 배송으로 가습기가 도착했다.


그런데 여태껏 잘 사용했던 가습기를 물이 샌다고 그냥 버리기가 뭣해서 해당 회사의 고객 센터에 연락을 해 보았다. 혹시 수리가 가능하다고 하면 세컨 하우스에서 사용하면 될 것 같았다.


연비? 별로인 남편


남편은 머리 탈모에서부터 발톱 무좀까지 어디 성한 곳이 없다. 게다가 같은 시간에 식사를 했는데도 나보다 먼저 배가 고프다고 하는 사람이다.


"당신은 차로 말한다면 연비가 별로인 셈이네."라고 남편에게 농담을 하곤 했다. 남편이 13년간 중증 환자인 아들을 돌보느라 스트레스가 심하여 그럴 수도 있겠지만 원래 약골이었다. 그러잖아도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은 남편인데 겨울이 되면 정전기가 심하게 일어나기도 한다. 남편이 뭔가를 만지기만 해도 찌지직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래서 고장 난 가습기를 수리하여 남편의 방에 두면 정전기 발생이 좀 줄어들 것 같았다.


가습기 수리 의뢰


가습기 회사의 고객센터에 연락을 하니,

"그 정도 사용하셨으면 새것으로 구입해야 합니다."라고 할 줄 알았는데,

"불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그 본체를 잘 포장하여 문 앞에 두시면 수거해 와서 수리해 드리겠습니다."

라고 했다.


그렇게 수리하여 돌려받은 본체에 물을 채운 수조를 얹고 전원을 켰더니 여전히 물이 줄줄 흘렀다. 다시 고객 센터에 연락을 했더니,

"그러면 그 본체는 그대로 두시고 저희가 본체를 새것으로 하나 보내 드릴게요."

라고 했다. 5년간이나 사용한 제품인데 그것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고 새 본체를 보내준다고? 고객의 불편에 공감하는 회사였다. 며칠 후에 새 본체가 도착했다. 어? 그런데 물 새는 현상은 여전했다. 그쯤 되니 내 쪽에서 더 말할 염치가 없었다.


새 본체와 원래 있던 수조가 서로 맞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았다. 더 뭐라고 하자니 미안했고 귀찮기도 하여 가습기 문제를 홀딩시켜 두었다. 그러구러 1년의 시간이 지났다. 가습기를 버리든지 새로 사든지 해야 할 것 같았다.


올해 다시 고객센터에 연락했다. 아무래도 수조와 본체가 맞지 않아서 그런 것 같으니 수조만 따로 구입할 수 있느냐?라고 문의하는 문자를 넣었다. 그랬더니 곧장 수리 담당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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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조의 고무 패킹이 느슨하게 세팅된 것이 물이 흘러내리는 원인이었다.]


가습기 수리


수리 기사는 나의 상황을 자세히 듣더니 수조통에 물을 채워 영상으로 보내달라고 했다. 그 영상을 보더니 수조통 하부에 있는 고무 패킹을 제대로 세팅해 보라고 했다. 전화를 켜 둔 상태에서 수리 기사와 통화하며 그 고무 패킹을 잘 조였다. 그랬더니 물이 흐르지 않았다. 그런 후에 수조통을 가습기 본체에 올리니 가습기가 잘 작동됐다. 아들의 방에 있었던 그 가습기를 청소하다가 누군가 고무패킹을 건드렸던 것이 고장의 원인이었다.


고객 만족


그 가습기는 오늘 당장 고장 난다 해도 충분히 사용할 만큼 사용한 셈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가습기 회사가 고객 만족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태도에 감동이 됐다. 결국 새것처럼 잘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버릴 것을 살려 잘 사용하는 셈이다. 이 가습기의 내구성이 참 좋은 것 같다.


우여곡절 끝에 수리를 받은 가습기는 언제까지 사용할 수 있을까? 그 가습기를 바라 보는 맘이 예사롭지 않다. 정이 들대로 들었다. 가습기가 수증기를 뿜뿜 잘 뿜어내는 것을 지켜보노라면 고객 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해준 그 회사 서비스팀에게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수증기를 뿜뿜 뿜어내며 가습기가 잘 작동되고 있다.]


고객의 불편에 끝까지 귀 기울이는
가습기 회사가 있네요!

모쪼록,
이렇게 마음을 다해
고객을 대하는 기업들이
승승장구했으면 좋겠어요.




# 가습기

# 수리 서비스

# 고객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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