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채 부침개
올해 연초였다.
김별(https://brunch.co.kr/@c3e689f797bd432 ) 작가의 전주 강연 일정이 잡혔다. 그래서 소위(https://brunch.co.kr/@elizabeth99 ) 작가와 셋이서 전주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했다. 브런치 댓글창에서 맺은 번개 약속이었다. 아득히 멀게만 느껴졌던 그날이 마침내 다가왔다. 정해 놓은 날짜는 여지없이 달려오기 마련이다.
우리는 9월 16일(화)에 전주에서 만났다.
김별 작가는, 프랑스에서 5년간 유학하여 문학 석사 학위(DEA)를 취득하고 박사 과정도 마쳤다. 그 후, 영어 교사로 30년을 재직한 후에 명퇴했다. 인생 3막엔, 세계 여러 곳으로 다니고 있고 그 여정을 기록한 여행기, <일단, 떠나라>와 <몽골몽골한 몽골여행>을 출간한 여행 작가다.
소위 작가는 중등 국어 교사, 출판사 편집자, 직업상담사(진로코디네이터) 등을 지냈고 현재는 교육 행정직 공무원인데 노모를 돌보느라 휴직 중이다.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해오던 중 브런치에 발행한 글이 출판사 눈에 띄어 출간 제의 러브콜을 받았다. 그래서 기획 출판으로 <부사가 없는, 삶은 없다>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 책은 출판 한 달 만에 2쇄를 찍었다.
두 작가는 브런치 마을의 보석 같은 분이며 그야말로 라이징 스타다.
그분들을 만나러 가는 맘이 설레지 않을 수 없었다. 김별 작가가 강연하는 동안에 소위 작가와 미리 만나 얘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전주에 사는 소위 작가는 KTX역까지 차로 마중을 나오셨다. 일일 라이더가 된 소위 작가는 전주에서 알아주는 뷰맛집 카페로 향했다. 카페 뷰는 초록초록하여 마음이 평안해졌고 무척 인상적이었다. 커다란 통창 앞에 보이는 연꽃 호수가 한눈에 들어왔다. 산 뷰, 바다 뷰, 강 뷰 카페는 종종 봤지만 연꽃 호수 뷰는 처음이었다. 그런 것까지 꼼꼼하게 생각하고 좋은 장소를 알아둔 소위 작가의 섬세함이 돋보였다. 그 고즈넉한 분위기가 소위 작가를 닮아 있었다. 다시 또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우리는 처음으로 만났지만 화기애애하게 이야기 꽃을 피웠다. 그동안 브런치에 발행된 각자의 글을 읽었기에 이미 마음을 터놓았다. 그것이 소통에 큰 도움이 되었다. 막 출간하여 여러모로 바쁜 소위 작가를 붙들고 긴 시간을 보내자니 내심 미안한 맘도 들었다.
그런데 시간이 순삭이었다. 소위 작가는 차세대 대세 작가가 될 것이라고 믿고 있는 나는, 미리 그 작가를 일렬 직관하는 영광을 누린 셈이다. 문학과 사회에 대한 얘기를 깊이 나누었다. 게다가 각자 가정에 서려 있는 고민도 조금씩 드러내며 공감했다. 소위 작가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 글쓰기 팁도 많이 얻었다. 온라인이 오프라인으로 연결되는 놀라운 체험이었다. 앞으로도 종종 우리는 다시 만날 것 같다.
강연을 끝낸 김별 작가 내외분과 파스타 전문 경양식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강연을 성황리에 잘 끝낸 김별 작가님이 거하게 한 턱 쏘셨다.
김별 작가는 경남 함양에 전원주택을 가지고 있는데 거기 천 평이나 되는 땅도 있다고 했다. 농사일을 도맡아 하는 손길이 따로 있고 300평 정도에는 작가님 내외분이 텃밭 가꾸기를 하고 계신댔다.
자동차를 가지고 온 소위 작가에게 전해 주려고 유기농 농작물을 잔뜩 챙겨 오셨다. KTX를 이용했던 내게도 깻잎을 꼭 전해주고 싶다며 김별 작가가 야채를 담은 에코백을 내미셨다. 요즘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어 집 앞까지 연계되니 그 짐을 들고 오는 일은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김별 작가네는 유기농 친환경으로 야채를 재배하는데 농약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단다. 거름을 듬뿍 주어 야채가 면역력이 강해지면 웬만한 병충해를 이긴다고도 했다. 그래서 김별 작가에게 받아온 야채는 흐르는 물로만 씻어내고 식초로 굳이 헹구지 않았다.
에코백에서 야채를 꺼내니 민트향이 온 집에 가득해졌다. 깻잎에서 향긋한 민트향이 솔솔 났다. 브런치를 통하여 만난 인연에서도 민트향이 났다.
야채가 내게 말을 걸었다. '삶엔 때때로 민트향이 날 때가 있다.'라고...
그 이튿날은, 추적추적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다. 나눔 해주신 김별 작가표 야채로 무슨 요리를 할까 잠시 생각하다가, 아하, 비 오는 날엔? 바로 부침개다.
** 어렵지 않은 부침개 레시피 **
- 왕란 4개 정도를 거품기로 잘 젓는다.
- 부침가루를 달걀 푼 것에 넣고 걸쭉할 정도로 반죽한다.
- 그 반죽에 갖은 야채를 채 썰어 넣는다.
- 청양고추를 두어 개 다져 넣는 것이 팁이다. 부침개의 느끼함을 잡아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년모월모일에 부부가 함께 만나자는 약속을 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인 것 같기도 하지만 못할 일도 아니다. 어길 수 없는 약속 하나를 만들고 우리는 그렇게 총총 헤어졌다.
글로 맺은 인연이라 그런지?
직접 만나니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던 사이 같았고
이내 정이 듬뿍 들었다.
그래서 벌써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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