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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시누이 또 있을까?

- 햅쌀밥

by Cha향기

▲ 대문사진: 시누이가 보내준 쌀로 갓 지은 햅쌀밥



햅쌀이 왔다. 막내 시누이가 보낸 쌀이다. 그 길고 길었던 여름이 끝나고, 벼가 익어 추수를 한 모양이다. 햅쌀이 온 걸 보니 마침내 가을이다. 무덥고 길었던 여름을, 맛있게 햅쌀밥을 먹으며 수습하고 가을맞이 중이다.


해마다 막내 시누이는 햅쌀을 보내온다. 시누이는 직접 농사를 짓지 않는데 좋은 쌀을 수소문하여 반드시 햅쌀을 구매한다. 그런 후에 전국에 흩어져 있는 형제, 자매에게 보낸다. 시누이로부터 별의별 쌀을 받아 봤다. 지난해는 '봉황 골드'라는 쌀을 보내왔다. 올해는 강진 '쌀귀리'가 왔다.


IE003531219_STD.jpg ▲ 강진 쌀, 시누이가 보내온 햅쌀


시누이는 쌀뿐 아니라 고구마, 감 등등 좋은 것이 있으면 형제들에게 보낸다. 그리고 형제들이 모일 때마다 먹거리를 잔뜩 챙겨 온다. 회포를 풀며 재미있게 놀다가 흥이 오르면, 시누이는 고무신을 신고 숟가락을 마이크 삼아 트로트를 불러 모두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시누이의 말릴 수 없는 흥) 그런 시누이 모습에 쌓인 스트레스가 다 날아간다. 그러니 시댁 형제들은 함께 모이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13년 전, 내 아들이 사고를 당하여 생사의 갈림길에 있었다. 그때 시누이는 득달같이 달려왔으나 심장이 떨려 병원 바깥만 하염없이 돌고 있었다.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우리를 본 시누이는 그 자리에서 오열했다.


"언니야, 이게 무슨 일이야?
이를 어쩌면 좋아.
급하게 돈 부족하면
이거라도 팔아서 병원비에 보태."

그 말 끝에 자신의 예물 목걸이를 내게 건넸다.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얼른 정신을 차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세상에, 내겐 이런 시누이가 있는데, 슬픔에 잠겨 있지 말고 용기를 내야지.'


시누이로부터 큰 힘을 얻었다. 기가 막힌 환란 중이었지만 시누이가 내민 따뜻한 손길이 지금까지 온기로 남아있다. 그건 유가 아니다. 6형제(큰 누님은 오래전에 돌아가심) 부부 12명이 다 함께 해외여행을 가잔다. 여행 경비는 시누이가 댄다고 했다. 내년 1월에 패키지여행을 가려고 이미 계약 완료한 상태다. 항공권 예약도 끝났다.

KakaoTalk_20251002_220135269.jpg [항공권 예약 완료]


그래서 나는 AI로 '시댁 찬가'를 만들었다. 그걸 시댁 단체 대화방에 올렸더니 모두 좋아하며 가사를 외우고 있다. 해외여행 중에 그걸 '떼창' 한다나?





시누이가 보낸 쌀로 햅쌀밥을 지었다.


- 잘 씻은 쌀과 물을 1:1로 맞춘다.

- 햅쌀은 묵은쌀에 비해 물을 많이 먹지 않는다.

- 밥이 완성되면 주걱으로 곧바로 밥을 섞어준다.

(이 재치기를 하면 과다한 수증기를 날려 보낼 수 있다.)


아무튼,
이런 시누이, 세상에 또 있을까?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탑재되었습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171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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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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