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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담 Jan 05. 2023

뉴욕마라톤 골인 맛보기! 대쉬 투더 피니쉬라인 5K

뉴욕시티 마라톤 9+1 챌린지, 9번째

피니쉬라인?
나는 여기부터 출발!


한참 전 일이라 이제와서 새삼 글을 쓰기도 멋쩍을정도지만, 9번의 모든 경기를 다 기록하기 위해 마지막 9번째 경기 후기를 적어본다. 


세계 6대 마라톤중 하나인 뉴욕시티 마라톤은 해마다 5만명의 러너가 참가하는 규모를 자랑하지만 그 참가권을 받는것이 쉬운일은 아니다. 

뉴욕시티 마라톤 참가권을 받는 5가지 방법 글에 자세히 설명했듯이 일반적으로 다섯가지 방법이 있는데 보통 뉴욕시내 거주자는 가장 확실하면서 쏠쏠한 재미도 맛볼 수 있는 9+1 챌린지로 참가권을 획득하며 나 역시 이 방법으로 1년간 공을 들여왔다. 

이 9+1은 말 그대로 9번의 경기참여, 1번의 자원봉사를 1년 안에 수행하는것으로 NYRR이 그 다음해의 뉴욕시티 마라톤 참가권을 100% 보장하는 방법이다. 1월 1일부터 시작해 한달에 한번꼴로 대회에 참여하며 뉴욕시내 이곳저곳을 달려 드디어 마지막 9번째 경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출발지점인 UN건물 앞 / 코스 맵

대회 이름이 Dash to the Finishline 이고 대회일은 뉴욕시티 마라톤 하루 전날이다. 딱 봐도 각이 나오듯이, 대망의 뉴욕시티 마라톤 피니쉬라인을 하루전에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되겠다. 나처럼 9+1 챌린지중인 사람들이나, 여러가지 이유로 풀 마라톤이 쉽지 않은 경우, 다음날 경기 참여를 위해 외국에서 온 러너, 친구, 가족들이 함께 참여해 러너에게 기운을 북돋워주고 분위기를 띄우는 큰 행사이기도 하다.


사실 나는 더 빨리 9+1을 끝낼수도 있었지만 되도록이면 의미를 담아 이 대회를 9번째 대회로 뛰고 피니쉬라인에서 '내년에 다시 보자'는 각오를 다지고싶어서 일정을 계획했다. 



해외 참여자들 중 가장 많은 인원수로 눈길을 끌었던 프랑스 팀이 출발을 준비하고있다. 이와같은 단체 해외참가자들은 ITO라고 불리는 해외 투어기획자가 모집한 참가자들이다. NYRR은 뉴욕시티 마라톤에 보다 다양한 국가와 문화권을 참가자를 모집하기 위해 해외여행 사업자들에게 마라톤 참가권을 배당한다. 


프랑스 팀은 투어 계획이 잘 되어있어서 이렇게 단체로 하루 전날 쉐이크아웃을 겸해 5K 대회에 참여하고, 코스 도중은 물론 피니쉬라인 안쪽에서 여행사의 담당자들이 깃발을 들고 기다렸다가 참가자들을 인솔해가는 등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실제로는 사진에 찍힌 인원보다 훨씬 많이 있었고, 하필이면 내가 뛰다가 이 그룹 사이에 끼는바람에 거의 대부분의 코스를 이 사람들과 함께 뛰었다. 


이 대회는 거리가 짧은 5K임에도 불구하고 참가자는 많아서 코스가 정말이지 붐볐다. 5K 대회에서 좋은 기록을 내겠다는 생각은 애시당초 접어둬야 할만큼 양옆으로 사람 사이에 끼어서 뛰었다. 거기에 프랑스 단체관광팀처럼 대규모 인원이 많다보니 한번 자리를 잘못 잡았다간 빠져나오지도 못하고 그대로 골인지점까지 가야한다.



Dash to the Finishline 이기 때문에 골인지점은 센트럴파크의 그 유명한 스트로베리필드 근처 72스트릿에  마련된 피니쉬라인으로 들어간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막연히 코스도 뉴욕시티 마라톤의 마지막 5km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고 UN에서 출발해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앞을 통과하며 맨하탄을 가로질러 6번가를 따라 센트럴파크로 올라가는 코스였다. 이 도로는 복잡하고 분주하기로 세계최고인 맨하탄 중에서도 가장 핵심이 되는 도로이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무단횡단 조차도 쉽지 않을정도다. 그 도로 한가운데를 달리는 기분은 정말 최고(!!!) 일 것 같았지만, 앞에도 적었듯이 참가자가 너무 많아 굉장히 붐비기 때문에 양 옆 사람들과 발맞춰 뛰는 정도의 느낌이었다. 물론 굉장히 특별한 기분임에는 틀림없다.




대회 시작 전 텅 빈 도로의 모습. 하루 24시간중 차가 없는 시간이 없는 맨하탄 미드타운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

이 대회는 또 하나 특별한 의미가 있는데 일반부 대회를 시작하기 전, 미국의 각 주 청소년 대표들이 기량을 겨루는 유스 챔피언쉽이 바로 이 코스에서 열린다. 출발지점으로 가는 길에 선수들이 달리는 모습도 보고, 일년에 한번 온 뉴욕의 심장이 뛰는 뉴욕시티 마라톤의 분위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프랑스 단체팀 사이에 끼어 영문도 모르고 으쌰으쌰를 주고받다보니 순식간에 5km를 다 뛰었다. 양 옆으로 관중석이 있고, 마지막 1km 정도는 아주 촘촘하게 300m전, 200m전, 100m전 하는식으로 표지가 있다. 시계 표시를 겸한 브릿지에는 대회 당일날 포토그래퍼들이 올라가 사진을 찍는다. 생각보다 피니쉬라인은 자그마했지만 FINISH 라는 글자가 엄청나게 컸다. 

엄청나게 울컥 할까 싶었지만 의외로 담담하게 통과했다. 생각해보면 이날 피니쉬라인을 통과하는것은 나에게 "골인"이 아닌 "시작"이었기 때문에. 해냈다는 감격이 아닌, 이제부터 해 나가야 할 훈련과 뛰어야 할 숱한 거리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던 것 같다.




발로 그 라인을 밟음과 동시에 나의 NYRR 회원정보에 마지막 9번째 초록불이 켜진다.


이렇게 2022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 사이에 9번의 대회를 뛰고, 1번의 자원봉사를 끝내 2023년 뉴욕시티 마라톤 참가 확정인 자격이 되었다.



평생에 운동을 해본적이 없었다. 체육시간엔 가능하면 아프다는 핑계로 교실을 지키고싶었다. 그랬던 내가 어느날 1분을 뛰었고, 그게 2분이 되었고, 그게 30분이 되었고...

여러 10km대회를 완주하고, 하프마라톤도 2번이나 완주했다. 



평생에 딱 한번정도는...?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었다.

딱 한 번 정도는....? 의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는 9번의 대회였다. 

2023년 11월 첫째주 일요일. 나는 저 피니쉬라인을 통과하고 마라토너가 된다.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는것이 아니라, 바로 여기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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