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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담 Sep 20. 2022

맨하탄 5번가를 있는힘껏 달려보자 - 5번가 1마일

NYRR이 주최하는 대회 중 가장 짧은 거리를 달리는 대회, 5번가 1마일 (5th avenue mile)은 장거리 러너들에게 흔치않은 기회다. 



가끔, "1Km 뛰는데 얼마나 걸려?" 라는 질문을 받곤 한다. 장거리 러너에게는 TMI 대방출의 타이밍이다. 대충 예상 답변은 이렇다. 


그러니까 내가 10km 를 뛰는데 시간이 이만큼 걸리니까 그걸 10으로 나누면 이런데 보통 그것보단 훨씬 빨리 뛸 수 있는데 정확히는 내가 1km만 뛰어본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질문을 한 사람은 물어본걸 후회할 것이고, 러너라면 분명히 이해할 것이다. 장거리 러너들은 1km만 뛰는 일이 거의 없다. 1km는 이제 슬슬 뛰어볼까 하는 준비단계이고 짧게는 5km정도는 뛰어야 그날 달리기를 했다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10km 기록을 10으로 나눈다고 해서 1km 기록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당연하다. 기운이 넘치는 초반에 힘을 다 빼버려서 결승선을 기어서 통과하지 않으려면 초반에는 어느정도 '참는' 기술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번쯤은 진짜 "미친듯이" 온 힘을 다해서 단거리를 뛰어보면 어떤 기록이 나올까 궁금하긴 한데, 또 막상 옷입고 신발신고 나가면 1km만 뛰고 들어오긴 아까워서 또 훨씬 더 긴 거리를 뛰게 된다. 



1년에 한번 열리는 NYRR의 1마일 대회는 그런 장거리 러너들이 눈 질끈 감고 페이스 조절따위 에라이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달리는 대회다. 


1981년에 처음 생긴 이 대회는 뉴욕의 5번가에서 열린다. 명품샵이 늘어서있는것으로 유명한 5번가지만 이 대회가 열리는곳은 바로 그 쇼핑의 거리 5번가가 끝나는 지점부터 위쪽이다. 메트로폴리탄을 비롯해 뮤지엄들이 줄지어 있어 [뮤지엄 마일]이라고도 부르는 지역인데,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의 바로 아래쪽인 80번가에서 출발해 60번가에서 피쉬한다.



뉴욕의 도시구획은 20개의 블럭이 딱 1마일(1.6km) 이 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80가부터 60가까지 달리면 1마일이다. 도중에 오르막이 한번 있긴 하지만 바로 내리막이 나오는데다가 거리가 짧다는 심리적 효과가 있어서 정말 미친듯이 달린다. 이 대회 기록이 3분 49초 6 이고, 올해 여자부 신기록이 나왔는데 4분 14초 8이다. 1Km여도 놀라운데 1.6km 기록이라니 정말 엄청나다.



도로에서 열리는 대회만의 특별한 기분을 맛볼 수 있다


도로 양쪽을 막아 펜스를 쳐놓은 모습이 마치 내가 정말 선수라도 된 양 특별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도로에서 열리는 대회 특유의 에스코트 차량 또한 묘하게 긴장감을 주면서 이 대회를 대강 뛰면 안되겠다는 투지에 불을 붙인다. 



다른 대회들처럼 출발그룹이 배정되는데, 앞그룹부터 순서대로 연속 출발하는것이 아니라 앞그룹이 완전히 경기를 마치면 다음 그룹이 출발한다. NYRR이 그룹별 출발시간을 미리 공지하기 때문에 미리 가서 기다릴 필요 없이 자기 시간에 맞게 가면 된다. 다른 대회와 다른점은 출발그룹이 [속도]가 아니라 [나이]로 나뉜다는 점이다. 정확히는 나이와 속도 둘다 반영해서 [25-30세 / 빠른그룹] [25-30세 / 보통그룹] 이런식이다. 그래서 이 대회를 뛰고 나면 달리기 친구들과 강제로 나이가 오픈 되어버리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거리가 짧기 때문에 대회 자체는 정말 금방 끝난다. 그렇다고 참가비가 엄청 싼것도 아닌데 코스 도중에 물 한잔도 안주고 조금 손해보는 기분이 든다.... 는 생각는 나만 하는게 아닌지 여러가지 부대서비스가 제공된다.



골인 후 자기 기록이 나오는 스크린 앞에서 사진을 찍어주는 서비스 (이건 자원봉사자들에게 핸드폰을 건네주면 찍어준다) 


그리고 대회 휘장 앞에서 기념사진 촬영과 코스 사진 등이 무료로 제공된다. 원래 NYRR의 대회는 10k 이하는 사진서비스가 없고, 큰 대회는 외부업체가 와서 찍고 추후에 결제를 해야 다운로드 할 수 있지만 5번가 1마일 대회는 사진이 무료다. 



대회를 가면 늘 주는 베이글, 스티커도 안 뗀 사과와 함께 ㅋㅋ 뉴발란스의 로고가 인쇄된(!!!) 쿠키도 나눠준다. 뉴발란스 마크는 봉투에 인쇄된게 아니고 쿠키에 인쇄되어있다 ;; 

카우벨도 나눠주어서 응원에 요긴할 듯.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점은(!!!) 

1마일만 뛰고도 9+1에 카운트 된다는 점이다. 9번의 대회참여와 1번의 봉사활동을 수행하면 뉴욕시티 마라톤의 참가권을 보장받는 9+1 프로그램에서 가장 짧은 대회다. 물론 거리가 짧다고 쉽게 뛴건 아니지만, 이 바로 다음주에 열리는 10마일 대회에 비하면 "꿀빨았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닌 대회. 5번가 1마일 대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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