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담 Jun 22. 2022

달리기로 세계일주 할 작정! NYRR 퀸즈 10K

뉴욕 마라톤으로 가는길 <다섯번째 대회> 퀸즈10K

뉴욕시티 마라톤 참가권을 얻기 위해 9번의 대회참여와 1번의 자원봉사를 수행하는 9+1 챌린지. 다섯번째 대회로 참여한 Queens 10K 대회 참여후기입니다.


우리집에는 대한민국 가정에 하나씩은 다 있다는 축덕이 있다. (남편) 

축덕 중에서도 조금 강성(?)인 편이라, 소시적에 응원하던 선수가 감독이 된 지금도 변함없이 축구를 사랑한다. 그런 그는 축구 때문에 세계여행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축구장을 도장깨기 하듯 순회한것은 물론이요, 어느 나라 무슨 도시라고 하면 관광명소는 1도 모르면서 축구장이 어떻게 생겼느니 어느어느 팀의 홈구장이라느니 줄줄 꿰고있다. 그런 그의 축구 '덕질'을 면박주며 살아온 세월... 하지만 사람 일은 모른다고 내가 지금 달리기로 세계를 정복할 기세다. 


센트럴파크에서 열린 여성 달리기 대회 NYRR Mini 10K를 완주하고 일주일 후, 나는 또 한번 대회를 뛰러 이번에는 퀸즈 코로나파크로 향했다. 달리기 하러 퀸즈를 간다고 하니 우리집 축덕이 놀란다.



 "퀸즈를 간다고?" 

내가 사는 브루클린에서 퀸즈는 교통편도 나쁘고, 둘다 주택지에 가깝기 때문에 딱히 일부러 갈 일이 없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퀸즈에 살고있는 사람은 브루클린을 아마 그렇게 생각할것이다. 아마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것이다. 퀸즈에는 뉴욕 최대의 한인타운이 있어서 정기적으로 가는 분들도 많지만 브루클린엔 그저 갱스터;; 그리고 '거기 사는거 위험하지 않아요?' 라는 이미지 뿐이니 말이다.




다섯개의 별을 모으면....

이번에 참가한 퀸즈 10K는 NYRR이 여는 대회 중에서도 "5 borough 시리즈"라고 해서 조금은 특별한 대회다. 뉴욕시를 구성하는 5개의 구(borough)를 돌며 개최되는 다섯번의 대회를 모두 참가하면 NYRR이 주는 특별한 기념품을 받을 수 있고, 그 중 4개만 완주해도 다음해에 열리는 NYC 하프 마라톤 우선참가권을 받게된다. 게다가 메달까지 나온다! (일반적으로 뉴욕에서는 하프마라톤부터 메달이 나오고, 10km 이하는 특별한 대회때만 메달이 나온다)

솔직히 메달 욕심이 좀 나서 신청했다. 



참고로 이 5보로 시리즈는

맨하탄 (하프 마라톤)

브루클린 (하프 마라톤)

퀸즈 (10km)

브롱스 (10마일)

스테튼 아일랜드 (하프 마라톤)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그 중 이번대회가 퀸즈 10K로 5보로 시리즈 중 거리가 가장 짧은 대회다.


대회가 열리는 퀸즈 코로나 파크는 지도로 보면 정말 큰 공원인데, 막상 코스 맵을 받아보니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



3차원 미로찾기같은 퀸즈 10K 코스 


그 넓은 코로나 파크를 왜 이렇게 뛰어야 하는가....  


나는 왕복하는 코스가 정말 싫다. 브루클린 하프마라톤 막바지에 반환점을 돌아서 오는 왕복코스가 있었는데, 이 길을 이렇게 힘들게 갔다가 다시 와야된다는 말이지?? 하는 생각에 눈물이 다 날 지경이었다. 코스를 이탈해서 가로지르고 싶은 충동과의 싸움이었다. 그런데 퀸즈 코스는 왕복은 물론이요 3차원으로 꽈배기를 틀며 올라가는 부분이 몇개씩이나(!!) 있다. 물론 남들이 다 뛰는대로 따라가면 되는거니까 길을 잃을 염려는 없겠지만서도, 길눈이 어두운 나에겐 '우짜란 소리여' 싶은 코스였다. 그리고 이런식의 코스는 뉴욕에서 퀸즈 10K가 유일무이하다.




같은 대회에 참가하시는 동네분이 차를 태워주셔서 정말 편하게 갔다. 왜 그런곳이 있지 않은가. 지하철로 가면 1시간 30분인데 차타고 가면 20분이면 되는... 그런 곳. 퀸즈는 브루클린 주민에게 딱 그런 곳이다. 덕분에 대회장에 1시간 이상 일찍 도착해 여기저기를 구경했다. 같이 가신분은 웜업으로 반바퀴 정도 뛰신다고 하셨는데, 저는 웜업을 하면 10k 완주를 못합니다.... 체력을 아껴야 해요.... 맘같아선 저 잔디에 누워있고 싶었다. 


대회장에 가면 대회 시작 시간 카운트다운 시계가 있다는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늘 출발시간 간당간당하게 도착하기 때문에;;;) 

출발지점 근처를 살살 걸어다니며 보니 축구장도 넓직넓직하게 몇개씩이나 있고, 코로나파크는 정말 큰 공원이었다. 이 코로나 파크는 만국박람회가 열렸던 곳이라서 그런지 일단 국기봉 스케일부터 달랐다. 뭔가 국기봉이 너무 커서 가까이 다가가기도 무서울 정도! 




출발점에서 멀지 않은 곳에 피니쉬 지점이 있었기 때문에 피니쉬라인도 미리 구경했다. 이렇게 여러 나라 국기로 장식된 피니쉬라인도 다른 대회에선 보지못한 타입. 역시 이것도 만국박람회의 고장 퀸즈를 기념해 특별히 꾸민 장식 같은데 아쉽게도 태극기는 없었다. 


일주일 전에 10k 대회를 뛰었고, 그날 나름대로 '1시간 이내'라는 개인적인 목표도 달성했기 때문에 이번 대회는 크게 힘을 쓰지 않고 완주에 의미를 둘 생각으로 출발했다. 5보로 시리즈인만큼 참가자가 만명이 넘었기 때문에 7시 45분에 출발하는 웨이브1과 8시 15분에 출발하는 웨이브 2로 나누어져 있었다. 


요즘 미국이 때아닌 폭염으로 힘겨워 하는 와중에 열돔에 포함되지 않은 뉴욕은 오히려 이상 저온으로 추운 날들을 보내고 있다. 이날은 아침 기온이 19도로 정말 시원한데다 바람도 많이 불어서 달리기 하기에는 좋은 날씨였다. 오래된 공원인만큼 나무도 커서 그늘이 많은것도 장점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왼쪽 오른쪽으로 화려하게 방향을 꺾어가며 뛰는 코스는 내 발목까지 꺾어버릴 기세로 몰아쳤다. 3차원으로 또아리를 틀듯 감아올라가는 부분은 당연한거지만 오르막이기 때문에 느낌상 센트럴파크보다 힘들었다. 


무엇보다도 힘들었던 점은 모든 주자가 한 방향을 보고 큰 타원형을 그리며 달리는 대회와 달리, 반환점을 돌기도 하고 경사로를 90도로 꺾으면서 올라가기도 해야해서 거리 감각이 안 느껴진다는 점이었다. 지금 반대쪽에서 뛰고있는 사람들이 나보다 앞에 있는것인지 뒤에 있는것인지도 가늠이 안 될 정도로 코스가 복잡했다. 코스 곳곳에 큰 조형물이나 기념 건물도 있는데 좀전에 보고 지나갔던 건물을 다시 반대방향으로 돌아서 또 보게되는 일이 비일비재 하니 같은곳을 계속 돌며 헤매는 기분이 들어 "완주"한다는 느낌이 없었다. 시계에 찍히는 거리표시만이 유일한 지표였다. 


마지막 1Km는 거의 '지금 사람 놀리나' 수준이었다. 피니쉬라인이 눈앞에 보이는데 500미터를 갔다가 다시 돌아와야 하는 코스였다. 그땐 정말이지 길을 가로질러서 코스를 잘라버릴까 싶은 충동이 한걸음 한걸음마다 들었다. 2주 연속 10k 대회를 뛴다는 생각에 지난 한달동안 일주일에 3번씩 한번에 10Km를 뛴것이 화근이었다. 평소보다 거리를 많이 늘린 탓에 무릎이며 발목이 시큰거리기 시작했는데, 불난집에 기름 붓듯 좌우로 꺾으며 뛰는 코스였으니 5Km를 지난 지점부터 무릎과 발목이 "아프기" 시작했다. 나는 달리다가 힘들면 바로 중단, 어디가 조금 아픈것 같으면 바로 걸어버리는 엄살형 러너이기 때문에 달리면서 아파본적이 거의 없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거리감각이 없으니 내가 빨리 뛰고있는지 느리게 뛰고있는지도 감각이 무뎌져서 생각했던것보다 기록이 좋았다(!) 이제 정말로, 놀리듯 스쳐지나가는게 아니라 이제 정말로 골인지점이 눈앞에 보이는데 시계를 보니 내 개인 최고기록까지 20초가 남았다. 그 상황에서 어느 누가 스퍼트를 하지 않을수가 있는가 말이다. 


그리고 화려하게 S자로 꺾이며 들어가는 (대체 왜!!!) 골인지점을 전력질주로 통과하며 개인 최고기록을 9초(ㅋㅋ) 단축하는 쾌거를 이룸과 동시에

발목이 장렬히 전사하여 지금 4일째 달리기는 커녕 걷는것도 몸을 사리고 있다는 사실에... 다시한번 '지나침은 아니함만 못하다'를 되새겨보는 다섯번째 경기였다.



이제 4번 남았다 



9+1을 완료하면 2023년 뉴욕시티 마라톤 참가자격을 받는다



벌써 9+1을 완료하고 저 종을 치며 사진을 찍는 러너들이 꽤 보였다. 나도 부지런히 달려서 꼭! 성공해야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부상 없이 즐겁게 끝까지 완주해야지!

이전 04화 여자만 뛰는 대회가 있다고? NYRR Mini 10K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