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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담 Jun 17. 2023

다이어트 중간결산 &정체기를 대하는 러너의 자세

뉴욕마라톤까지 D-148

https://brunch.co.kr/@mrsgotham/43



3월에 무려 140파운드라는 수치에 놀라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처음엔 단순히 임신한 것도 아닌데 60kg을 훌쩍 넘어버린 숫자에 놀라서 시작했지만, 언제부턴가 나도 모르게 "마라톤을 위해!!"라는 그럴듯한 목표로 바뀌어 있었다. 



마라톤 트레이닝을 시작하면 살은 저절로 빠질 텐데 뭐 하러 미리 빼느냐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러너가 아닌 사람들만 그렇게 말을 했던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달리기와 다이어트를 병행하면서 느낀 것, 그리고 달라진 점을 찬찬히 되짚어보니 확실히 살은 미리 빼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이어트 중간결산
체중감량 12파운드/ 5.4kg
기간 9주 



식단

나는 가정이 있는 주부이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식단이 가장 큰 문제였다. 나 혼자 먹기 위해 조리를 따로 하는 번거로움도 문제였지만, 가족을 위한 일반식의 조리를 내가 직접 해야 한다는 점이 무엇보다도 걸림돌이었다. 아무래도 음식을 아예 입에 대지 않는 것보다 힘든 것이 "조금 맛보는"것이기 때문에, 요리를 하면서 냄새도 맡고 간도 보고 하다 보면 일반식을 먹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 마련이다.



게다가 우리 집에서 나와 성이 다른 두 명은 '살이 안 찌는 체질'로, 평생에 다이어트라는 걸 해본 적도 없거니와 노력해서 먹지 않으면 살이 쪽쪽 빠지는 멸치 체질이기 때문에 내가 먹는 다이어트 식단을 같이 할 수도 없다. 



그래서 나는 조금 다른 방식의 식단을 하게 되었는데, 아침과 점심을 최대한 늦게 먹는 것이 핵심이었다. 처음에는 단백질 셰이크도 먹고 다이어터스러운 식단을 해봤지만, 시기적으로 살이 안 빠지는 시기였는지는 몰라도 전혀 살이 빠지지 않아 그냥 가족들이 먹는 것과 같은 일반식으로 먹기로 했다.



원래 나는 식구들 아침식사를 차려주고 점심 도시락을 싸준 다음 달리기를 하는 날이면 공복상태로 일단 달리기를 하고, 그다음 배가 고픈 상태로 집에 돌아와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막 먹는 편이었다. (이게 바로 운동을 그렇게 하고도 살이 찐 이유 중 하나...) 

그래서 운동을 하고 나서 먹으면 폭식 위험이 높으니, 운동 전에 먹으라는 말도 있지만 달리기는 공복이 아니고서야 너무 힘든 운동이기 때문에 대부분 아침 공복에 달렸다.



그것을 최대한 자제하고자 달리기 후에 집에 와서는 먼저 씻고 (예전엔 씻을 겨를도 없이 일단 먹었는데), 집 정리도 좀 한 다음 아침을 먹었다. 그 사이에 물과 러닝용 회복제를 많이 마셔서 몸을 좀 진정시키는 작업을 해줬다.

아침은 우리 식구들이 늘 먹는 대로 토마토 같은 야채에 과일을 곁들여서 빵, 피넛버터, 삶은 계란, 커피 또는 홍차 그런 식으로 먹었다. 빵만 잡곡빵으로 바꾸고 삶은 계란을 운동한 날은 3개, 안 한 날은 2개. 이런 식으로 조정했다.



그렇게 10시쯤 아침을 먹고, 점심도 3시 이후에 먹었다. 점심은 전날 저녁에 식구들이 먹은 것과 같은 것으로 밥, 국, 생선이나 고기, 나물, 그리고 김치. 그러면 하루에 2끼, 약 1,000칼로리가 된다. 



그다음 최대의 고비인 저녁시간이 오는데, 6시쯤 저녁준비를 시작하는 나는 그전에 5시쯤에 음식을 먹었다. 점심을 먹은 지 두 시간정도밖에 안 되었기 때문에 많이 음식이 당기지 않아 조금만 먹게 되고, 이때 음식을 먹으면 저녁 생각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때는 너무 피곤해서 당이 당긴다 싶은 날은 초콜릿 같은 것도 조금 먹고, 단호박 삶은 것도 먹고, 간단한 반찬을 곁들여 밥을 아주 조금 먹기도 했다. 

그리고 그날의 식사 끝.



물론 나도 사람을 만나는 날이 있기 때문에 완벽히 지키기는 어렵지만 이걸 기본으로 해서 사람을 만나는 날은 점심시간에, 중화요리도 먹고 디저트도 먹고 이거 저거 먹었다. 다만 그런 날은 운동을 아주 조금 더 하거나 세 번째 식사를 아예 건너뛰는 방식으로 전체 칼로리를 조절했다.




운동

운동은 원래 하던 양이 있어서 더 늘리기에는 신체적인 부담이 컸다. 원래 하던 운동은 주 4회 달리기, 가끔 주 1회 스피닝이었는데 여기서 조금 늘리기 위해 달리기의 거리를 1.2배로 늘리고 스피닝을 빠지지 않고 매주 했다. 일주일에 한 번 딸이 수영수업을 듣는 동안 나도 수영을 했다. 나는 수영을 배우다 말아서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킥판을 잡고 발차기만으로 왕복하는 운동을 했다. 딸 수영수업이 30분밖에 안 하는 거라 나는 20분 정도 했다.



4월 중순까지는 브루클린 하프마라톤에 맞춰 트레이닝을 하느라 달리는 거리도 길었고, 다이어트 초반이라 살도 순조롭게 1주일에 약 500g씩 빠졌다. 먹는 것만 조금 덜 먹는다고 이렇게 살이 잘 빠진다니, 다이어트 진작 할걸 그랬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4월엔 살이 너무 잘 빠져서 주말엔 치팅데이를 가져도 될 만큼 여유로웠다.


그러다가 브루클린 하프마라톤을 2주 앞두고 무릎을 다쳐서 달리기를 많이 못했는데 신기하게도 이 기간에도 살은 원래 속도대로 빠졌다. 운동을 못하는 게 불안해서 음식 먹는 양을 더 바짝 조였던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면 속이 쓰린 느낌이 있었는데 그렇다고 뭐라도 먹으면 뱃속이 너무 긁혀서 힘들 정도로 굶었다. 딱히 음식 생각도 없었고, 운동량이 줄어서 그랬는지 배가 예전만큼 고프지도 않아서 굶는 게 할만했었다.


오히려 소화가 잘 안 되어서 한 번은 심하게 체하기도 했는데 너무 심하게 체해서 한 이틀을 굶었더니 하루 만에 1kg씩 줄고 그랬었다. (물론 이런 것은 물 무게이기 때문에 금방 회복이 된다)



그리고 무릎이 아파서 뛴다 못 뛴다 하던 브루클린 하프마라톤을 어떻게 겨우 완주하고 나서 정체기가 왔다.




정체기

브루클린 하프마라톤 완주 후에 원래 하던 대로 3일을 푹 쉬고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다. 내가 지금껏 주 4일 달리기를 고집했던 것은 하프마라톤 트레이닝 프로그램 때문이었는데, 이제 그것이 없으니 보다 자유롭게 주 3일도 뛰고 거리도 대폭 줄여서 5km 정도씩만 뛰고 그랬다. 


여전히 먹는 것은 하루에 1200~1500칼로리 사이였고, 운동량을 줄이긴 했어도 운동 한 날은 소비칼로리가 2,000이 넘으니 계산상으로 일주일에 300g은 빠져야 하는데 체중계가 꿈쩍도 안 하는 마의 구간이 나에게도 와버린 것이다. 어떤 날은 아침에 일어나서 몸무게를 재면 너무 어제와 똑같아서 데자뷔인가 싶을 정도였다.



나는 이과 인간이기 때문에 산술적 계산을 믿는다. 1Kg의 체지방은 7000칼로리다. 하루에 500칼로리씩 칼로리 적자 상태를 유지하면 일주일에 3500. 0.5Kg의 체지방이 빠져야 맞는 계산이다. 그게 안 된다니 말이나 되느냔 말이다. 내 몸에 무슨 태양광 패널이 달려서 자체 광합성을 하는 것도 아닌데, 먹지도 않은 에너지가 어디에서 생겨서 이 운동량을 감당한단 말인가. 



하지만 정말 신기하게도, 정체기는 왔고 끈질기게 지속되고 있었다. 정체기가 온 시점은 10파운드(약 4.5kg)를 뺀 시점, 브루클린 하프 이후였다. 그럴 땐 체중계를 믿지 말고 눈바디를 믿어라, 체중 말고 체지방률을 봐라 등등 여러 가지 말을 들었다. 하지만 눈바디는 이렇게 보면 이런 것 같고, 저렇게 보면 저런 것 같았다. 인바디 기계는 미국에선 우리나라만큼 흔하지 않아서 내가 다니는 YMCA에는 없었고, 아마존에서 산 싸구려 전자 체중계의 체지방률은 그냥 맨날 똑같은 숫자만 나왔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더 이상 내가 배고픔을 느끼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점심까지만 먹고 쫄쫄 굶고 잔 다음날 아침에도 더는 배가 등에 붙은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고 딱히 공복감이 없었다. 다이어트 초기에는 배고프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는데 이제 더는 배가 고프지 않은 것이다. 

사람 몸은 참 신기해서 섭취 열량이 너무 부족해지면 재난 상황으로 인식하고 기초대사량을 줄인다고 하던데 이게 바로 그것인가! 싶은 순간이었다.



기초대사량 저하는 운동을 전혀 하지 않고 굶기만 하는 다이어터들에게만 나타나는 거라고 어느 정도 자만했었는데, 기초대사량을 떨어지게 하는 것은 근손실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음을 간과했었다. 대표적으로 머리카락이 조금 빠지는 느낌이 들고 (계절적으로 원래 좀 빠지는 계절일 수도 있지만), 부상의 회복이 느리고 애초에 부상 자체가 거의 없던 내가 부상을 당할 만큼 신체조직이 많이 약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니까, 장거리 달리기를 보다 안전하고 쉽게 하기 위해 시작한 다이어트인데 (가장 무거운 짐은 내 몸이다) 다이어트 때문에 근육 및 인대가 약해져서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는 게 아이러니했지만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정체기 탈출하기

이미 먹는 양은 줄일 만큼 줄였고, 운동량도 더 늘렸다간 더 큰 부상을 입을게 뻔해서 손댈 방법이 없었다. 정체기는 체중의 변화가 없을 뿐 신체 성분의 변화는 일어나는 중이라서, 참고 견디다 보면 언젠가 몸무게가 계단식으로 훅 내려간다는 말도 들었지만, 사람은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이 인내심만으로 버티는데 한계가 있다. 특히 나는 성격이 급한 편이라 당장 눈에 성과가 보이지 않으면 못 견디는 편이다. 



그래서 알아본 바, 운동의 종류를 바꾸거나 시간대를 바꿔보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하지만 내가 하는 운동 메뉴 (주 4회 달리기, 1회 수영, 1회 스피닝)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유산소 마니아라서 다른 것에 전혀 흥미가 없다. 하도 전전긍긍하니 옆에서 보던 남편이 "근력운동을 안 해서 살이 안 빠지는 거 아니야?"라고 했는데, 평생 다이어트를 안 해본 당신이 뭘 알아!!로 일축하고 나는 다른 방법을 찾았다. 왜냐면 나는 정말로 근력운동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근력 운동은 오르막 뛰기나 웨이트 잔뜩 넣고 스피닝 하기 그 정도면 충분하고 넘친다고 생각한다.



내가 찾아낸 방법은! 

놀라울 것도 새로울 것도 없지만, 빠르게 뛰기였다. 

달리기는 거리가 아닌 시간만큼 열량이 소모된다고 알고 있었기에 설렁설렁 긴 거리를 뛰는 게 거의 습관이 되어있었다. 하프마라톤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할 땐 인터벌도 하지만 앞뒤로 조깅을 15분씩 하니 또 설렁설렁... 



무릎 부상도 좀처럼 낫지 않아서 5마일 이상 뛰기가 힘들어서 더더욱 짧은 거리를 빨리 뛰고 끝내는 운동이 필요했다. 그리고 운동시간도 아침에서 밤으로 바꿔보았다. 

달리기를 시작하고 3년 동안 아침에만 뛰었는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케이스) 시간을 밤으로 바꾸고 대회를 뛰는 것처럼 빠른 속도로 5km씩 뛰는 것으로 바꿨다. 음식은 딱히 바꾸지 않았지만 이 방법으로 정체기가 드디어 풀리고 1kg이 더 빠졌다!!!



아침 달리기만 하다가 야간 달리기를 해보니 가장 다른 점은 잠이 잘 안 온다. 약간 흥분된 상태가 지속되어서 그런지 평소 자는 시간에 자려고 하면 잠이 잘 안 와서 늦게 자는 경향이 생겼다. 




다이어트가 러너에게 미치는 영향

위에도 썼듯이 부상 위험이 커지고 회복이 느리다. 그러니 다시 한번 생각해도 본격적인 마라톤 트레이닝 중에 다이어트를 하게 되면 (저절로 빠지는 것도 어쨌든 에너지가 부족해야 빠지는 것이기 때문에 다이어트라고 칭하기로 하자) 정작 중요한 시기에 부상으로 크게 고생할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겠다.



다이어트의 영향으로 가장 달라진 점은 뭐니 뭐니 해도 몸이 가볍다는 점이다. 원래 체중에서 10% 가까이 감량하고 나니 짐을 지고 달리다가 내려놓은 것처럼 몸이 가볍다. 물론 살은 점진적으로 빠지고, 근육도 같이 빠졌기 때문에 체감적으로 '아! 가볍다!!'라는 느낌이 드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예전과 같은 느낌으로 달렸을 때 속도가 훨씬 빠르다. 같은 힘든 정도, 같은 숨찬 정도로 달려도 기록면에서 훨씬 좋고, 지치는 포인트도 늦게 온다. 


그래서, 

조금 힘들긴 해도 원래 목표했던 9kg까지 다이어트를 계속할 예정이다. 정체기 때문에 조금 시간이 지연되었지만, 늦어도 7월 안에는 목표 몸무게에 도달하고 8월부터는 건강한 식단을 "풍성히" 먹으면서 대망의 뉴욕마라톤을 향해 힘차게 달리고 싶다. 




평생 운동치 몸치로 살아온 어느 아줌마가 뉴욕 마라톤에 도전하는 이야기


[인생에서 한 번은 뉴욕 마라톤을 뛰자] 매거진에서 만나보세요 :) 

https://brunch.co.kr/magazine/ny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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