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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담 Sep 14. 2023

마라톤 훈련 8주 차 - 하프마라톤 그 너머의 세계

마라톤 훈련 8주 차
2마일 기록측정
4마일 템포
장거리 14마일



총 16주의 과정으로 진행되는 마라톤 훈련이 어느덧 하프지점을 지났다. 앞으로는 훈련의 일환으로 신청한 3번의 대회가 일주일 간격으로 있고, 최장거리 훈련에 한번 도전한 후, 일주일을 쉬고 대회날을 맞이하게 된다. 



화요일 : 2마일 기록측정

그간 업힐, 인터벌, 템포 등으로 속도를 높이는 훈련을 해온 중간결과를 보기 위해 2마일 기록을 측정했다.

기록은 예전에 비해 딱히 좋아지지도 않았고 거의 비슷하게 나왔다. 훈련을 열심히 해온 만큼 조금은 향상된 기록을 기대했지만 이날 날씨가 굉장히 나빴고, 늦더위가 한창이라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훈련은커녕 일상생활에서도 피로감을 느낄 만큼 체력이 부쳐서 마라톤을 앞두고 있다는 현실이 조금 우울하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음식이나 수면패턴을 살펴봐도 크게 문제가 없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더위, 습도, 그리고 흐린 날씨가 크게 작용한 것 같다. 마라톤 훈련은 속도와 거리를 향상하는 훈련이기도 하지만, 나 스스로를 자세히 살피고 나 자신을 더 잘 알게 되는 자아 성찰의 계기이기도 하다.




수요일에는 늘 하듯이 5Km 정도를 자유로운 페이스로 뛰었고, 목요일에는 템포를 하는데 개인적으로 바쁜 날이라서 시간을 내지 못했다. 

사실 일주일에 5일이나 달리기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체력적으로도 힘들지만 바쁜 현대인으로 살면서 그만큼의 시간을 할애한다는 것이 여간한 일이 아닌 것이다. 수요일과 금요일에 하는 5Km 달리기는 30분이면 족하지만, 그렇다고 시간을 30분만 낸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은가. 웜업도 해야 하고, 뛰고 나면 스트레칭도 해줘야 하고, 공복이 아니면 뛸 수 없으니 아무 때나 30분을 낸다고 해결되는 일도 아니다. 


그러니 일주일간의 모든 일정을 총체적으로 봐가면서 달리기를 위한 시간을 만들고, 어떻게 해서도 안 되는 날에는 새벽 5시에 일어나는 것도 불사해야 겨우겨우 주 5일을 채울 수가 있다. 

지난주에는 의지가 부족했던 관계로 (그리고 계속되는 핑계지만 날씨가 나빠서 컨디션이 매우 저조했다는 이유로) 하루를 건너뛰었다.



금요일 : 4마일 템포 

원래 이 주에 예정된 템포는 6마일이었지만 다음날이 장거리 달리기인 관계로 2마일 줄여 4마일만 뛰었다. 페이스는 9'30''/마일로 시작해서 8'30''마일로 끝냈다. 



토요일 : 장거리 14마일 
하프 마라톤 너머의 세계를 향한 발걸음

지금껏 하프마라톤을 3번 뛰어봤지만 그게 전부였다. 하프마라톤에서 피니쉬라인을 지나는 순간, 절대 뛰지 않았다. 평소 주말 그룹런을 뛸 때도 13마일(하프마라톤)을 넘어가면 큰일이라도 나는 양 거기서 멈췄다. 



장거리 달리기는 체력보다는 정신력이라고들 흔히 말한다. 그 말은 숨이 끊어지고 목에서 피를 토할 것 같은 순간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 뛴다는 뜻이라기보다는, 내 안에 존재하는 막연한 두려움을 넘어서는 힘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처음으로 10km 대회를 나갔던 날을 기억한다. 그때는 10Km도 나에겐 엄청난 거리였고, 사람이 10Km나 뛰고 나면 집까지 걸어서 올 수는 있는가, 택시를 타야 하는 건가, 누워서 쉬다가 와야 하는 건 아닌가 진지하게 생각했을 정도였다. 그리고 사실 그런 진지한 걱정을 비웃을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다. 



그 후 훈련을 거듭해 처음으로 하프마라톤 대회를 맞이한 날, 그때까지만 해도 나의 최장거리는 18Km였고 21km가 넘는 거리를 뛰는 것은 생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과연 골인지점까지 갈 수 있을까? 다 뛰고 나면 집에는 어떻게 가지? 그 다리로 서있을 수나 있나? 많은 걱정이 있었다. 



하프마라톤을 세 번째 뛰던 날에는 그래도 "경험치"라는 게 있어서 집까지 멀쩡히 두 다리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쯤은 알았다. 하지만 출발선을 지나고, 1마일, 2마일... 거리 표식을 지날 때마다 '지금 이 속도로 끝까지 뛸 수 있을까? 지쳐서 주저앉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늘 달고 뛰었다. 



마라톤에서 말하는 정신력이란 이 걱정을 이겨내는 힘이 아닐까 싶다. 

21km든 42km든, 나는 이 두 다리로 갈 수 있다. 

지금 이 속도로 지치지 않고 끝까지 갈 수 있다.

그렇게 믿는 힘이 바로 정신력이다. 



물론 그 믿음은 꾸준하고 성실한 훈련을 통해서만 가질 수 있다. 앉은자리에서 아무리 자기 최면을 건다고 해서, 붉은 글씨를 벽에 써 붙인다고 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21km라는 하프마라톤 그 너머의 거리도, 이 두 다리로 뛸 수 있다는 믿음. 42.195km 골인지점까지도 이 속도 그대로 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기 위해 조금씩 거리와 속도를 늘린다. 내 몸이 실제로 해냈음을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한 장거리 트레이닝의 여정이다. 



이날 장거리 그룹런의 루트는 실제 뉴욕시티 마라톤 코스의 일부를 따라 뛰었다. 기록의 8km 지점부터 22km 지점까지가 뉴욕시티 마라톤 실제 코스에 포함된다.

그렇게 내 생애 최장 거리인 14마일 (22.5km)를 뛰었다. 그리고 앞으로 11월 5일 뉴욕마라톤 대회날까지 이 거리는 조금씩 조금씩 늘어날 것이다. 


컨디션은 많이 저조했지만 최장거리 기록을 경신하고, 또 의외로 그게 할만하다는 것을 몸과 마음에 각인시키는 좋은 훈련이었다. 



앞으로 남은 후반부 훈련도 다치지 말고 힘내자. 스스로에게 파이팅을 보낸다.



평생 운동치 몸치로 살아온 여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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