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살 엄마의 일기장

2장. 외할아버지

by 소망

엄마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엄마의 엄마와 아빠인 할아버지 할머니를 먼저 이해해야 할 것 같아. 할아버지는 가난한 농부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단다. 큰아버지는 자신의 노력으로 부모에게 받은 작은 땅을 일궈 그래도 제법 부유하게 사셨지. 형밑에서 일하다가 결혼과 함께 무일푼으로 쫒겨난 흥부같은 할아버지는 서울로 상경해 가난한 서울살이를 시작하게 되셨어. 엄마 어릴적에는 젊은 아빠들이 돈벌이를 위해 월남전이라는 전쟁에 참여하기도 했고, 혹은 돈을 벌기위해 사우디라는 40도가 넘는 더운 나라에 가서 일을 했었단다. 할아버지 역시 배운 지식 없고 딱히 기술이 없어 노가다라 불리는 건설현장 일을 하셨어. 엄마의 유년시절은 그래서 할아버지와의 기억이 거의 없단다. 단 하나 무뚝뚝한 아빠가 일년에 한번 집에 오셨을때 엄마가 강제로 낯선 아빠의 무릎에 엄마를 앉히면, 할아버지는 멋적어 그러셨는지 조용히 나를 옆에 밀어 놓으셨단다. 그냥 거절 당하는 기분이었어. 엄마가 남자어른의 따뜻함을 느낀 유일한 기억은 오촌 당숙댁에 놀러갔을때란다. 부유한 그 집엔 엄마 또래의 공부잘하는 언니와 더 좋은 대학을 가게된 나의 동갑 오촌 여자애가 있었어. 퇴근 하신 오촌 삼촌이 두 딸들을 안아주시고, 진성이도 왔냐며 두손으로 엄마의 두 볼을 쓰다듬어 주셨지. 엄마가 여전히 열악한 집안의 아이들을 만나면 최대한 친절을 베풀고 칭찬을 해주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스킨십을 해주는 이유는 엄마가 크리스찬이어서인 것도 있겠지만, 그 때의 따뜻함과 나에게 작은 관심을 가져주었을때 작게나마 생긴 작은 자존감같은 고마왔던 좋은 기억을, 그런 따뜻함을 받지 못하고 자라는 아이들에게 나역시 조금이라도 나눠주고 싶다는 마음도 있는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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