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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망 Mar 26. 2022

육아 에피소드 10

10. 아직은 엄마가 그리운 일곱살

나는 집에서 재택 근무를 한다.

최근 신종 직업이기도 한 일인데, 전화로 학부모님들에게 학습 상담 일을 한다.

학습기 회사들과 계약관계로 일종의 회사를 대표한 직원 개념이다.

낮 2시부터 저녁 9시까지 근무를 하는데 성수기인 겨울에는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근무를 할때가 많다.


열살인 첫째는 엄마가 작은 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전화 일을 하면, 알아서 혼자 책을 읽거나 자기 볼일을 한다.

하지만 아직은 일곱살 티를 못벗은 갓 여덟살 둘째는 엄마가 일하는 방을 하루에 다섯번 이상은 드나든다.

까치발을 들고 살짝 들어와 아주 작은 소리로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며

'쉿, 엄마 통화중이야?'

라며 기가 막히게 나의 잠깐의 쉬는 타이밍을 맞춰 들어 온다.

크게 이야기 해도 된다 하면, 어깨도 주물러 주기도 하고 자기가 그리던 그림의 해설을 해주기도 한다.


오늘은 어디서 예전 아기때 갖고 놀던 작은 부스러기 장난감들은 죄다 모아다가 내 책상 위에 놓는다.

"엄마 나 이거 안쓰는 장난감인데, 누구 주던지 팔아야 겠어"

"중고물품을 사고 파는 당무마켓에 올려 줄까? 하니 어디서 또 하나씩 더 가지고 온다.

이번참에 싹 다 버려야 겠다 마음 먹고

엄마가 살테니 가격을 알려 달라 했다.


이어지는 전화 업무를 마치고, 늦은 저녁식사를 한뒤 이제 아이들을 재울 준비를 했다.

아이둘에 남편까지 양치를 하는 바람에 나는 화장실에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나는 잠시 위생 용품을 가지러 내방에 잠시 들어 갔다.


양치를 하러 가다 말고 둘째는 언제 따라 왔는지 내 뒤에 오고 있다.

엄마가 잠시만 하고 문을 꽝 닫자,

둘째가 말한다.


"엄마 또 전화 하러 가?"


아이고 이 밤에? 엄마도 개인 프라이버시가 있단다. 잠시의 틈도 안주는 둘째.

막내는 여덟살이 되어도 아직은 아이인가보다. 오늘 저녁엔 듬뿍 안아 주고 사랑한다는 표현도 많이 해줘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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