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숙소 만들기 1단계 토목공사
우리는 #플레이서스 건축 회사에서 나인 원 한남에 전시한 '다시 봄, 심다' 모델인 8평 복층 모듈하우스를 선택했다. 전체 예산을 줄이기 위해 토목 공사는 직접 진행하기로 했다. 앞집 사시는 아저씨께서 토목 전문가여서 앞집분들과 함께 실행해 보기로 했다.
우리 집 마당은 수년 동안 토질관리가 되지 않은 상태로 방치되었다. 비가 오면 개펄이 된다. 발이 쑥쑥 빠진다. 여기에 집을 지으려면 땅을 다 갈아엎어야만 한다.
우리 가족의 드넓은 운동장이 되어주었던 진흙땅. 날씨 좋을 땐 아이들이랑 배드민턴도 치고, 축구도 하던 땅. 눈이 오고 비가 오면 너무 질퍽해져서 차도 몇 번 빠지는 난감한 순간도 많았지만 그것도 지나고 보니 추억이 되었다. 사부작사부작 열심히 만든 틀밭도 공사를 위해 해체해야 한다. 막상 다 뒤엎으려니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해야 할 건 해야지.
토목공사 첫날 아침 7시에 포클레인과 덤프트럭이 왔다. 비몽사몽인 채로 마음의 준비할 틈도 없었는데 이미 땅은 파헤쳐지고 있었다. 배수가 잘 되는 마사토로 교체하기 위해서 땅을 60cm 정도 파야한다. 정화조 자리는 더 깊게 파야한다. 집을 올리기 위한 콘크리트 기초도 세우고 수도와 전기 설비를 묻으려면 일단 땅부터 파야한다.
며칠 뒤 배수가 잘 되는 마사토를 깔았다. 눈으로 보기에는 흙이 거기서 거기인 것 같은 시골초보는 모든 게 신기하다. 서울 사는 동안 흙에 돈을 쓸 거라고 상상도 못 해봤는데 마사토를 덤프트럭 10대나 부으면서 백만 원이 훌쩍 넘는 돈이 쑤욱 빠져나갔다. 세상에 공짜는 없구나.
흙을 붓고 나서 주말에 억수같이 비가 쏟아졌는데 물이 살짝 고이긴 해도 발이 빠지지 않고 거뜬히 지나갈 수 있는 땅이 되어서 감개무량했다. 이제 진흙탕 사투는 끝.
집 경계를 이루던 석축의 중간을 허물고 새로운 진입로를 만들었다. 지금까지 사용하던 진입로는 다른 소유주 땅에 물려있어서 지속적으로 사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진입로 작업을 하면서 몇 년 동안 방치되어 허물어진 석축을 손봤다. 돌 쌓기 베테랑이신 굴삭기 기사님이 고난도 테트리스를 선보이시며 비정형 돌을 이리저리 옮기니 예쁜 돌담이 생겼다.
또 며칠 비가 와서 아무 작업도 못하다가 이주 뒤에야 입구경사로에 콘크리트 타설을 했다. 레미콘 두 대 '공구리'를 부었다. 붓고 양생이 잘되도록 물을 여러 번 뿌려주었다. 날씨가 맑고 더워서 금세 단단해진 길. 우리 집과 숙소 사이에 일종의 경계가 생겼다.
우리 동네는 비교적 최근에 생긴 주택 단지이고 세컨드하우스로 쓰는 분들이 많아 실거주자는 50% 정도다. 그러다 보니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마을 정비를 해주지는 않는다. 그동안 비가 내리면 길에 물이 넘치고 땅이 질퍽해져서 오고 가는 마을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숙소 공사를 하는 와중에 여러 집이 뜻을 모아서 마을 길을 정비하기로 했다. 우수관과 맨홀을 새로 묻고, 길에도 콘크리트 타설을 '직접' 했다. 예산을 아끼고자 일명 '똥'이라고 부르는 쓰다 남은 레미콘 콘크리트까지 불러가면서 길을 닦았다. 마을길 정비는 작년 5월 즈음 시작해서 11월이 되어서야 마무리되었다.
공사를 직접 진행하다 보니 너무 당연하게 누렸던 눈에 보이지 않는 인프라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도시와는 달리 시골에서는 이런 것도 다 직접 손 걷어붙이고 해야 한다는 사실도 느꼈다. 마을 길 정비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정말 필요한 일이었지만 당장 내 주머니에서 나갈 공사비가 늘어나는 순간을 마주하는 건 참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런 일이 너무 여러 번 일어나다 보니...
사실 가장 먼저 했어야 할 작업인데 진흙밭 가는 데에 혈안이 되어서 놓친 부분이다. 기초를 놓을 때가 되어서야 부랴부랴 한국국토정보공사에 측량을 신청했다. 신청하면 금방 되는 줄 알았는데 측량기사님들이 오시기까지는 거의 3주가 걸렸다. 그 시간만큼 공사도 중단하다 보니 마음이 초초해졌다. 모듈러 설치 일정은 이미 정해져 있었기에 그 안에 공사를 다 끝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사현장에서는 시간도 돈이라는 사실을 아주 호되게 알게 됨.
집 한 번 새로 지으면 10년은 늙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몸도 마음도 고생이 심하다는 건데 그래도 앞집 아저씨가 공사에 빠삭하시고, 여러모로 많이 도와주셔서 힘들지만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었다.
3주 기다려 측량을 받고 나니 다음날부터 며칠 동안 비가 계속 내렸다. 모듈러 설치까지 남은 시간은 정말 촉박한데 아무것도 할 수가 없으니 정말 똥줄이 탔다. 비가 그치고 땅이 마르니 설치 일자까지 딱 이틀이 남았다. '과연 할 수 있을까' 의심이 들었지만 의심할 시간도 사치였다. 이틀 동안 밤낮없이 작업해서 콘크리트 기초를 올렸다.
건축회사에서 보내준 도면에 따라 아저씨와 남편이 기초 놓을 공간을 측량하고 줄을 띄워서 위치를 잡았다. 아주머니와 나는 열심히 판자를 옮겨서 형틀(거푸집)을 설치했다. 열심히는 하는데 끝이 안 보여서 중간중간 너무 막막했지만 우리의 대장이신 아저씨게서 정말 묵묵하게 일을 하고 계셔서 '아저씨는 다 계획이 있으시겠지' 생각하며 '믿음'으로 몸을 움직였다.
새벽부터 시작한 형틀 작업을 끝내니 오후 5시. 저녁 먹을 새도 없이 콘크리트를 붓고 밤 10시까지 남편과 아저씨 둘이서 미장을 했다. 나랑 아주머니는 각자 아이들 돌봐야 해서 육아현장으로 출근하고. 거의 12시가 되어서야 침대에 나란히 누운 나와 남편은 '저게 과연 내일 아침까지 굳을까' 걱정이 산더미였다. 하지만 피곤이 걱정을 이겨서 길게 얘기하지도 않고 둘 다 잠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삭신이 쑤셨다.
대망의 숙소 설치의 날. 밤늦게까지 작업한 콘크리트 기초와 건물이 딱 맞아 들지 아주 떨리는 하루를 보냈다. 원래 지으려고 했던 디자인은 따로 있었는데 새로 론칭한 모델이 마음에 들어서(3화 참조) 원래 예산보다 돈을 더 쓰게 되었다. 이쯤 되니 미리 짜놓은 예산은 이미 안드로메다..
작고 소중한 우리의 모듈러는 전날 밤 열두 시부터 서울 한남동에서 이동작업을 시작해 큰 트레일러에 실려서 아침 일찍 도착했다. 먼 길 오느라 다칠까 봐 아주 꽁꽁 포장되어서 왔다. 이제 집을 콘크리트 위에 올려야 하는데 크레인에 동동 매달린 집을 보는데 내가 다 떨리고 긴장이 돼서 심장이 쪼그라드는 것 같았다. 크레인이 흔들릴 때마다 들리는 작업자들의 고함 소리, 기초 바로 위에서 닿을락 말락 하면서 위치를 잡는 동안 모두가 숨죽인 채 그것만 뚫어지게 쳐다보는 숨 막힌 시간까지. 두 번 했다가는 제 명에 못살겠다 싶었다. 집이 무사히 기초 위에 안착되는 순간의 희열을 잊을 수가 없다.
'아 드디어 끝났구나' 안도의 한숨을 쉬는데, 작업자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했다. 한 달간 서울에서 전시를 하다 온 작고 소중한 하얀 집은 여기저기 손 볼 곳이 많았다. 오염된 외벽을 다시 칠하고 깨진 타일을 모두 수정하고, 내부 하자들을 다시 손보고 화재감지기와 방충망도 달고 하는데 꼬박 하루가 걸렸다. 무박 2일 동안 쉼 없이 달려온 작업자분들에게 경외감이 들었다. 너무 고생 많으셨어요. 다시 한번 정말 감사드려요.
(조경 및 내부인테리어는 다음 편에)
- 정화조 및 설비작업
- 데크공사 : 또 기초를 세워야 함. 자체 거푸집과 콘크리트 작업. 페데스탈 공법 데크 설치
- 나무데크 : 플레이서스에서 다시 와서 2차 데크 작업
- 어닝(그늘막) 설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