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숙소 사장의 희로애락 3. 세로토닌 부족한 겨울나기
24년 9월, 남편이 취직했다. 군 사업으로 진행되는 3년짜리 프로젝트에 현지 스텝으로 함께 일을 해보자는 뜻밖의 제안이 들어왔다. 재취업에 대한 생각은 없었는데, 남편이 평소에 관심 있어하던 분야여서 해보고 싶어 했다. 지금 아니면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일인데, 해보라고 했다.
사실, 내 육아휴직급여와 실업급여도 끝난 지 오래고, 남편이 반일 근무하며 벌어오던 100만 원도 없다 보니 여름 성수기를 힘들게 보냈는데도 대출이자, 관리비, 교육비 쓰고 나니 남는 돈이 없었다. 당시에는 서울에서 전세사기 당한 집도 여전히 해결을 못했던 터라 과연 둘이나 붙어서 하는 숙소 일로 먹고살 수 있는 걸까 불안감이 없었다면 거짓이다.
이런저런 상황들을 걱정하다 보면 4대보험 적용받는 직장인이 최고인 것 같다는 결론에 자주 이르렀다. 안정적이니까. 막막했던 차에 남편에게 들어온 이런 제안이 사실 반갑기도 했다. 그 안정감이 너무 필요했기에 나도 기꺼이 다시 독박사장으로 돌아왔다.
풀타임 근무에 회사와 집이 거리도 멀다 보니 남편의 퇴근시간이 늦어졌다. 사업 특성상 외박과 지방출장도 많아서 남편이 집을 비우는 일도 잦아졌다. 숙소운영과 집안일, 육아까지 다시 도맡게 된 나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삶의 방식으로 '안정'을 위해 다시 기어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여겨졌지만 지금은 불평보다는 취업난 시기에 이게 얼마나 큰 기회이고, 행운인지 감사한 마음이 든다. 불평이 뭔 사치인가.
이번에는 좀 더 적극적으로 민박 '대표'의 정체성을 가지고 숙소 운영과 대외활동을 해보기로 했다. 지원사업도 주체적으로 진행해 보고, 숙소 공간도 조금 더 내 스타일로 바꿔봤다. 디자이너와 함께 로고를 새로 바꾸고, 명함도 새로 팠다. 심기일전.
문제는 나의 저질체력이다. 갑자기 혼자 감당해야 할 일들이 많아지고, 그렇게 넉 달이 지나고 나니
몹시 추운 겨울, 몸 구석구석이 삐그덕 거리기 시작한다. 연말 성수기를 보내고 나니 연초부터 대상포진에 걸려버렸다. 예전엔 정신력으로 체력을 커버했는데 이제는 없는 체력이 정신력을 갉아먹는다. 독박사장은 나인데, 내가 아프다 보니 남편이 주말독박을 쓰게 됐다. 숙소청소부터 아이들과 놀아주기, 밥먹이기, 집청소하기. 슈퍼맨처럼 몸을 불사르다 결국 남편도 잔병치레를 하게 되었고, 아픈 몸을 이끌고 1박 2일 출장을 떠났다.
올해는 꼭 운동을 열심히 하자고 우리 부부는 서로 다짐했지만, 세로토닌 부족한 겨울은 우울과 불안이 상주하고 있는 나의 몸뚱이를 더 무겁게 만든다. 남편은 퇴근하고 운동해 보겠다고 야심 차게 선포했지만 첫날에는 체육관에 신발을 안 가져가서 밥만 먹고 돌아오고, 두 번째 날에는 대기자가 너무 많아서 체육관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또 밥만 사 먹고 돌아왔다. 결국 아직 한 번도 운동 못함.
뉴스에서는 계속 참담한 소식이 들려온다. 아침마다 '오늘은 잡혀갔나?'부터 확인하는 일상이라니. 설상가상으로 아이들의 긴 방학도 시작되었다. 이 추운 계절을 어떻게든 버텨내야 한다. 무기력을 어떻게든 이겨내 보려고 주절주절 막글을 쓴다. 의식의 흐름대로, 퇴고 따위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