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돌봄 추구하는 영남권 최초 의료사협 '바른의원'

[인터뷰] 대구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오미형 이사장

by 문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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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3년째 장기화되고 있다. 그 사이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의료 및 돌봄의 공백이 수면위로 계속 올라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로 돌봄으로 풍요로운 건강공동체’라는 큰 미션 아래 취약계층과 건강약자 발굴을 통해 찾아가는 진료서비스를 추구하는 병원이 문을 열었다. 대구광역시 북구 신암로에 위치한 ‘바른의원’이다.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란?


바른의원은 영남권 지역 최초의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병원이다.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지역주민의 보건, 의료, 노인건강, 취약계층 돌봄 등을 추구하는 비영리 협동조합이다. 대구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530여명의 지역주민이 건강하고 따뜻한 진료서비스를 경험하고자 함께 출자해 2020년 11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설립인가를 받았다.


외래진료는 물론 중증장애인 등 취약계층에게 직접 찾아가는 방문 진료, 건강주치의, 방문 간호 등 지역주민과 밀착된 다양한 의료 서비스를 선보인다.


대구의료사협의 오미형 이사장 및 조합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병원 오는 길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왕진’이라는 단어가 낯설고 아직도 왕진이 있냐고 묻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조금만 주위를 돌아보면 거동이 불편하거나 병원을 찾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다. 특히 장애인 및 와상환자의 경우 병원에 직접 오가는 것이 쉽지 않다.


오 이사장은 주변에 홀로 사는 노인들이 외출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며 왜 의사가 왕진을 오지 않나 의문이 생겼다.


오미형 대구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 고유


“간경화 등으로 배에 복수가 차신 분들은 지지대를 끌고 가다가 넘어지기도 하시고. 그런 것들을 계속 보게 되더라고요. 저는 옛날처럼 왕진이 있을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찾아보니 없었죠.”


오 이사장은 안타까운 마음에서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고 싶었다.


“우연히 서울에 있는 의료사협에서 왕진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 계기로 일본의 재택의료나 지역사회 통합 돌봄 등에 대해 공부하게 되었고요. 처음엔 단순히 우리지역엔 아직 방문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이 없으니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그렇게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어요”


서울 은평구 살림의원은 실제로 각 진료과가 협진해 통합적인 진료를 추구하며 지역사회로 왕진을 함께 나가기도 한다. 또한 지속적인 의료처치가 필요한 주민에게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치과위생사, 사회복지사가 직접 방문해 치료와 재활을 돕는 통합적인 방문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오 이사장은 내원하는 환자들의 통합적인 건강관리뿐만 아니라 병원을 찾기 어려운 지역주민들에게 방문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을 꿈꿨다.


"힘들지만 멈출 수 없겠더라구요"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바로 닥쳐왔다. 일단 같이 할 사람을 모으는 것부터 일이었다.


“엄청나게 힘들었어요. 사람을 모으는 데만 2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처음엔 정말 까마득했죠. 그런데 계속 하다보니 인가를 받게 되었어요.”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지역주민들의 출자금으로 운영된다. 때문에 함께할 조합원을 모으는 것이 가장 큰 우선순위다. 530여명의 조합원들이 모이기까지 약 2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2020년 11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설립 인가를 받았다. 하지만 ‘개원’이라는 더 큰 관문이 놓여있었다.


“조합 설립은 했는데 개원은 더 힘든 과정인 거에요. 하지만 이미 500명 이상의 조합원들이 뜻을 모았기 때문에 제가 그 기대를 접으면서까지 멈출 수는 없는 일이었죠. 어렵고 힘들어도 더 가보자 해서 여기까지 오게되었어요.”


김주리 이사는 대구의료사협 사무국에서 조합원 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 고유


조합원인 김주리 이사는 조합과 함께 하게 된 계기를 묻자 처음에는 협동조합에 대해 전혀 모르고 살았다고 답했다.


“협동조합의 목적과 정의들이 저희 세대한테는 사실 생소하잖아요. 그런데 이사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진짜 실현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봤어요. 그 마음 따라서 함께하게 되었는데 지금은 제가 사무국에서 조합원 분들을 모으고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네요”


의료 수가 낮아 ‘박리다매’ 전략 병원 사이에서

통합적 돌봄과 치료를 위한 ‘조합원 주치의 프로젝트’


‘3분 진료’는 병원 외래진료의 대명사가 된지 오래다. 최근에는 '30초 진료컷' 이라는 말도 사용되고 있다. 살림의원 추혜인 원장은 헬스조선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은 의료 수가가 낮아 대부분 병·의원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박리다매’ 전략을 세워야만 한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때문에 오랜 시간 기다린 끝에 의사를 만나도 짧은 진료시간 때문에 자신의 증상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거나, 궁금한 점을 다 물어보지 못하고 돌아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편, 서울대학교 병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진료 시간을 충분히 확보했을 때 불필요한 검사가 줄었다는 보고가 있다. 또한 진료 시간이 10%만 늘어도 오진이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 이사장은 바른의원이 충분한 진료시간을 확보해 더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


강인영 바른의원 원장. ⓒ 고유



“저희가 아직 개원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환자분들이 많이 찾으시진 않아요. 진료시간이 아주 넉넉하죠. 앞으로 내원하시는 분들이 많아져도 충분하고 만족스럽게 진료를 받으실 수 있도록 계속 개선해나갈 계획이에요.”


그는 조합원 주치의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비록 우리나라에 주치의 제도는 없지만 여기는 조합원들이 직접 설립한 의원이잖아요. 정말 나의 주치의처럼 한 사람의 과거 병력과 현재 상태까지 꼼꼼하게 봐가면서 잘 보살펴줄 수 있는 병원을 만들고 싶었어요. 진료 원장 선생님께서도 이런 부분들을 공감하고 계시고 있고요.


특히 아파서 병원을 찾을 때는 이미 늦은 경우도 있고 그로 인해 개인이 감수해야 할 많은 것들도 있는데요. 저는 우리 병원이 아프기 전에 건강을 통합적으로 관리해주는 곳이 되길 바라고 있어요.”


건강약자 발굴을 통해 찾아가는 진료서비스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3년째 장기화되면서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의료 및 돌봄의 공백이 수면위로 올라오고 있다. 바른의원은 취약계층과 건강약자 발굴을 통해 찾아가는 진료서비스를 큰 사업적 미션으로 두고 있다. 오미향 이사장이 처음에 꿈꾸었던 ‘방문의료’의 개념이다.


왕진은 한때 불법이었지만, 정부에서 2018년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이어 2020년 말부터는 ‘1차 의료 왕진 수가 시범사업’을 시작하면서 1차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의사들은 신청만 하면 누구나 왕진을 갈 수 있게 됐다.


오 이사장은 “아직 개원 초기 단계여서 실제적인 왕진사례는 없지만, 좀 더 다양한 필요를 가진 분들이 의료서비스를 잘 받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구체적인 방안을 고민하는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대구의료사협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기 힘들거나, 건강을 돌볼 여력이 없는 이들을 발굴해 직접 찾아가는 방문의료 사업을 꿈꾸고 있다. 이를 위해 아파트 단지 대표, 장애인연합회, 배달의 친구들(배달노동자 연합회), 우즈베키탄 등 이주민 연합 등 다양한 기관과 MOU를 맺어 협력중이다. 더불어 시각장애인연합회와 협약을 통해 점자로 된 건강검진 문진표를 만들고, 다양한 국가의 언어로 된 문진표도 준비할 예정이다.


대구 바른의원. ⓒ 고유


서로 돌보는 풍요로운 건강 공동체


최근 출간된 책 <소란스러운 동거>의 박은영 작가는 “의료 노동자가 환자에 대해 책임을 지듯, 우리는 시민으로서 동료 시민인 의료 노동자들에 대한 책임이 있다. 그들의 노동환경을 구축한 사회가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하며 “상호 돌봄의 가치를 인정하는 태도는 전문가의 역할에만 초점을 두는 전문가주의의 맹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의료를 통해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한 만큼 의료노동자에 대한 처우, 노동의 환경 등을 개선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오 이사장 역시 대구의료사협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저희는 ‘사회적’ 협동조합이잖아요. 병원을 운영하고, 의료진들의 근로 환경이나 근로 조건을 잘 형성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고, 그런 실천이 또 하나의 사회적 메시지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대구의료사협의 조합원들은 가입시 출자금을 지급한다. 단, 한 조합원당 전체 출자금의 10프로 이하로만 받을 수 있도록 정해져있다. 그 이유는 소수의 사람에 의한 조합의 소유화를 막기 위함이다. 오 이사장은 ‘협동’이라는 가치를 지키기 위한 장치라고 말한다.


“여기서 일하시는 모든 분들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함께 일하는 한 사람 한사람의 인권, 노동시간, 급여 등을 계속 보살펴가야 하죠. 지금은 비록 환자 수가 적어서 노동 환경은 좋은 것 같은데요. (웃음)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존중하는 태도를 잃지 않고 어떤 제안점에 대해 계속 협의해 나간다면 그 균형을 잘 맞출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대구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사무국. 왼쪽부터 김주리 이사, 이성심 조합원, 오미형 이사장, 김종미 이사. ⓒ 고유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우리 동네 주치의’


오 이사장은 바른 의원이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가족처럼 미리 챙겨주는 병원이 되기를 바란다.


“저는 아프기 전에 건강을 지키기 위한 방법을 알려주는 병원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건강에 대한 정보도 잘 전달해 드리고, 고혈압이나 당뇨 있으신 분들 식이요법 실천하는 것도 소모임 형태로 함께 할 수 있도록 잘 연결해드리고요.”


대구의료사협은 아플 때 치료 받는 것 외에 평소 지역 주민이 스스로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건강 관리법을 알려주고 다양한 건강 강좌와 예방 교육을 실시한다.


△코로나 시대의 면역 키우기 △여성암의 이해 △성인병을 예방하는 먹거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빙해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건강 강좌를 진행한 바 있다. 또한 인근에 있는 칠성시장 상인들을 주기적으로 만나면서 건강 관련 조합 차원에서 어떤 지원을 연계할 수 있을지 조합원들과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김주리 이사는 “저희가 성장해서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주체가 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을 갖추길 바라고 있다”며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지역사회에 노후 걱정없이 자신의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지역 주민들과 협동해서 그 길을 천천히 만들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바른의원의 주요 진료과목은 내과 및 가정의학과다. 건강검진센터도 함께 운영한다. 이 때, 예방접종 등의 비급여 대상 항목의 경우 조합원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바른의원의 주요 진료과목은 내과 및 가정의학과다. 건강검진센터도 함께 운영한다. 이 때, 예방접종 등의 비급여 대상 항목의 경우 조합원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 고유

※ 건강매거진 데이드 (2022년 5월)에 기고한 글입니다.


책과강연 백일백장글쓰기 61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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