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in] 스라봉의인생찾기요람4_짧은 글과 툰
그 즈음 아이는 부쩍 등원을 힘들어했다.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보니 분리불안이 심해졌다. 자다 깨면 "엄마, 어디 혼자 가지마." "엄마가 호랑이한테 잡아먹힌 줄 알고 율이는 너무 무서웠어" 라는 말을 했다. 환절기라 많이 아프기도 했다. 나도 나대로 지치고 예민해지다보니 남편 느린에게도 살갑지 못했다. 난 늘 받기만 하면서 정작 그가 힘들었던 그 시기에 비빌언덕이 되어주지 못했다. 미안한 일들만 가득한 나날들이 나를 버겁게 했다.
돌아보니 늘 짊어질 수 있는 것보다 많은 책임들을 이고지고 살아왔다. 이십대의 나는 나를 챙기는 법을 모른 채 오로지 책임에만 몰두하며 달렸다. 그 끝에 몸도 마음도 망가지고 너덜너덜해져 한동안 많이 아팠다. 그래도 곁에서 묵묵히 내 곁을 지켜준 사랑하는 이들 덕에 버텨왔는데 조금 괜찮아졌다 싶으니 예전 관성 그대로 살아가는 내가 있었다. 나는 인생을 정복해야할 무언가처럼 살고 있었다.
벌여놓은 일과 관계들로 지쳐가는 과정에서 정작,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상처주고 힘들게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마음이 쓰리고 아팠다. 학업 하나만으로도 벅차서 허덕이는데 여러가지 일들을 또 감당하느라 끼니를 거르기 일쑤였고, 오늘이 무슨 날인지 인식도 못할 만큼 전혀 스스로를 돌보지 못했다.
예상하고 각오하고 있었던 부분들도 있지만, 내려놓을 수 있는 부분들도 없진 않았다. 삶의 우선순위를 재정비하고, 욕먹더라도 용기 있게 선을 긋고,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 필요했다. 얼마간은 정리하고 내려놓아야 하는 시기에 직면한 것이다. 책임은 사실 내 불안과 욕심의 결과이기도 했으니까.
그래서 선택한 휴학이 이렇게 2년 넘게 이어질 줄은 몰랐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