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in] 스라봉의인생찾기요람5_독서작문공동체 '삼다'
독서작문공동체 <삼다> 모집글을 우연히 발견했던 날. 그동안의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글에 대한 열망으로 극작가로 살다가 호락호락하지 않은 세상에 크게 데이고 나서부터는 잔뜩 움츠리고 살았던 내 모습이 보였다. 실패하지 않을 만한 일들, 가고싶은 회사보다는 날 써줄만한 회사, 자격증과 학위를 따는 일 등에 몰두했다. 항상 열심히 살았으나 방어적이었다. 망가지고 실패하고 상처받는 상황에 나를 놓아 두지 않았다.
내 질문이 뭔지도 모르면서 답을 찾아다녔다. 질문하는 삶은 불안했고, 답을 아는 삶이 멋져보였다. 그런데 아프고나니 그 모든게 부질없어 보였다. 원하지 않는 답에 스스로를 밀어넣은 내가 가여웠다. 확실함을 위해 달려왔는데 여전히 내 삶을 불확실함 투성이었다. 그걸 확인한 자리에서 이상하게도 다시, 글을 쓰고싶었다.
그날 수업시간에 자기소개를 마치고 나는 말했다. "춤추는 별을 잉태하려면 내면에 혼돈을 지녀야 한다"라는 니체의 말대로, 불확실한 삶의 긴장 상태는 글쓰기 좋은 조건이라고. … 그러니 어정쩡한 상태를 삶의 실패나 무능으로 여기지 말자고 했다. (은유, 『다가오는 말들』 中)
언젠가 은유 작가의 책에서 위의 문장을 접한 적이 있다. 나에게 삼다는 불확실한 내 삶의 자리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 들판이었다. 그 시선으로 글을 쓸 수 있게 해주었다. 그동안 바삐 달려오느라 묻지 못했던 질문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난 어떤 삶을 꿈꾸는지, 내 상처는 뭐고 그게 지금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묻게 했고, 불확실한 길을 더듬거리며 계속 걷는 힘을 주었다.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글벗들의 글도 읽으면서 다른 이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눈을 키울 수 있었고, 부끄러워 꺼내지 못했던 지난 일들을 공동체의 격려와 따뜻한 사랑 안에서 새롭게 다룰 수 있었다.
졸업사를 쓰며 1년 전 썼던 삼다 지원서를 다시 들여다보았다. 삼다가 끝날 때쯤 내 모습이 어땠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조급하고 불안한 마음에 당장의 일에만 몰두하는 삶이 아닌, 좀 더 넉넉한 마음으로 사람과 삶을 대할 수 있는 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써있다. 얼만큼 넉넉해 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조급함과 불안함에 적어도 끌려다니지는 않을 힘이 생겼다는 것은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