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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s bae Feb 17. 2024

남들 일할 때 너는 뭐 해?



그 시간에 뭐 해?

뭐 이것저것 배우고 있어요, 운동도 하고요 하하하^^


아이는 몇 살이야?

아 남편이 없어요, 아이도 없고요 하하하-_-


하루 4시간만 일하게 되면서

초면에 자주 받게 되는 질문 둘.


난 남편도 없는데 자꾸 나를 애 엄마로 만든다.

(아기엄마가 전혀 이상하지 않은 나이기도 하고)

몇 안 되는 시간선택제는 대부분 워킹맘이므로

케어해야 할 아가도 없는데

대체 너는 왜 시간제로 전환한 것이냐

그 이유를 소상히 밝혀라.


호기심 어린 그들의 얼굴에 

적절하고도 어물쩍한 대꾸를 한다.

버트런드 러셀을 아시나요

으름의 찬양을 보셨나요

심을 꿀꺽 삼키고

슬쩍 요가로 화제를 돌린다.


남들 출근하는 시간에 나는 요가원을 간다.

에계.. 겨우 요가하려고 벌이를 줄인 거야?

일을 줄이고 보니 요가가 하고 싶어졌다.


다시 요가를 시작한 건 7년 만이다.

그 당시 옆자리 나이 많은 신규자는 손이 많이 갔다.

때때로 민원인은 왜 안되냐며

나의 면상에 고래같이 소리를 질러댔다.

어느 날 임용 5년 차 언니가 물었다.

요즘 왜 이렇게 얼굴이 빨갛니? 갱년기처럼.


그렇다. 미스 홍당무.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은 스트레스를

나는 가벼이 날려 보내지 못했다.

비워내지 못한 수많은 분노와 두려움들은

내 안에 차곡차곡 쌓여만 갔다.


때 되면 밥 주고 추우면 이불도 덮어주

안락한 동물원에서 안온하게 지내

가끔씩 넘치는 질주본능을 주체 못 해

냅다 뜀박질을 해대지만

견고한 성벽 같은 울타리 밖으로는

한 발도 내딛지 못하는

내가 미웠다.


집 근처 헬스장에서 운영하는

헬스 × 요가를 등록하고 열심히 숨을 쉬었다.

들이마시고 내쉬고, 들이마시고 내쉬고.

3개월 남짓 지난 어느 날

갑자기 요가 선생님이 퇴사를 하고

격렬한 움직임을 요하는 다이어트 댄스에

요가를 접목한 컨셉으로 바뀌었다.

나는 바로 흥미를 잃었다.


그렇게 7 만에 요가원으로 돌아왔다.

그사이 나는 조금 더 지치고 노쇠해졌다.


손바닥으로 매트 바닥을 힘 있게 밀어 올리면

상체가 시원하게 활처럼 휜다.

허벅지와 발바닥에도 단단하게 힘을 줘

강하게 버텨줘야 한다.


2달 가까이 접어들 무렵

우르드바 다누라 아사나에 성공했다.

뒤집어진 세상에서 숨을 쉰다.

들이마시고 쉬고

들이마시고 내쉬고


단지 내 몸 하나 거꾸로 들어 올린 것뿐인데

세상을 들어 올린 것만큼이나

크나큰 성취감에 흠뻑 취한다.


우르드바다누라아사나

우르드바다누라아사나


뒤집어진 세상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제대로 숨 쉬며 살아가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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