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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감성 May 05. 2023

하느님이 내게 보내주신 선물

몸이 불편한 사람

 


  축구를 해오면서 당한 수많은 부상의 잔해들이 나이 든 것을 눈치챘는지, 모든 관절의 진로와 유연함을 빼앗아 갔다. 지금 가지고 있는 족저 근막염 또한 만약 내가 젊었다면 이렇게 오래 사귀지 않아도 될 친구 중 하나였을 것이다.

  몇 년 전부터 동네를 오고 가며 마주친 사내 하나가 있었다. 부자연스러운 몸을 이끌고 공원에서 항상 자신이 걷는 모습을 찍는 사내였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스포츠재활을 전공한 나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뇌 손상에 몸의 절반이 마비가 온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용기를 내어 그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걸었다. 

 

 그는 교통사고로 뇌를 다쳐 후유증으로 마비 증세가 와서 지금까지 고생을 하고 있다고 말하였다. 재활을 위해 매일 걷는 연습을 하고 있고, 지금 이렇게 걷는 것도 그나마 많이 좋아졌다는 말과 함께. 

  나는 그에게 PNF 운동 기법과 세라밴드 사용법을 알려주었다. 모두 재활할 때 사용하는 운동 방법이다.  

 그는 고맙다며 매번 나를 마주칠 때마다 식사를 대접하려 한다. 하지만 기어코 사양한다. 마음에서 우러나와 한 것이기에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다만 바라는 것이 있다면 나와 그의 오랜 재활이 끝나길 바라는 것과 이런 나를 보며 하느님 또한 기뻐하시길 바란다. 나는 그거면 됐다. 

 그는 참 질문이 많은 사람이었다. 처음엔 하루가 멀다 하고 매일같이 걸려오는 그의 전화를 지겨워한 적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하루가 멀다 하고 매일같이 기도를 하는데, 만약 하느님도 내가 그러했던 것처럼 나의 기도를 귀찮아하면 어떻게 될까 하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비교자체가 불가능 하지만 말이다.)

  내가 힘들 때마다 기대는 하느님처럼 어쩌면 그에게는 내가 기대어 볼 수 있는 아니 기대고 싶은 간절한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론 더 적극적으로 그에게 재활에 도움을 주었다. 재활 시범을 보여주고, 자세를 고쳐주고, 재활일지를 적으라고 권유(명령에 가까웠다) 하였다.  

 그렇게 그와 그의 가족에 대해서 알게 되고, 동네 아저씨에서 좋은 친구가 되었다. 나이차는 10년 정도 차이가 나지만 나를 선생님이라 부른다. 그럴만한 실력이 없는데 선생님이란 불리니 어색하다. 

   아주 귀찮은 부상 하나를 달고 살고 있다고, 운동하나 제대로 못한다고, 나를 원망한 적이 있었다. 이런 원망조차 이 사람 앞에서는 사치라는 걸 알았다. 그리고 내가 가진 것으로 남을 도울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또 감사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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