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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 Mar 07. 2023

30대에 퇴사한 이유 : 1년 중남미 배낭여행

여행을 위해 퇴사했어요.

캐리어보다 배낭 메는 여행


퇴사하면 의외로 '여행'이란 키워드가 항상 붙어 나온다. 그동안 회사에서 고생했던 자신에게 여행은, 기분전환하며 새로운 곳으로 도약하기 위한 일종의 도움닦이라고 할까. 나 같은 경우엔 퇴사 후 리프레시 목적의 여행이라기 보단, 장기간 여행을 하기 위해 퇴사를 선택한 경우다.


스물두 살에, 서른이 되면 중남미 여행을 해야겠다는 막연한 꿈을 가지게 됐다. 당시 처음으로 경험하게 된 필리핀 배낭여행으로 첫 배낭을 메고 여행을 다닐 때 몸은 힘들지만, 캐리어 들고 편히 하는 관광보다 좋았다. 내가 진짜 여행자가 된 기분과 두 손이 자유로워진다는 것에 대한 신세계를 경험한 것이다. 배낭도 약 10kg~15kg 무게를 짊어지는데, 이 배낭이 결국 내 생활의 압축판이라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배낭 여행자들 사이에서 으레 떠도는 말 중 "배낭의 무게는 곧 내 업보"란 말도 있다. 배낭만큼 삶의 무게를 가장 직관적으로 어깨를 짓누르는 게 있을까.

 1년 배낭 여행의 무게

그전엔 물건을 사면 도저히 버리지 못하는 맥시멀리스트였는데, 배낭을 메고 여행을 하다 보면 "굳이 그런 물건들이 필요할까?"라는 생각과 함께 물욕도 사라져 버린다. 그래서 지금도 여전히 물욕이 그리 많이 없는 편인데,  그럼에도 이번 여행을 준비할 때 집에 있는 물건들을 한바탕 정리하는데 이틀이 꼬박 걸린 거 보면, 사람은 정착을 하면 결국 물건을 계속 사게 되는 그런 동물인가 보다. 유목생활과 정착생활의 차이인 걸까.


난 전생에 유목민이었나 봐

요샌 노마드(Nomad 유목민)가 디지털 노마드란 이름으로 꽤 많이 흔해졌는데, 그전엔 난 줄곧 '떠돌이' '역마살'이란 표현을 많이 썼던 거 같다. 대학생 때도 틈만 나면 휴학하고, 무거운 배낭을 메고 기약 없는 여행(돈 떨어지면 돌아오겠다며 편도만 끊고 가는 여행)을 했다. 단조로운 일상을 잘 못 견디는 탓인 건지는 모르겠는데 항상 환경의 변화가 필요했다. 여행이야말로 계속해서 변화를 주는 것 아닌가. 어쩌면 전생에 정처 없이 떠돌며 사냥하고 그때 그때 필요한 것을 조달하는 유목민이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퇴사 사유 : 중남미 1년 배낭여행
캐나다를 환승해 약 22시간 걸려 도착한 멕시코

어찌 됐건, 20대 때 세운 30살 중남미 배낭여행은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세운 막연한 목표였다. 그때만 하더라도 30살은 먼 미래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30살을 넘기고 있었다. 서른이 되던 해에는 퇴사 후 중국에서 중국어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마음 한편에는 "아 중남미 배낭여행 언제 하지" 란 약간의 조바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나이가 들수록 배낭이 무거워진다는 것, 그리고 겁이 많아진다는 것을 나 스스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20대 때는 여자 혼자 카우치서핑, 히치하이킹 등을 하며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위험하고 아찔했던) 여행을 하면서도 겁 없이 잘 다녔다. 물론 이것은 운이 좋았던 것과 여행할 때 다소 낙천적인 성향인 것도 한몫한다. 물론, 지금은 "내가 미쳤지, 그때 그러고 다녔다니" 란 생각이 가득하다. 나의 파란만장한 여행기를 아는 지인들은 유독 이번 중남미 여행할 때 "제발 조심하라" "살아서 돌아와라"라고 신신당부했다.


중남미 여행은 최소 1년은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단기 여행보단 장기 여행을 선호하는 것도 있고 20대 때도 한번 배낭을 메고 가면, 최소 6개월~1년은 해외에서 떠돌았기 때문이다. 중남미 국가 중 약 10여 개 국가를 추려 각각 1개월~3개월 정도 머무르고 싶었다. 우리나라와 정반대에 붙은 이 낯선 대륙에 있는 국가들을 단순 겉핥기식으로 쓱 지나가기보다 조금 더 심도 있게 들여다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서른한 살이 되었을 때, 이제 중남미 배낭여행을 가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코로나가 터졌다. 한 6개월 연기되려나 생각했던 것은 점차 1년이 되고, 2년이 되고, 어느덧 나는 서른셋이 되어 있었다. 점점 하늘길이 열리는 조짐이 보이자, 2023년 3월 멕시코로 가는 편도행 티켓을 끊었다. 왕복으로 끊지 않은 것은 멕시코에서 아웃할 것도 아닐뿐더러 1년 후 내가 어느 날짜에 한국행 비행기를 탈진 나 조차도 모르기 때문이다.


일단은 대략 1년 목표로 삼고, 한국행 비행기는 천천히 생각하자고 다짐했다. 그리고 회사에는 2월 퇴사를 통보하고 여행하면서 어떻게 먹고 살까를 고민하는 기간만 1개월. 1년 장기 여행인 만큼 구체적인 여행 계획 없이, 첫 달 멕시코에서 적응 기간을 가질 숙소만 예약하고 멕시코행 비행기를 탔다.




멕시코를 시작으로 중남미 다양한 국가들을 1개월~3개월 머무르며 겪는 에피소드와 일상 이야기를 꾸준히 연재할 예정입니다. 전 지금 멕시코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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