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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랑발레 환자의 보호자시점 3

전화벨소리 트라우마

by 연희동 김작가

D+4

꼬박 뜬눈으로 밤을 세윘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눈물 따위도 흘리지 말자. 어제 남편에게 다짐하지 않았는가, 꼭 이겨내자고, 절대로 무너지면 안 된다고, 나을 수 있는 병이라고... 남편의 눈에서 의지를 보았다.


" 폐렴이 시작되었습니다. 낼모레 이틀갼은 병원에서 걸려오는 전화 잘 받으세요"


담당 교수님의 우회적인 표현은 무얼 암시한 걸까, 불안하다. 빨리 시간이 지나갔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남편의 소식을 들은 친지, 지인들의 걱정스러운 전화벨소리가 울릴 때마다 심장이 떨어질 것처럼 놀란다.


한 달 동안 미국에 출장을 가 있는 아들이 급히 귀국을 했다.

아빠의 면회를 다녀온 아들이 아빠의 얼굴에서 희망이 보였다며 나를 위로한다.


나는 괜찮아 아빠만 나아서 돌아와 준다면 다 괜찮다



D+5

위기에 닥쳤을 때 가족들은 하나로 뭉친다. 서로를 위하고 걱정한다.


중환자실의 남편은 본인 자신도 위기를 넘긴 걸 알고 있었다. 눈을 깜빡이는 걸로 의사를 표현한다.


잠은 잘 잤어?

.....


아픈 데는 없지?

깜박깜박


다행히 통증은 없지만 잠은 잘 자지 못한다고 했다.


의식은 뚜렷한데 온몸이 경직되어 있는 환자의 고통은 무엇에도 비할 수 없다. 아이들은 소형 라디오를 준비하고 남편의 눈높이에 맞춰 손녀아이와의 즐거운 시간을 찍은 사진을 걸어 두었다.

사진을 보여주자 잠시 미소가 번진다. 그리고 자꾸만 눈물을 흘린다. 남편의 눈물을 닦아주며 강한 척했지만 나 또한 어쩔 수 없이 무너진다.


그새 훌쩍 말라버린 남편의 다리,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남편은 커다란 아이와도 같다.

중환자실에서 환자의 존엄성은 어디에도 없다. 기저귀를 차고 있는 모습을 부끄러워할까 봐 홑이불로 덮어주었다. 주어진 20분간의 면회시간을 오롯이 남편의 몸 마사지에 쏟는다.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조심스러윘던 이틀간의 시간이 점점 그 꼬리를 보이고 있다..

제발~

오늘 밤만 무사히 넘기게 해 주세요


* 세 번째 면역 디아블로 주사를 맞았다

* 위험한 시간을 무사히 넘길 수 있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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