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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 Feb 24. 2024

산수가 아이의 미래 수학성적을 결정한다

산수 배우는 초등학생 때가 골든타임



서울대학교를 다니며 학원 수업을 하거나,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 재수생까지 많은 학생들의 과외 수업을 맡아왔다. 학생들을 줄곧 가르쳐 오면서 학부모님들에게 "어떻게 수학을 어떻게 잘할 수 있나요?"라는, 한국 교육이 이루어진 이래 몇 십 년간 이어져 온 질문을 나 역시도 수도 없이 받아왔다. 


이에 대해서 타고난 머리가 좋아야 한다던지, 논리력이 좋아야 한다던지, 예습, 복습을 열심히 해야 한다던지... 뭐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있을 수 있지만, 나는 "수학을 잘하기 위한 근본적인 기초체력이 뭘까?"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으로 우리가 어릴 때에 배우는 계산력, 즉 산수 실력이라고 말하고 싶다.


계산을 잘해야 하는 것을 누가 모르냐고? 맞다.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중요하다는 말 정도를 넘어서 아이의 초등학생 때의 계산 실력이 미래의 입시 성적까지 결정한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산수를 배우는 초등학생 때 남들보다 빠른 계산력을 만들어야 한다. 남들과 같은 양, 같은 속도로 풀면 같은 실력과 남들 같은 성적이 된다. 남들보다 두 배, 세 배는 많이 계산 문제를 풀리게 해서 실력을 늘려야 한다.







계산은 수학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이다. 초등학생 1학년 첫 중간고사부터, 고3 때의 수능까지 12년간 학생은 수학에서 계산기 없이 직접 스스로 계산을 해야 한다. 계산을 하지 않을 때는 대학교에 가서나 필수교양 수학을 들으며 공학용 계산기를 두드릴 때이다. 특히 학교 서술형 평가라면 몰라도 수능 시험은 서술형이 아니기 때문에, '과정은 전부 맞는데 계산 실수로 틀렸으니 점수를 조금 줄게'라고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계산에서의 스피드, 그리고 정확성은 필수이다.


시험은 제한 시간이 존재한다. 마감에 쫓기는 것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이다. 마감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일이지만, 시험은 복잡한 문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히려 마감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시험은 여유가 없으면, 머리가 하얘지고 풀 수 있을 문제도 급한 마음에 풀 지 못하고 찍고 나오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러므로 주어진 복잡한 문제를 풀 때 복잡한 것을 풀 수 있는 능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유다. 그리고 그 여유는 바로, 문제 문제마다 1초 단위로 쌓이는 계산 속도 차이에서 비롯된다. 시험지의 20~30문제를 풀면서 한초 한초 계산 속도의 차이가 쌓이고 쌓여서, 남들보다 어려운 문제를 찬찬히 고민하며 풀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내가 항상 학생들을 가르치며 강조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어려운 문제를 푸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쉬운 문제를 빨리 풀어 시간을 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무조건 초등학교 때 계산 실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놓아야 한다. 초등학생 때 계산을 처음 배우기 때문이다. 수학을 배우지만 사실상 산수를 배우는 초등학생 시절은 말 그대로 골든타임이다. 중학생, 고등학생 때는 다양한 개념을 배우느라 계산 연습을 하고 있을 시간이나 여유가 없으므로, 계산 실력이 크게 향상되기가 어렵다. 결국 초등학교 때 굳어진 계산 실력이 거의 대학 입시까지 가게 된다.


다른 글에서도 이야기하겠지만 국어 공부도 마찬가지이다. 국어는 독해력을 기본 바탕으로 한다. 독해력을 키우기 위해선 책을 읽고 이해하는 연습을 해야 하는데, 수능이 가까워질수록 문제를 푸느라고 책을 읽을 여유가 없기에 독해력을 키울 수가 없다. 국어를 잘하는 친구들 중 자신이 국어를 잘하는 이유를 설명을 못 하는 친구가 있는데, 대부분 어릴 때의 독서 경험이 풍부한 경우가 많다. (이 부분은 다른 글에서 다시 다루도록 하겠다)





그럼 계산 실력을 어떻게 늘릴 수 있을까?


답은 정말 간단하다.


"남들보다 더 많은 인풋양"이다. 문제를 더 많이 풀면 된다. 


내가 초등학교 2~3학년 시절, 덧셈, 곱셈 등 사칙연산을 배우고 구구단을 외울 때였다. 처음으로 다니기 시작한 수학학원에서 대학교재 두께 정도의 문제집을 받았는데, 바로 사칙연산 문제집이었다. 자체 제작인 듯한 책의 디자인도 허여멀건한 배경에 시중 교재 같지도 않았고, 지금 아이들이 많이 푸는 디딤돌 교재의 두께의 5배는 될 것 같았다. 벽돌만 한 두께의 몇 백 페이지가 넘는 교재의 페이지마다 사칙연산 문제가 수두룩 빽빽하게 나열되어 있었다. 나는 그 문제집을 다 풀어야만 했다. 



하지만 남들보다 더 많은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해서 초등학생 자녀를 낮밤동안 학원에 잡아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공부만 너무 시켜서도 안 된다. 같은 시기, 같은 시간 동안 문제를 더 많이 풀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학생의 끈기와 집념이 필요하다. 더 빨리 풀겠다는, 그냥 빨리 풀고 끝내겠다는 의지 말이다. 


나는 위에서 말한 교재를, 하기가 너무 싫어서 빨리 끝내려고 악을 쓰고 미친 듯이 문제를 풀어댔다. 그러한 빨리 문제를 풀고자 하는 집념 덕분에, 나의 계산 실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할 수 있었다. 산수를 천천히 풀면 계산 속도가 절대 늘지 않는다. 매번 조깅 정도로 뛰는 사람의 단거리 달리기 실력이 늘겠는가? 같은 정해진 수업 시간대로 무조건 앉아 있어야 하면 느리게 풀든, 빠르게 풀든 아이는 신경을 안 쓰게 된다. 본인이 빨리 풀면 빨리 수업이 끝날 수 있도록 공부의 자율성을 허락하고, 자유시간을 주거나 하자.


아무튼 산수가 중요하다는 말을 길고 길게 늘여서 이야기한 것 같다. 괜히 초등학교 6학년 과정까지, 아니면 중학교 과정 선행을 시키기보다는, 더 빨리 푸는 연습량을 늘려서 아이의 수학을 위한 '기초 체력'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러면 어느 시기에서든, 남들보다 뒤처졌거나 선행을 하지 않았더라도, 수학을 씹어먹을 수 있는 소화력과 여유가 길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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