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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국 Dec 05. 2020

웃을 수만 있다면 푸들이라도 좋다

꼬부랑 파마를 하고 나니


 “옷이 날개다.” 란 말도 있지만 헤어스타일에 따라서 엄청난 이미지 변신이 가능하다는 걸 절실히 느낀다. 하지만 아직까지 내게 어떤 헤어스타일이 잘 어울리는지 똑 부러지게 알 수가 없다. 어쩌다 보니 긴 머리에 굽슬굽슬한 웨이브 파마 한번 하지 않고 젊은 시절을 다 지나와 버렸나 싶기도 하고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늘 젊은 날이란 없는 법 마음은 늘 청춘이고 싶지만 긴 머리 파마가 어울리기엔 이미 때가 멀어진 것 같으니 별것이 다 아쉬워진다. 이러다 보면 아예 선택의 여지없이 짧고 탱글탱글한 파마가 잘 어울립니다 할 때가 오겠지.

 

큰 맘먹고 파마 끼가 많은 꼬부랑 파마를 해달라고 했다. 꼬불꼬불하면 차라리 덜 뻗치려나 싶어서다. 제법 꼬불꼬불하다 미용실 원장님은 “단발머리 잘 어울리네요.” 한다. 꼬부랑 파마도 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다. 집에 돌아오니 다른 때는 파마를 했는지 커트를 했는지 분별도 못하던 남편이 이번에는 “다시 푸들로 돌아왔네.” 한다. 아는 사람마다 "파마했네요." 하고는 한마디 더 붙여 “푸들 같다.”라고 한다. 그때를 놓칠 리 없는 남편은 기다렸다는 듯이 “푸하하 맞다 역시 푸들이다”며 죽는다고 웃는다. 맞다 역시나 “푸들“ 맞장구치며 한바탕 웃었다. 왠지 푸들이라는 그 말이 처음 듣는 소리도 아니고 그리 싫지도 않았다. 나는 꼬부랑 파마를 하면 자연스럽게 푸들이 되는가 보다 푸들로 인정.

 

꼬부랑 파마를 하고 찍었던 옛날 사진을 보고 우리 딸내미가 했던 첫마디가 “엄마 푸들 같다 푸들”이라고 한 적이 있어서 오히려 푸들이란 말에 친근감을 느낀다. 푸들이란 그 말은 푸들처럼 귀엽다는 건지. 어울리지 않게 우습다는 건지. 뜻이 어떻던 그래도 괜찮다. 난 당분간은 푸들 이미지로 살아야 할 것 같다. 뽀글이 파마 한번 했을 뿐인데 다양한 반응들이 나왔다.


나의 옷 머리 모양 신발까지도 무엇이 달라졌는지

관심 많은 나의 연인들 각각의 반응들이 재미있다.

“머리가 이상해요”

“머리가 예쁘다 귀엽다”

“머리 파마하고 나니 20대 같다”

“아부하는 말 하지 마”

“그거는 아니고 30대 같다”

“아니다 난 사실을 말했을 뿐이다”

머리 예쁘다 이상하다

할머니 귀신같다등등 

지적장애인 친구들의 반응이다.

무슨 소리를 해도  사랑스럽다.

진한  냄새를 풍기며 격하게 끓어 안아도 

그들의 순수함이 통하기에 밉지가 않다.


 “이번에 지붕 개량하는데 돈 좀 들었겠네”

파마가  나왔네.” 남자가  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웃긴다. 나직나직한 목소리로 흡사 여자들끼리 주고받는 대화처럼 친한 이웃 아저씨의 말이다.

그 아저씨 아내가 옆에 있다 하는 말

“파마가 잘 나왔는지 어떻게 알아” 했더니

“전에는 굵은 파마라 쭉 뻗었잖아”

“내가 다 알아” 하는 통에 빵 터졌다.

머리 파마 한번 격하게 했을 뿐인데 

아는 사람마다 오고 가는 말들이 많기도 하다.

 

내게 관심 가져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살며시 다가와 어깨동무하며 “예뻐요 좋아요하는 친구들 덕분에 엔도르핀 팡팡이다.

예쁘지는 않지만 그래도 기분 좋은 것은 사실이다.

우리 딸내미는 “할머니 귀신이라고 말한  친구가 진실을 말한 거란다. 그러면 나는 할머니에다 귀신까지  되었다는 건데 그래도 괜찮다.

기분 좋게 한바탕 웃을 수만 있다면 

나는 ‘푸들이라도 좋고 ‘할머니 귀신이라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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