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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국 Feb 19. 2021

첫 만남 그날을 기억하며 웃지요

순수한 그들을 전혀 몰랐다


 “안녕하십니까?”

천장이 날아갈 듯 우렁찬 목소리로 합동인사를 하던 그날의 함성. 깜짝 놀라 발걸음을 멈추고 어쩌지 어쩌지 두려워 떨었던 그날을 잊을 수가 없다.

장애인에 대해서는 백지상태였던 때였다 지적장애인이라고 하기 전에는 정신지체 장애인이라 불렀고 정신지체라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건가? 그렇다면 정신없이 우발적인 행동을  수도 있겠네 무서워 어쩌지 감당할  있겠니 혼자 별별 생각을  했다. 미리 정보를 알고  시간적 여유도 없었고 대처할 마음 준비도 하지 못한  갑자기 마주하게  상황이라 놀라 자빠질뻔했던 그날의 함성 소리는 지금도 생각하면 귓가에 쟁쟁하게 울리는  같다.


그 후 친구들과 한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느끼게 된 것은 어눌한 말이나 느린 몸짓에 때론 답답하고 애가 탔지만 욕심 없이 맑고 순수한 이 친구들을 돌발행동 운운하며 의심스러워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똑같은 일에도 싫은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그 자리 지키며 앉아있던 그 모습이 신기했다. 일의 능률이나 결과물 이런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하면 그만이었다.


 새로운 일을 앞에 놓으면 겁부터 내면서 못한다고 손사래 치며 물러섰지만  때까지 꾸준히 반복연습을 하니 드디어   있게 되었고 노력하면 새로운 것도   있다는 사실 앞에 자신감도 생기게 되었다. 처음에는 지극히 수동적이어서 시키는  외에는   몰랐지만 차츰차츰 다른 일을 찾아서  줄도 알게 되고  사람이라도 변화되어 가는 모습을 보기까지는 인내의 시간이 필요했다


여차하면 삐쭉빼쭉 삐치고 별일도 아닌 걸로 짜증내고 괜히 화가 나서  소리 지르고 조금만 마음에  맞으면 엉엉 통곡하며 울고 툭하면 집에 간다고 가방 지고 나서고 조금만 이해하면 되는 일을 머리채 잡고 싸우고 황당한 일들도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웬만한 일은 서로 웃어넘길 줄도 알고 조금씩 양보하며 이해도 하고 싸우거나 큰소리 내며 분위기 험악하게 하는  없이 알게 모르게 성숙해져 가는 모습을 보이며 평화로운 분위기로 접어들었다.


때론 “선생님  묵고 커피 무세요.”하며 주머니에 꽁꽁 넣어  믹스커피를 살며시 주기도 하고 어떤 날은 “선생님 오늘은 왠지 선생님 커피가 먹고 싶네요.”하며 헤헤 웃으며 애교를 부리기도  했다. 부당하다 싶으면 자기 생각을 표현할 줄도 알고 어떨  “선생님 우리는 언제 형편이  나아지나요?” “이젠 형편이  나아졌어요?” 하고 물을 때면 예들이 이런 걱정을 다하나 싶어서 깜짝깜짝 놀라기도 했다.


사실 우리 친구들은 능숙하게 할 만한 일도 없고 잘하던 못하던 종일 단순노동만 하다 보니 일이 좀 따분하고 힘들기도 했다. 그럴 땐

“아이고 내 팔자야 내 팔자는 와 이러니.”

우리 엄마는  공부 못한다고 여기 보냈지 싶다면서 이제는 팔자타령도   알고 많이 컸구나 싶기도 했다. 우리 친구들이 발붙이고 살아갈  있는 좋은 터전이 많이 생겼으면 더없이 좋겠지만 어디로 가야 팔자타령하지 않고 살아갈  있을지 누구나  경제가 어렵다고 야단들이니  영향을 받았는지 

“요새 같은 불경기에 우리 취직할 수나 있겠어요?”하면서 물어 올 때는 뭐라고 답해야 할지 난감했다 글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친구들과 함께하면서 때로는 놀라기도 하고 힘든 일도 있었지만 그래도 뒤돌아보면 우리 친구들과 함께한 시간들이 즐거웠다. 별로 한일은 없지만 

우리 아이가 많이 좋아졌다라고 하시는 부모님들 말씀을 들으며 그래도 헛수고는 아니었구나 감사했다.  물은 밑으로 흘러도 시루 속에 콩나물은 자라나듯이 그저  아들 딸처럼 예쁘다 예쁘다 해주었을 뿐인데   없이  지내  친구들과 뒤에서 묵묵히 지켜보며 아름다운 배경이 되어주신 부모님들의 따뜻한 사랑으로 지적장애인들과 함께했던 날들이 그래도 보람 있고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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