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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국 Jul 05. 2024

될 때까지 해보자

낫또 성공과 실패

콩이 한 자루 생겼다.  이 많은 걸 다 뭘 하지 많아도 걱정이다. 여기저기 퍼주기 하면 금방 끝날일이지만 준사람 성의를 생각해서 의미 있게 사용하려니 즐거운 고민을 하는 것이다. 농사를 지은 것도 아니고 땀 흘린 수고도 없이 얻어낸 한 자루의 콩.


20kg이나 되는 이 많은 콩을 두고 제일 먼저 생각한 것이 특이하게 낫또를 좋아하는 손녀를 위해 낫또를 만들자. 첫 시도는 무사히 성공했다. 아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초보가 자신감이 붙었고 콩 한 자루를 낫또와 청국장으로 다 소비할 작정이다. 첫 번째 성공에 기세등등 두 번째도 성공이었다. 단백질 공급은 콩으로 온 가족 건강이나 챙겨보자. 야무지게 마음먹었다.  


이제는 필요할 때 언제라도 같은 방법으로 하면 되니까  문제없다. 감질나게 비싼 낫또 사 먹을 필요 없다. 할머니가 낫또 만들기 선수니까 낫또 좋아하는 손녀가 많이 많이 먹어주기를 바랐다. 낫또는 사랑하는 손녀가 일 순위 그다음은 여러 사람 나눠줄 생각 하며 즐겁게 3차 낫또 시작이다. 끈적끈적 실이 쫀쫀한 낫또를 상상하면 마음이 흐뭇하다.


콩을 씻어 하룻밤 불리고 압력으로 찌고 발효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미니 전기메트를 깔고 이불을 뒤집어 씌우고 하루를 얌전히 기다렸다. 실이 짱짱한 낫또를 기대하며 이불을 벗기고 면포를 걷어내고 콩을 들여다본 순간 아 이건 또 뭐야. 별 변화 없는 콩이 생글거리고 있다. 아니 왜 이러지 1차 2차를 성공한 그때 그 모양이 아니다. 실은 없고 콩은 촉촉하고 미끄덩하기만 하다. 뭐가 문제였을까. 배나 더 신경 쓰며 정성을 쏟았는데 끈적이는 실이 없다. 좀 더 기다려 봤지만 이번에는 실패다. 그 원인이 뭘까.


버리자니 콩이 아깝고 채반에 담아서 바깥에 그냥 내 던져뒀다. 며칠을 꼴 보기 싫어서 쳐다보지도 않다가 쿰쿰한 냄새에 다가가니 자연발효가 되어서 청국장 냄새가 난다. 맛을 보니 변질된 맛은 아니다. 이미 말라가며 띄워진 청국장이니 청국장 가루나 만들자 목표는 완전히 빗나갔다. 버리듯 내던져둔 콩을 자연의 고초균이 청국장을 만들었나 보다.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또다시 정성을 쏟아 낫또 만들기 4차 시작이다. 3차 낫또는 실패지만 아쉬운 대로 청국장이라 믿고 4차는 기어코 낫또로 성공하리라 온 정성을 다한다. 그릇을 바꾸고 약간 방법을 바꿔 보았다. 흥분할 만큼 실을 줄줄 내놓기를 기대하며 하루를 기다렸다.


이번엔 잘 못될 일이 없을 거야 무조건 성공이다. 드디어 개봉의 시간 기대하는 이 마음을 실망시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개봉박두. 하나 둘 셋 역시나 꽝이다. 왜 이럴까. 힘이 쫙 빠진다. 실패의 쓴맛을 삼키며 일찌감치 바깥에서 청국장을 만들어야겠다.

또다시 5차 도전이다. 역시나 잘 될 조짐이 아니다. 안될 바엔 콩맛이라도 먹을만할 때 집어치우자. 낫또도 아니고 그냥 삶은 콩도 아니고 중간맛으로 그냥 먹어 치워야 되겠다. 세 번째 실패다.


이제 다시는 낫또를 하지 말라는 말인가. 똑같은 재료에 똑같은 방법이 안 통하는 이건 또 무슨 경고인가. 그래도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 또다시 낫또를 성공시키고 말 것이다. 마음으로 다짐하며 이번에는 시골에 가서 짚을 구해와서 옛날 방식으로 해볼까.


너무 잘 되면 도도할까 봐 연이어 실패의 쓴맛을 보게 하는가. 제대로 된 맛에 실의 힘이 짱짱하면 성공인데 열 번 안에는 성공하겠지. 다음 기회를 잘 이용해 봐야지. 제일 가까운 사람에게 의지의 한국인이란 소리를 종종 듣는데 의지의 한국인 꼭 성공하고 말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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