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흉내 내며 하루(67개월)
할머니 하는 건 다 따라 하고 싶어 하는 클로이. 너 잘 때 할머니는 아침 일찍 밭에서 맨발 걷기 했어.
“ 맨발 걷기 나도 해보고 싶어 “
정말 해볼래?
”응 “
그래 가보자.
여기서 신발 벗고 걷자.
“벌레 없어?” 주춤주춤.
응 벌레 없어. 땅속에 무슨 벌레가 사는지 그걸 어떻게 다 알아. 할머니의 엉터리 대답을 믿고 아이는 맨발로 뒤따른다. 자 이제 돌아서자. 이제는 앞서서 쫄랑쫄랑 잘 간다. 참 웃기는 아이다. 시골에서 살았으면 맨발로 뛰어다니며 잘 놀았겠지.
한발 한발 잘 걷는다. 울퉁불퉁 균형이 맞지 않는 부분은 호미로 흙을 파서 높낮이를 맞추며 손녀가 잘 갈 수 있게 폭신하고 평평하게 만들어 준다. 손녀가 무탈하게 잘 자라게 옆에서 돕는 일이 할머니 할 일이다.
“아 좋다. “
하늘 한번 쳐다보고 전깃줄에 앉은 까치와도 “안녕 ”아침인사를 한다. 까치는 꼬리를 까딱거리며 응원을 하고 돌틈사이 귀뚜라미도 귀뚤귀뚤 응원을 한다. 맨발 걷기 하니까 어때?
“폭신폭신 재밌어. ” 이제 세 번만 더하자. 할 때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숫자를 세더니 이제 다했다. 수돗가에서 발을 씻고 안으로 들어가 맨발 걷기 했다고 엄마에게 조잘조잘 자랑이다.
”할머니 이제 뭐 할 거야? “
할머니 밥해야지 너도 같이 할래?
”난 할머니 도와줄 거야 “
알았어 그러면 동태전 할 건데 클로이 가루 묻혀줘
동태포를 하나씩 들고 앞뒤로 뒤집어 가며 묻히기도 하고 가루를 쥐고 뿌리기도 하며 물컹한데도 놀이 삼아 잘한다.
”그다음은 뭐 해 “
달걀을 깨 주고 숟가락으로 저어라니 좋다고 잘한다. 그렇게 동태 전을 만들어 아침을 먹었다.
그다음은 또 뭐 할 거야
할머니는 고추 딸 거야
나도 나도 겁 없이 한다고 달려든다.
빨간 사각의자 놓고 앉아 뽑아준 고추대궁이 앞에서 어른 장갑을 끼고 고추 따기 체험이다. 얌전히 잘 따더니 갑자기 고추를 입으로 가져간다.
안돼, 매워!
또 하나 둘 따서 모으더니 이제는 고추를 한 줌 쥐고 잘라보려고 한다.
안돼, 눈에 들어가면 큰일 나.
독한 청양고추 맛에 한번 울어 볼래.
이제 그만하고 우리 빨래터에 다슬기 잡으러 갈까
좋다고 장갑 벗어던지고 따라나선다.
물속에 잠긴 바위에 크고 작은 다슬기가 까맣게 붙었다. 큼직한 것 몇 마리 잡아주니 손에 들고 들여다보며 좋다고 팔짝 뛴다.
“야호야호”.
개울물에 손 씻고 노는 동안 옆집 강아지가 독하게 짖는다. 지나가는 사람을 보고도 캉캉거리는 강아지에게로 겁 없이 한발 한발 다가간다.
낮에는 할머니 따라쟁이하며 놀고 밤에는 야행성 우렁이와 다슬기 잡으러 온 가족을 동원시켜 개울가로 나간다. 잡아온 우렁이와 다슬기를 들여다보며 놀다가
”다슬기야 잘 자. 우렁이 너도 자고 내일 만나”
페트병 벽에 달라붙어 탈출을 꿈꾸는 우렁이와 다슬기에게 인사를 하고 밤새 안녕을 바라며 잠을 잔다.
밤새 높은 벽을 타고 올라와 탈출을 꿈꾸던 우렁이 몇 마리는 바닥에 굴러 떨어졌다. 우렁이를 주워 담으며 “우렁아 밖에 나오면 죽어 물속에 있어야지.” 아침이 되면 다시 개울가로 데리고 나가서 “우렁아 안녕, 다슬기야 안녕. ” 이별의 인사를 하며 물에 넣어준다. 그리고 저녁이면 또 개울로 나간다. 삼일 내내 우렁이 잡으러 야간출동을 한 것이다. 클로이의 추억 쌓기 놀잇감이 되었던 우렁이와 다슬기도 고생이 많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