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운대로 반복하기(68개월)
유치원에서 돌아온 아이가
“왓추어네임”이라고 한다.
와 춥다고?
아니 “왓추어네임.”
아 할머니 이름 뭐냐고 할머니 이름 순이지.
아니 그 이름 말고 할머니 영어 이름이 뭐냐고.
할머니 영어이름 없는데 넌 영어 이름 있어?
“응”
뭐야?
“난 클로이야 “
아 예쁜 이름 누가 지어줬어?
“엄마 아빠”
할머니는 이름 뭐라고 하지 클로이가 하나 지어줘 음 “할머니는 설레임해”
설레임이야 슬라임이야?
“응 설레임”
설레임은 아이스크림 이름이잖아?
“맞아”
할머니 아이스크림 되라고?
“아니 그냥 설레임이라 부르는 거야”
클로이가 설레임 다 빨아먹을까 봐 안 할래.
그러면 할머니는 설렘해 그래 설렘이 좋다.
‘마이네임이즈설렘’.
할머니 새로운 이름 하나 생겼다.
할머니 마음도 설렘설렘.
“할머니 닭을 영어로 뭐라 하는지 알아?”
응 닭은 꼬끼오지.
“꼬끼오가 아니고 치킨이야”
“닭을 치킨이라고 하는 거야.”
치킨은 통닭이잖아
“영어 시간에 배웠어. 닭이 치킨이래”
아 그래 치킨, 할머니 잘 기억할게.
다음에 새로운 영어 배우면 또 가르쳐 줘.
“응”
할머니는 만만하니까 보통 대답이 응이다. 어린아이가 예의 바르게 ‘예예 네네’ 해도 좀 거리감이 생길 것 같아서 그냥 편하게 지내는 것이 더 좋다. 이러면 버릇없는 아이로 자라는지는 모르겠지만 할머니는 응 응 해도 예쁘게 봐준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처음 경험하게 된 영어가 신기한지 배운 영어를 한 마디씩 던진다. 영어 좀 배운다고 발음은 이렇게 하고 입모양은 요렇게 혀를 어떻게 굴리라고 주문이 많다. 듣고 배운 대로 다 기억하는 반짝반짝 빛나는 새싹 두뇌와 안갯속을 헤매듯 들어도 돌아서면 잊어먹는 할머니. 이제 멀지 않아 ‘할머니 그것도 몰라. 몇 번을 말해야 돼’ 구박받을 날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