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회는 간식이지

유치원생의 식성(69개월)

by 수국

어느 날 꼬물거리는 산 낙지 탕탕이를 받아먹고 맛있다고 하는 아이를 바라보며 모두들 놀라며 이게 실제상황인가. 입에서 꼼지락거리는 낙지를 맛있다며 먹는다. 어른들도 주춤하는 그 낙지를 네가 낙지맛을 알기나 해. 참 희얀한 아이다. 그때는 유치원도 안 갈 때였으니 더 어렸다. 아이 때문에 낙지 한 접시를 더 시켜야 했다.


그러고는 잊어먹었는데 어느 날은 생선회를 먹어보고는 맛있다고 더 달란다. 생선회의 맛을 알기나 해. 초장도 고추냉이간장도 아닌 그냥 간장에 찍어서 잘도 먹는다. 유치원생이 즐겨 먹을 음식은 아니건만 회에 꽂힌 아이는 수시로 “아빠 회 간장 찍어 먹고 싶어 회 먹으러 가자” 고 회를 노래한다.


회를 싫어할 리 없는 가족이라 아이 덕분에 회 먹는 횟수가 점점 많아진다. 때로는 회랑 산 낙지 먹었다고 자랑이다. 언제 먹었어? ”어제저녁에. “클로이 산타할아버지에게 선물 뭐 받고 싶어? 인어공주 미미. 살아있는 강아지. 등등 주문서 작성도 잘한다. 산타할아버지가 그런 선물은 못 가져올 텐데. 산타할아버지가 간식은 뭐 줬으면 좋을까? 단번에 “회”라고 말한다. 회가 간식이야. ”간식으로 먹어도 돼 “

회가 간식이라고 말하는 특이한 아이 산타할아버지 클로이에게 산 낙지 탕탕이를 간식으로 주소서. 특이한 아이에게 산타할아버지가 물속에서 파닥파닥 발차기하는 낙지 한 박스를 선물 받았다면 언제까지 기억할까. 산 낙지를 선물 해준 산타할아버지를.

keyword
이전 24화실력발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