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에 버릴 거야(76개월)
어머니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마음은 바쁘고 함께 차를 타고 가는 길에 손녀와 주고받은 대화다.
‘할머니 엄마가 돌아가셨데.‘
“할머니 돌아가시는 게 뭐야? ”
할머니는 이제 엄마를 볼 수가 없어.
죽었다는 뜻이지.
죽는 게 뭔지는 알아?
너는 엄마 아빠가 여기 있지만 할머니는 이제 엄마도 아빠도 만날 수가 없어. 불쌍하지.
“할머니 슬프겠다. 울었어? ” 응.
“할머니는 죽지 마 할머니는 만 년살아.”
으응 만년을 살라고. 만년 안 살래.
너도 만년 살 거야?
“그러면 천년 살아.”
천년도 너무 길어 난 오래 살고 싶지 않아.
“할머니 엄마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흙에 묻어 드리고 산소를 만들어 드려야지.
“어디에 묻어. “
아 먼저 가신 할아버지 산소옆에 할머니도 묻어 드릴 거야. 일하는 아저씨들이 먼저 가서 할머니가 누울 수 있게 땅을 다 파놓고 기다릴 거야. 나중에 가서 보자.
할머니는 죽으면 땅에 묻지 말고 바다에 훨훨 날려버려. “왜?”
할머니는 시원한 바다에서 마음대로 다니려고
”할머니 그러면 변기에 버릴 거야. “
하하하 변기에, 기발한 아이디어다.
바다에 버리라는 그 말 끝에 변기물도 물이니까 한 말일까. 알쏭달쏭하네. 변기를 어떻게 떠올렸을까. 생각할수록 신기하다.
할머니는 아무것도 모를 테니까 어디에 버리던 상관없어. 변기물도 결국은 바다와 만나게 될 테니까. 바다로 가고 싶은 할머니는 변기에 빠져도 변기를 통과해서라도 바다로 갈 거야.
혹시라도 손녀와 이야기 주고받다가 감정이입되어 아이 앞에서 세상 슬프게 울까 봐 염려했는데, 클로이의 엉뚱한 발상에 눈물은 쏙 들어가고 오히려 웃을 수 있었다. 울어도 모자랄 불효녀가.
“클로이 그런 말 하는 거 아냐. ”
엄마가 깜짝 놀라며 소리친다.
할머니는 괜찮아. 그런데 말이야 혹시 이럴 수도 있어 어떻게 되는지 알아. 클로이가 변기에 앉을 때마다 ‘클로이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 ‘ 하며 손을 쑤욱 내밀텐데 괜찮겠어. 클로이 보고 싶어 하며 변기에서 할머니 머리가 쑥 올라온다면 어때?
“아아니 무서워 할머니 죽지 마 오래오래 살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