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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 4일

엄마 없이 살아보기(73개월)

by 수국


주말 2박 3일을 손녀와 꼭 붙어 지내야 한다. 뭘 하며 지내야 시간이 잘 가고 지루하지 않을까. 이젠 내 생각과 네 생각이 다르니 마음대로 할 수도 없다.

”잠은 내 집에서 잘 거야 “ 미리 선수 치는 꼬맹이. 내 집에서 자면 네가 불편하고 네 집에서 자면 내가 불편하지만 그래도 엄마아빠 떨어져 외로운 네가 우선이지. 수시로 ”엄마아빠 보고 싶어 “하며 울먹거린다. 그럴 때마다 서로 부둥켜안으며 따뜻한 온기로 달래준다.


클로이 너는 이틀만 지나면 엄마 아빠가 짱하며 나타나잖아 그런데 너 같은 친구들 중에는 엄마아빠 없거나 못 보고 사는 아이들도 많아.

“그 아이들은 누구랑 살아 할머니 할아버지랑 사는 거야.” 할머니 할아버지랑 사는 아이들도 있고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 수 없는 아이들도 많아.

”그러면 그 아이들은 어디서 살아 “ 보호해 줄 사람이 아무도 없으면 보육원에서 살아야지. “보육원이 뭐야” 부모가 없거나 돌봐줄 사람이 없는 아이들이 함께 사는 곳이야. 그 아이들은 엄마아빠 보고 싶어도 못 봐.


넌 삼일만 기다리면 엄마 아빠가 올 거니까 잘 지낼 수 있지? “그래도 엄마아빠 보고 싶어. 엄마아빠 나빠 나만 두고 가고” 삐죽삐죽. 얼굴이 찌그러진다. 2일 동안 여러 번 울먹거리며 참고 기다렸다. 드디어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고 오늘 저녁이면 엄마아빠 만난다고 기대에 부풀었다. 그런데 오후 세시쯤 “으앙 ” 세상 슬픈 모습으로 울음보가 터졌다.

“클로이 엄마아빠 오늘 못 가고 내일 가야 해.”

”왜? “

“공항에 왔는데 비행기가 고장 나서 못 간데 다른 비행기도 없고 그래서 내일 가야 된데. ”

설명 필요 없고 뜬금없는 소리에 참았던 울음이 터져 한참 동안 분위기가 얄궂다.


그때 아빠 엄마의 제안 하나. 클로이가 좋아하는 쿠로미, 포차코, 시나모로 캐릭터 인형을 사갈게 라며 달랜다. 아이는 아이다 좋아하는 선물 사 온다니까 울음을 멈추고 눈이 반짝인다. 아이는 울어서라도 속풀이를 하지만 모든 걸 다 껴안아야 하는 할머니는 하소연도 못한다. 할머니 선물은? 손녀와 합세하여 투정을 부려본다.


이틀 동안 제대로 잠을 못 자서 이제 오늘은 편한 잠자겠구나 기대했는데. 어쩌면 손녀보다 할머니가 더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당연히 올 줄 알았는데 꽝이다. 울고불고 징징거리는 슬픈 아이 감정까지 껴안아야 하니 오늘 밤은 더 힘들다. 집안에서 한 발작을 움직여도 무섭다고 같이 가자. 잠을 자도 꼭 껴안고 자야겠다니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감정의 공허함이 얼마나 큰지 행동으로 보여준다. 엄마 없이 3박 4일 기나긴 시간이다.


“나는 엄마 아빠가 제일 소중하고 제일 좋은데 엄마 아빠는 날 싫어하나 봐. 나만 두고 가고말이야.

아닐 거야 엄마아빠도 날 좋아하고 제일 소중하게 생각하는데 내가 가면 재미없는 곳이니까 안 데리고 간 거겠지. 엄마아빠도 날 제일 좋아할 거야 “

혼자 묻고 답하며 투덜거리는 소리가 마음을 울린다 미워했다가 이해하려는 그 마음이 너무 어른스러워 더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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