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기에 아름다운 것들

당신 또한 내일이 있기에 지금보다 아름답다. 빛난다.

by 오롯하게

이유모를 우울함과 불행함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잘 된 일이다. 분명 그에 따른 보답은 행해지기 마련이다.


원인도 모르게 갑작스레 찾아온 행복을 느낀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찾아온 행복을 마구 예뻐해줘야 한다. 그에 따른 대가가 곧 찾아오기 때문이다.



아, 어쩐지 어제저녁은 너무 행복했지.

아-어쩐지 어제저녁 아버지가 사 오신 곰탕을 맛있게 먹고 이를 닦는데, 이유모를 행복함과 긍정적인 생각들이 찾아왔다. 모든 일들이 생각대로 잘 풀릴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과 안도감. 그냥 갑자기. 문득 그 시간이 행복했다. 요즘 들어 끊이지 않고 찾아오는 불안과 걱정과 숱한 생각들로 머릿속이 꽉 채워질 때쯤, 오랜만에 찾아온 행복감이 반가웠다. 그러나 그 행복감이 반갑지만은 못하다. 이유도 없이 갑작스레 찾아온 행복감에는 곧 얼마 지나지 않아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지 마련이라는 것을 이제는 잘 알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원인도 모르게 그리고 충만하게 느껴졌던 그 저녁날의 행복에 대한 대가가 찾아왔다. 바로 그날 아침이었다. 잠에서 깨어났다. 아직 채 눈을 뜨지도 않았는데 저 멀리서부터 쿵쾅거리며 뛰어오는 불안들에 차마 눈을 뜨는 것조차 겁이 났다. 눈을 뜰 수 없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 어쩐지 어제저녁은 너무 행복했지. 이유도 없이, 내 이럴 줄 알았다. 그날은 하루 종일 우울하기만 했다. 맞다. 이른 아침부터 찾아왔던 이유모를 우울함 또한 갑작스러웠다.



감정들은 지나간다.

나는 언제나 감정들을 다루는 데에 있어서 서투르다. 내가 처해진 환경이나 사건들에 맥아리 없이 쉽게 휘말릴 뿐더러, 그 때문에 내 안에서 일어나는 2차적인 감정의 폭발을 온통 나의 탓으로 돌린다. 늘 그래왔다. 그래서 특히나 이렇듯 이유모를 불안감 혹은 행복이 찾아왔을 때 그를 즐기지 못한다. 그래서 언제나 마지막은 나의 탓이었다. 내가 이러저러하질 못해서 혹은 내가 이 모양 요꼴이라서. 그게 참 잘못된 것인데 모든 일들의 잘못이 내가 아니라 그렇게 생각했던 나의 생각들이 문제라는 사실을 깨우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한다. 저번 날 저녁처럼 문득 행복함이 찾아온다면 그냥 그를 받아들이면 된다. 그리고 그 이유모를 행복을 즐기면 된다. 아-- 참 행복하다, 하면서. 그리고 또 예기치 못한 불안감이 문 밖에서 쿵쾅거리며 오는 소리가 들린다면 그것 또한 받아들이면 그만이다. 아, 조금 힘들겠구나. 또 조금 우울해지겠구나 하면서. 감정들은 지나간다. 대학생이 되어서야 교복을 입었던 학창 시절이 그리워지며 그토록 힘들었던 야자시간에 친구들과 몰래 수다를 떨던 시간들이 떠오르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를 나와서야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준비하고, 과제로 밤을 지새우던 그 춥던 작업실이 한없이 따뜻하게 느껴지며 학교라는 울타리가 그 어느 곳 보다도 행복한 자유를 누릴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는 것을. 왜 우리는 지나서야 아는 것일까. 그건 모든 감정과 생각과 그를 담고 있던 순간들이 지나가기 때문이다. 머릿속에 남은 지나간 감정과 생각과 기억들은 미화되어 추억으로 남는다. 그래서다. 그래서 원인도 형체도 없이 찾아온 불안 또는 행복들은 그냥 그 순간 받아들이면 그만이다. 흘러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흔적도 남기지 않고 흘러간다. 그러니 너무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당신에게 찾아온 이유모를 불안과 짜증들. 또한 연락도 없이 찾아온 당신의 소중한 행복을 남김없이 즐겼으면 한다. 그 또한 한 방울도 남김없이 곧. 사라질 테니 말이다.


시간은 흘러가고 또한 사라지기 때문에 아름답다. 전에도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아름다움에 대해 글을 썼던 적이 있다. 그런데 정말로 그렇다. 이별을 하기에 사랑하는 순간이 더욱 소중해지고, 꽃은 금방 져버리기에 피어있는 그 순간의 모습이 어여쁘다. 당신 또한 내일이 있기에 지금이 보다 아름답다. 빛난다.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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