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매분 매초 숨도 쉬기가 버겁더니, 오늘은 또 그럭저럭 살만하다. 이래서 살아가나 보다. 이래서 삶을 놓을 수 없는가 보다.
어제는 정말 아, 이렇게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한참을 고민했다. 매일같이 앉아있었던 사무실의 내 자리가 벗어날 수 없는 자그마한 감옥같이 느껴졌고, 허리는 또 왜 이렇게 아픈지 앉아서 일 해야 하는 직업을 탓하기도 했다. 평소 같았으면 훌쩍 3-4시를 가리키고 있을 윈도우 화면의 시간도 숫자 2에서 멈춰버린 듯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진 업무는 영화 '모던 타임스'의 찰리 채플린이 된 느낌을 주었고 보기 싫은 몇몇 회사 사람들의 목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오기 시작하면 잔뜩 인상을 구기며 표정을 숨기기에 바빴다.
그런데 오늘은 또 왜인지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기분 좋게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시며 올 수 있었다. 날은 아침부터 여전히 많이 더웠지만 어제보다는 덜 더운 느낌에 부쩍 시원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어제는 그토록 하기 싫었던 업무들은 여전히 '하고 싶은 일'은 아니었지만 그럭저럭 할만하다며 조곤조곤 시간들을 보냈고 휴대폰 케이스를 다양하게 바꾸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저렴한 가격에 케이스를 구매할 수 있는 사이트를 알려준 친구 덕에 업무 틈틈이 농땡이를 부리는 것 또한 스릴 넘치게 재미있었다. 그러다 문득 어제의 시간들이 떠올랐다. 지독히도 넘어가지 않는 시곗바늘, 죽어도 하기 싫은 업무, 또렷하게 싫어져 버린 몇몇의 사람들과 뛰쳐나가고 싶은 숨 막히던 사무실의 공기가 문득 생각이 났다. 같은 공간 같은 사람들과 같은 일을 했는데도 무엇이 그렇게 달랐기에 어제는 한순간 한 순간이 그리 명징하게 싫증이 났었는지 도무지 나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다. 이해하고 싶은 마음 또한 없었다.
고작 몇 시간이 지나 눈을 감았다 떴을 뿐인데 온 사방이 불바다였던 어제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가끔은 콧노래도 부를 만큼 그럭저럭한 하루가 온 것이다. 아, 이래서 삶을 놓을 수 없는가 보다. 아무리 힘든 오늘이었어도 어떤 내일이 올 지 모르는 일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