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도 함께도, 전부 괜찮다.

혼자서도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볼 줄 알길.

by 오롯하게

내가 나를 자신할 수 있게 되는 순간, 별 것 아닌 일에 목을 메지 않게 된다. 누군가 그랬다. 외로운 건 곁에 누가 없어서가 아니라 홀로 서지 못해서라고. 외로워서 누군가를 만난다면 자유롭고 싶어져 헤어지게 된다고. 맞다. 그 말이 맞았다. 스스로가 속을 꽉 채울 수 없을 때 느끼는 외로움은 결코 다른 누군가가 채워줄 수 없다. 또 하나. 내가 나를 단단하게 만들고 스스로를 자신할 수 있게 되는 순간, 아쉬울 것 없이 목 메지 않을 수 있다.



누군가와 함께하면 ‘더 행복해서’가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해야만’ 행복했으니까.


나는 본래 혼자 외로움을 채우지 못하는 인간이었다. 그래서 누군가라도 연락을 하고 있지 않으면 늘 불안했고, 주말을 혼자 보내게 되면 세상 루저가 된 기분이기도 했다. 운전을 할 줄 아는 남자친구를 만났을 때는 평소 가보고 싶던 곳을 편하게 갈 수 있어서 좋았다. 혼자라면 가기 민망했을 핫하다는 카페에 가서 예쁜 도넛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릴 수 있었다. 무엇을 위해서였을까. 외롭지 않기 위해서? 혹은 가고 싶은 곳을 가기 위해서? 아직도 알 수 없다. 둘이어서 외롭지 않았던 건 아니니까. 그저 혼자인 게 지독하게 싫었다는 것만 확실하게 알고 있다. 그저 누군가와 함께하면 ‘더 행복해서’가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해야만’ 행복했으니까.



울어야 했고 참아야 했고 화를 내야 했고 그리워해야 했고



행복하기 위해, 외롭지 않기 위해 만났던 여러 번의 연애들은 결국 다 끝이 났다. ‘결국’ 끝나버렸지만 그 시간들이 의미 없는 시간들은 아니었다.


길고 짧던 연애들을 끝낼 때마다 울어야 했고 참아야 했고 화를 내야 했고 그리워해야 했고 뜬 눈으로 달과 해를 모두 봐야만 내일이 오는 지독한 시간들을 보내야 했다. 그리고 생각해야 했다. 이 연애가 왜 끝났는지, 나는 어땠는지, 무엇이 이번 연애에서 나를 힘들게 했으며 어떤 부분 때문에 행복했는지. 알게 되니 나를 알겠더라. 내가 어떤 부분에 행복을 느끼고 어떤 행복을 원하는지.
내가 연애를 하며 늘 불안했던 이유는 ‘내’가 스스로를 가득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것은 결코 다른 사람이 채워줄 수 없는 것이었다는 것을. 그렇게 내가 나를 채워가는 연습들로 지난 연애들을 기억하고 추억했다. 시간이 지나 끝난 여러 번의 연애들로 나를 채우는 연습을 하다 보니 내가 나를 자신할 수 있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별 것 아닌 것에 목을 메지 않게 되었다. 비단 연애에서의 문제뿐만이 아니었다. 일을 하면서도, 가족들과의 일에서도 친구와의 관계에서도. 쉽게 아쉬워하던 것들을 쉽게 놓고, 쉽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나는 어디든 갈 수 있었으니까.



미루기만 했던 운전면허를 땄다. 마침 오빠가 차를 바꾸는 덕에 오빠가 타던 차를 내가 받아서 탈 수 있게 되었고 또 그 덕에 내가 가고 싶을 때 가고 싶은 곳에 언제든 갈 수 있게 되었다. 날씨가 좋은 날은 늘 좋아하던 한강을 가서 책을 읽었고 먹고 싶은 음식을 먹으러 혼자 갈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선선하게 날씨가 좋아지자 퇴근을 하고 늦은 시간에도 선선한 바람을 느끼고 싶어 이곳저곳 드라이브도 다녔다. 차가 있어야 여행하기 좋은 제주도 여행도 선뜻 비행기 티켓을 예매할 수 있었다. 나는 어디든 갈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혼자인 시간들을 혼자 차곡차곡 쌓다 보니 별로 아쉬울 것이 없어졌다. 쓸쓸하고 외로운 순간들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연인과 눈을 맞추고 있어도 친구와 박장대소를 하고있어도, 가족과 함께여도 외로운 시간은 늘 찾아온다는 것을 알게 되면 힘들지 않게 그 시간들을 지낼 수 있게 된다. 정말이다.

혼자인 시간이 좋다. 하나하나 차곡차곡 나를 채워가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것이 확실해지고, 그러고 나니 이제 누군가 좋은 사람이 다가오면 조급해하지 않고 감정에만 목을 메지 않고 여유롭게 그 사람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아졌다. 조금 쓸쓸할 법한 금요일 저녁도 주말도 두렵지 않아 졌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저녁 따뜻한 차 한잔과 책 한권만 있으면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 수 있다.


속이 단단해지는 건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스티로폼처럼 바스러졌던 나도 탄성 좋은 라텍스처럼, 단단한 벽돌처럼 그렇게 단단해지고 있다. 어쩌면 정말 혼자뿐일 수 있는 이 세상에서 앞으로 만날 좋은 사람을 위해서라도 단단해져야 한다. 복잡했던 시간들을 뒤로하고 그 시간들이 만들어낸 꽤 단단해진 내가 나에게 고맙기만하다. 내가 그랬듯, 이 글을 보는 많은 사람들이 모두 조금씩 더 단단해질 수 있었으면 한다. 혼자 있는 시간이 두려운 사람들, 옆에 누군가 있음에도 늘 불안한 사람들, 본인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모르는 사람들 모두.



혼자서도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볼 줄 알길.


상처 받기 쉬워진 이 세상에서 쉽게 상처 받지 않았으면 한다. 혹시나 받은 상처는, 그 상처가 금방 아물어 흔적 없이 사라지길 바란다. 그리고 그 상처들이 우리 모두를 조금씩 조금씩 더 단단하게 쌓아 올려주길. 혼자서 보는 세상이 아름다워 보여야 곁에 누군가 있을 때 함께 보는 세상이 더 아름다워 보일 수 있다는 걸, 우리 모두가 알길. 혼자서도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볼 줄 알길. 그렇게 나도 당신도 단단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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