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때 국어시험의 마지막 문제가 글짓기였던 적이 있었다. 자기 자신에 관해 짧은 글을 써보라는 거였다. 시험이 끝나고 난 후 첫 국어 시간에 선생님이 두어 개의 글을 읽어주었다. 그중 하나는 “친구들은 나를 괴팍한 아이라고 한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데 그걸 내가 왜 아직도 기억하는가 하면 그 글이 바로 내가 쓴 글이었기 때문이다. 몇몇 아이들이 웃었고 나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을 만큼 부끄럽고 당황했지만 곧 평정을 되찾았는데 선생님이 우리가 쓴 글을 읽으면서도 그 글을 쓴 아이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친구들은 나를 괴팍한 아이라고 한다’로 시작하는 그 글에서 내가 얼마나 괴팍하지 않은 아이인지를 밝히려고 애썼다. 나는 모두와 잘 지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지 잘 몰라서 매일 좌충우돌 실수를 하는 것이라고, 나는 사실 그리 유별나지도 않고 까다롭지도 않은 사람이라고, 다만 혼자 있고 싶은 시간이 꼭 필요해서 종종 사라지는 것이라고, 소망이 있다면 다정한 사람이 되는 것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을지 몰라 속이 상한다는 얘기를 자못 비장한 어조로 써 내려가서 누군가가 웃음을 참느라 킥킥거리는 소리를 들은 것도 같았다. 나는 왜 나를 설명했을까. 아니 우리는 왜 자신을 설명하려 드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