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약식을 만들려면 하루 종일이 걸렸다. 찹쌀로 밥을 짓고 밤과 대추, 잣을 넣고 버무려 시루에 얹어 오래오래 김 올리면서 약식을 만드는 날은 이제나 될까 저제나 될까 부엌을 들락거린 기억이 지금도 새록새록하다. 약식 특유의 냄새와 짙은 색깔은 엄마의 부엌장 깊숙이 숨겨놓은 작은 병 속의 진득한 액체가 없으면 나지 않았다. 나중에서야 마법 같은 그 액체가 캐러멜소스라는 것을 알았다.
엄마의 부엌, 하얀 무명이 덮인 떡시루에 앉힌 약식에서 피어오르던 유혹의 냄새를 아직도 잊지 못할뿐더러 그 맛과 색, 쫀득한 식감과 특유의 향기도 어른이 된 이후로는 좀처럼 만나기가 쉽지 않다.
이사 온 첫해에는 밤을 주울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한 나머지 연일 약식을 만들어 집에 오는 사람마다 먹이고 들려 보내곤 했다. 그렇게 여러 번 만들었어도 나는 아직 캐러멜소스를 제대로 못 만들 때가 많다. 물의 양을 정확히 못 맞춰 어느 때는 질고 어느 때는 설익는다. 그럼에도 달콤하고 차진 식감에 반한 사람들이 많다.
약식을 만들 때마다 밥솥 옆에 서서 혹시나 어릴 때의 그 설렘이 섞인 향기가 흘러나오지 않을까 기다려본다. 하지만 시루에 올려 찌는 엄마의 약식과 전기밥솥에 만든 간단 음식이 결코 같을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뿐이다.
약식 만들기
재료
찹쌀 3컵, 흑설탕 1컵, 진간장 2 큰 술, 참기름 3 큰 술, 식물성 기름 3 큰 술, 계핏가루 ½큰 술, 밤 200g, 대추 50g, 잣 1 큰 술, 캐러멜소스(물 ¼컵, 흰 설탕 ½컵, 물엿(또는 꿀) 2 큰 술)
만들기
1 찹쌀은 1시간 전쯤 씻어 불려 놓고 밤은 4등분, 대추는 씨를 빼고 4 등분한다.
2 캐러멜소스를 만든다. 냄비에 물 1/4컵과 흰 설탕 1/2컵을 넣고 끓인다. 거품이 일다가 차츰 한쪽부터 타기 시작하면 불을 끈다. 전체적으로 진한 갈색이 되면 물엿을 넣는다.
3 전기밥솥에 물기 뺀 찹쌀과 흑설탕, 진간장, 참기름, 식물성 기름, 계핏가루를 모두 넣는다. 여기에 캐러멜소스를 부어 쌀에 물이 들도록 고루 섞는다.
4 잘 버무린 찹쌀에 밤, 대추, 잣을 넣고 다시 한 번 고루 섞는다.
5 찹쌀과 같은 양의 물 3컵을 붓고 밥솥의 ‘우리 집 메뉴’를 선택한다(전기밥솥 쿠쿠 기준).
* 물의 양을 잘 맞추어야 하므로 찹쌀의 물기를 잘 빼는 것이 중요하다. 캐러멜소스를 만들 때는 젓지 말 것.